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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께 롯데택배 이용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해당지역에 배송이 제한된다’라는 문자를 받았다.
 지난 3일께 롯데택배 이용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해당지역에 배송이 제한된다’라는 문자를 받았다.
ⓒ 보도자료 재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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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하게도 고객님의 수령지 지역이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택배 접수 불가 지역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발송이 불가하여 해당 주문 건은 환불처리 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지난 3일께 롯데택배를 통해 택배를 주문한 울산 지역 일부 시민들이 받은 문자 중 일부다. '코로나19로 인한 해당지역에 배송이 제한된다'라는 허위사실이 유포됐다. 그러나 울산지역은 17일 기준 코로나19 확진자가 총 53명에 불과하다. 전국 광역시도 중에서 가장 적은 수다. 울산에서는 90일 넘게 지역 감염자가 제로상태다. 3월 이후 발생한 확진자는 모두 해외 입국자와 관련이 있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유언비어 문자는 왜 발송됐을까? 롯데택배 측은 <오마이뉴스>에 18일 오후 "롯데택배에서 직접 보낸 문자는 아니"라면서 "고객사에서 시스템에 택배를 접수할 때 전산착오로 인해 (잘못된) 메시지가 나갔고 그걸 보고 고객사에서 개개인 고객들에게 문자 발송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지역에서 택배업무에 종사했던 노동자들의 입장은 달랐다. 이들은 "지난 1일 롯데택배가 (울산지역) 일부 대리점과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소속 택배기사까지 전원해고 함에 따라 그로 인해 울산시내 일부지역에 택배 배송에 큰 차질이 생겼다"면서 "배송차질이 발생하자 고의적으로 허위사실을 전파했다"라고 주장했다.

택배노동자 25명, 왜 직장을 잃었나
 
18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택배노동자 토사구팽 롯데 갑질 폭로'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준 분회장이 해고 이후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18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택배노동자 토사구팽 롯데 갑질 폭로"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준 분회장이 해고 이후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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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택배는 지난 1일, 울산지역 신정대리점과 서울주대리점을 폐점했다. 이로인해 해당 업체에서 일하던 25명의 롯데택배 노동자들도 전원 직장을 잃었다. 

롯데택배는 두 개 업체 폐점에 대해 "합법적인 과정을 거쳐 이뤄졌다"면서 "기존 대리점주가 '더이상 계약을 하지 않는다'라고 했고 이에 따라 폐점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업체에서 일했던 택배노동자들은 "롯데택배의 수수료 삭감 강요와 이에 따른 노동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위장 폐업'과 '기획 폐업' 이뤄졌다"이라고 주장했다. 이창준 서울주대리점 분회장의 말이다.

"롯데택배에서 일하면서 (수수료 절감 등을 문제 삼다) 잘린 사람만 열 명 넘게 봤다. 수수료를 깎아도 참고 일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수수료 절감을 말하더라. '이건 아니다' 싶어 반발했다. 그랬더니 수수료 삭감에 동의하지 않으면 나가라고 하더라. 노조원들과 함께 움직이자 아예 대리점이 폐업을 해버렸다."

대리점 폐쇄에 따라 25명의 택배노동자들이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었지만 현행법상 이들이 구제받을 길은 없다. 롯데택배가 각 대리점과 위수탁계약을 맺기 때문이다. 롯데택배와 위수탁계약을 맺은 대리점들은 택배기사들과 개별 위수탁계약을 맺게 된다. 이로 인해 이번 사례처럼 대리점이 폐점할 경우 해당 대리점과 계약을 맺은 택배기사들 역시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게 된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택배연대) 등 관련단체의 노력으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이 발의됐지만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택배연대에 따르면 당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에는 "택배기사와 대리점 간 업무위탁계약 기간을 6년으로 늘리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롯데택배, 코로나19 허위사실 유포 고발할 것"
 
18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택배노동자 토사구팽 롯데 갑질 폭로' 기자간담회에서 진경호 택배연대노조 수석부위원장이 롯데택배의 폐점 상황을 설명했다.
 18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택배노동자 토사구팽 롯데 갑질 폭로" 기자간담회에서 진경호 택배연대노조 수석부위원장이 롯데택배의 폐점 상황을 설명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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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잃은 택배노동자들은 현재 서울과 울산에서 나눠서 롯데택배를 상대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1분기 유례없는 호황을 누린 롯데택배가 수수료를 높여주지는 못할 망정 수수료로 택배기사 1인당 한 달에 20만 원 이상 (급여를) 삭감하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롯데택배 본사가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울산 지역 현장에는 현재 대체 인력이 투입된 상태다. 롯데택배는 <오마이뉴스>에 "롯데택배 본부측 담당자가 직접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걸로 안다"면서 "최대한 원만하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택배기사들은 저희와 직접 계약을 맺은 게 아니기 때문에 더 전할 말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택배연대 노동자들은 "오는 23일 롯데택배를 코로나19 유언비어 및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롯데택배, #울산, #택배연대, #택배기사, #택배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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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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