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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워킹맘이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아침에 정신없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출근했다가 저녁엔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와 간신히 저녁밥만 챙겨주는 엄마. 

아이와 떨어져 있지만 날씨 좋은 날이면 아이와 함께 꽃놀이 가고 싶고, 눈이 오면 아이와 함께 눈사람 만들며 놀고 싶다 생각했던, 머리속엔 언제나 아이로 가득했던 엄마. 아이와 함께 할 것들이, 하고 싶은 것들이 가득한데 시간과 체력이 따라주지 않아 늘 미안해하던 그런 워킹맘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육아휴직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모자랐던 시간에 대한 갈증을 풀듯 아이와 24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다. 아이가 태어나고 10년 만이다. 다른 기관에 가지도 않고 밖에 나가 자유롭게 뛰어놀지도 못하는, 오로지 집에서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어야 하는 시간이 매일매일 시작되었다.

아이와 부대끼며 엄마로서 마음의 근육을 키우지 못했던 나는 갑자기 닥친 이 상황을 어리둥절하게 보낼 때가 많았다. 학교에 가지 못하는 시간에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찾지 않아도 되고, 아이들 공부를 봐줄 수 있는 상황에 감사하다가도, 하루 종일 내 시간이 1도 없을 때는 신경이 곤두서기도 했다.

이런 나와 달리,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저 엄마와 함께 있는 시간이 아이는 좋은가보다. 어려서부터 엄마와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어 정서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행동을 많이 보였는데, 그 시간을 압축해서 채우듯 아이는 내 옆에 착 붙어있다. 

처음엔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세 끼 밥 챙기는 것부터가 스트레스였는데,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점점 불필요한 욕심이 비워졌다. 너무 빡빡한 기준을 세우지 않고 마음 편하게 아이를 바라보는 일부터 시작했다. 세상이 말하는 기준에서 조금 벗어나서 생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가 서로를 마음에 담는 일이 더 중요하니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경남 창원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자릿수로 줄었다. 오늘보니 봉쇄해 놓았던 아파트 놀이터도 풀어놨다. 이대로 잘 유지된다면 다음달엔 개학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개학을 하고 다시 학원을 다니는 생활이 시작되면 아이와 이렇게 부대끼는 시간도 줄어들겠지?

머지않아 다가올 시간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오늘도 마음을 비운다. 대신 그 비워진 자리에 내 아이를 채워 넣는다. 코로나19가 내게 준 유일한 좋은 점이다.

태그:#코로나19, #마음의거리좁히기, #아이와함께하는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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