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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한국당 원유철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미래한국당 원유철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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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질문하고 있다.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질문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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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교 대표와 공병호 공천관리위원장이 주도한 미래한국당 공천에 의한 파문은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한선교 대표는 총선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안 수정안이 선거인단 투표에서 부결되자 다른 방도를 찾지 못하고 사퇴했다. 이어서 최고위원들도 사퇴하면서 미래한국당 지도부는 붕괴했다. 공병호 공천관리위원장도 경질되었다.

'대리인'으로 파견된 한선교 대표가 '오너'로 활동하면서 일어난 미래한국당 사태의 교훈은 뼈아픈 것이었다. 황교안 대표로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배신하지 않을 사람을 찾아 보내야 했다. 새롭게 대표와 사무총장, 공천관리위원장이 들어섰다.

원유철 대표, 염동열 사무총장, 배규한 공천관리위원장이 미래한국당을 이끌게 되었다. 이들은 친황 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왜 하필 원유철 의원과 염동열 의원이 대표와 사무총장을 맡게 된 것일까?

믿은 도끼에 발등을 찍힌 황교안 대표로서는 이번에는 파문을 일으키지 않을 인사로 미래한국당을 구성해야 했다. 따라서 능력이나 도덕성, 인품보다는 소위 '배신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가 가장 큰 중점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배규한 공천관리위원장은 황교안 대표가 믿을만한 인사다. 이미 자유한국당에서 황교안 대표 특별보좌역을 맡았고, 자유한국당 당무감사위원장도 맡은 인사다. 정당에서 일을 맡아 본 적은 있으나 학자 출신이므로 돌변할 가능성은 낮다.

그런데 다른 인물들은 이미 관록이 있는 정치인들이다. 원유철 대표는 무소속과 새천년민주당, 한나라당을 오가며 5선을 한 중진이다. 능수능란한 정치력으로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파동 이후 원내대표 자리까지 따냈다. 염동열 의원 역시 새천년민주당 당적을 가진 적이 있는 인물로 재선 의원을 지냈다.

중진 의원인 한선교 의원의 갑작스러운 배신으로 위기를 맞은 황교안 대표다. 한선교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하고도 황교안 대표의 예측 범위를 벗어났다. 대표직을 사퇴한 지금도 황교안 대표가 특정 인물에 대한 공천을 요구했다며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다시 황교안 대표보다 정치경력이 긴 인물들을 미래한국당에 보낸 것이다.

원유철 대표는 과거 새누리당 시절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에 출마할 때 합을 맞추어 정책위의장으로 출마했다. 유승민-원유철 조는 이주영-홍문종 조를 꺾었다. 그러나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파동이 발생하자 원내대표직을 이었고, 이후에는 친박과 호흡을 맞췄다. 하지만 원유철 대표를 신뢰의 아이콘이라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원유철 대표와 염동열 사무총장은 불출마를 선언하긴 했지만, 한선교 의원도 불출마를 선언했었으니 조건은 동일하다.

그럼에도 원유철 대표와 염동열 사무총장이 파견된 이유를 추측해보면, 둘 다 비리의혹을 받아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는 점이 작용한 게 아닐까?

원유철 대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및 정치자금 부정지출 관련 혐의에 대해서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염동열 사무총장은 강원랜드 채용 비리와 관련하여 기소되어 업무방해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국회의원이 일반 형사사건으로 기소되어 금고형 이상의 형을 받아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만일 원유철 대표와 염동열 사무총장이 한선교 의원과 유사한 파문을 일으켜서, 거물로 발돋움하더라도 징역형이 확정되면 모든 것이 끝이다. 확정되지 않아도 법정구속의 가능성이 있으니 장기적인 정치 계획을 짜는 것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한선교 의원과는 상황이 다른 셈이다.

이렇게 황교안 대표는 정치적 위기를 맞은 인물을 대표와 사무총장에 앉혀서 이탈 가능성을 원천봉쇄했다. 따라서 앞으로 미래한국당 비례대표는 친황 인물로 구성될 확률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대표는 빠른 쿠데타 제압을 통해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공고히 했다. 인물도 재배치해서 새로운 체제를 만들었다. 총선이 져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든 셈이다. 그러나 덕분에 대표와 사무총장이 모두 1심에서 징역형을 받은 초유의 정당이 만들어졌다.

태그:#원유철, #염동열, #미래한국당, #한선교, #황교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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