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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장미꽃 속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청개구리
 장미꽃 속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청개구리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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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가 내린다. 지난 5월 15일 이후 비가 내리지 않아 땅이 메마르고 모든 작물이 갈증에 시달리며 힘들어했다. 매일 물을 주어야만 겨우 생명을 유지했다. 정원의 잔디도 누렇게 타들어 갔다. 물을 아무리 주어도 불타는 듯한 땡볕을 이겨내지 못했다. 평소에 몇천 원 정도 나오던 수도료가 3만 원에서 5만 원 정도 나왔다. 아무리 물을 주어도 식물들은 목이 말라 힘겨워했다.

역시 자연의 비가 내려야 한다. 자연의 비는 온 대지를 적시고, 식물들의 온몸에 빗방울을 머금게 하여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는다. 아무리 물을 준들 자연의 비에 비기랴! 그러니 인간도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여 살아야 한다.
 
단비가 내리는 날 아침 풍경
 단비가 내리는 날 아침 풍경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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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 나가니 손가락만 하던 오이가 밤새 비를 맞고 아기 팔뚝처럼 커져 있다. 고추도 쑥쑥 자랐다. 아, 호박꽃이 찬란하게 피어 있다. 단호박과 애호박이 먹음직스럽게 달려있다.

앗, 고라니 녀석이 어젯밤에도 다녀간 모양이다. 녀석은 망을 찢고 들어가 비트 잎을 다 뜯어 먹어 버렸다. 녀석은 비트만 골라서 먹는다. 비트 잎이 그렇게 맛있나? 그래 먹을 테면 먹어라. 보시를 한 셈 치면 된다. 고구마 잎을 먹지 않은 걸 다행으로 생각하자.
 
단호박
 단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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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
 오이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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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알과 다래알이 유리구슬처럼 알알이 커져 있다. 토마토는 키를 넘기며 주렁주렁 열려있다. 나는 토마토를 무척 좋아한다.
  
토마토
 토마토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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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정원으로 눈길을 돌리니 가뭄으로 시름시름 노래지던 잔디가 파릇파릇 생기를 되찾고 있다. 정원 끝에는 옥수수도 성큼 자라 성벽을 이루고 있다. 옥수수꽃이 피어나고 있다. 곧 하모니카처럼 줄줄이 열리겠지.
 
옥수수
 옥수수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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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도 아직은 병충해 없이 매끈하게 자라나고 있다. 사과를 보니 입에 침이 가득 고인다. 올해 처음으로 열린 사과다. 여섯 개가 열렸는데 참으로 고맙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오늘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마음으로 묘목을 심었는데, 감회가 새롭다. 목함지뢰 사건으로 남과 북 사이에 포탄이 오가던 때 심었던 사과나무다. 생명의의 단비는 하룻밤 사이에 모든 만물을 이렇게 활기 있게 변화시켜주고 있다.
 
사과
 사과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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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밭은 단비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물결처럼 땅에 누워있다. 그 모습이 마치 고흐의 <까마귀 나는 밀밭> 수채화를 연상케 한다. 오, 자연이 신비함이여! 자연이 그린 풍경화는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다.
 
고흐의 <까마귀 나는 밀밭>을 연상케 하는 밀밭  풍경
 고흐의 <까마귀 나는 밀밭>을 연상케 하는 밀밭 풍경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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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기 전에 하지감자를 캐기를 잘했다. 블루베리 열매도 잘 익어서 비를 맞기 전에 수확했다. 양파를 수확해서 벽에 매달아 놓았다.
 
미리 수확한 양파
 미리 수확한 양파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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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홍이 빗물을 머금고 함초롬히 피어 있다. 청개구리가 장미꽃 속에 얼굴을 파묻고 있다. 얼마나 엄마의 말을 듣지 않았으면 저렇게 얼굴을 파묻고 있지? 하하, 부끄러운 줄은 아는 모양이구나. 그러니 청개구리야, 평소에 엄마 말 잘 들어야지... 누구나 있을 때 잘해야 해. 때늦은 후회를 하지 말고.
 
장미꽃 속의 청개구리
 장미꽃 속의 청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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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6월의 단비, #청개구리, #밀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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