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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봉리, 상엿소리 비슷한 선소리 특징
 
처인구 이동읍 묘봉리타맥놀이보존회 회원들
 처인구 이동읍 묘봉리타맥놀이보존회 회원들
ⓒ 바른지역언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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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릿고개로 불렸던 음력 3~4월, 쌀이 다 떨어져 굶주림에 지쳐갈 무렵 조상들은 곧 보리를 베어 떡이나 죽이라도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그 시기를 버텼다. 이후 보리가 다 익어 타작을 할 때면 온 마을 사람들은 노동요를 부르고 타맥놀이로 축제의 한마당을 벌였다. 

경기도 용인에서 보리농사가 성행했던 곳은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 묘봉리다. 특히 이동읍 묘봉리 상리마을은 저수지가 축조되기 전엔 물이 모자라 벼농사를 할 수 없었다. 때문에 다른 지역에 논농사를 위한 노동요가 전해 내려왔던 것과 달리 묘봉리 상리마을엔 용인 상엿소리와 결합한 특이한 타맥소리가 전승됐다. 

선소리꾼 김학수 선생은 묘봉리 상리마을에서 타맥소리를 했던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그는 '어허야~ 어허야~'라는 특이한 후렴이 있는 묘봉리 타맥소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유일한 선소리꾼이다. 

김씨는 농업이 현대화되고 더 이상 타맥놀이가 이어지지 않을 때에도 주민 40여명과 함께 1985년 경기도민속예술 경연대회에 참가해 공로상을 수상하고 1988년 용구문화제에서 이를 시연하는 등 보존에도 힘써왔다. 그러나 이후 마을 주민들이 하나 둘 타지로 이주하면서 1990년대 중반 타맥놀이의 맥은 끊어질 위기에 놓였다. 

타맥놀이는 용인은 물론 경기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향토문화였다. 주로 논농사를 지었던 지역에서 타맥놀이가 그 명맥을 이어오기란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희소성은 곧 보존가치가 높다는 걸 의미했다. 묘봉리 타맥놀이가 맥이 끊길 위기에서 다시 회생했던 데는 그 보존가치를 지나치지 않았던 용인세시풍속연구회 김연희 회장의 노력이 컸다. 

김 회장은 "아버지의 자료를 훑어보던 중 묘봉리 타맥놀이를 보고 재현해 전승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 회장은 2014년 타맥놀이보존회를 구성하고, 2016년 용인민요연구회 현영희(무형문화재 19호 선소리 산타령 이수자) 회장이 김 회장과 함께 이를 창극으로 구성해 공개했다. 

이후 묘봉리 타맥놀이는 선소리꾼 김학수 선생의 고증을 거쳐 보다 옛 모습에 가깝게 재현됐다. 현 회장은 "김학수 선생이 '어허어허 어허야' '어허야~ 어허야~'라고 선소리를 하시는데 '정말 특이하다.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며 "김 선생의 고증에 이야기를 덧붙여 30분 분량의 공연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묘봉리타맥놀이보존회가 재현한 타맥놀이는 보리밭을 가는 과정부터 보리밭 밟기, 씨 뿌리기, 보리를 수확해 도리깨로 타작을 하는 과정까지 하나의 공연처럼 구성됐다. 옛 향토문화를 현대인들도 즐길 수 있도록 재미있는 요소를 곳곳에 추가하기도 했다. 실제 조상들이 보리농사를 지으며 했던 타맥놀이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을 상상력을 동원해 이야기화한 것이다.   

보존회 감사를 맡고 있는 김대용씨는 묘봉리 지역 주민도 아닌 50여명의 시민들이 타맥놀이 보존에 나선 이유에 대해 "우리가 안하면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 있는 옛 문화에 관심 갖고 지켜나갈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5년여 타맥놀이 공연을 이어오고 있는 보존회는 자비를 모아 악기와 도구, 의상을 마련하는 등 보존에 열성적이다. 일각에서 묘봉리 주민이 아닌 외부인들로 이뤄져 가치를 상실했다는 비난이 있었지만 김연희 회장은 '오해'라고 일축했다. 김 회장은 "김학수 선생, 묘봉리 주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옛 모습을 고증하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묘봉리 타맥놀이가 용인시 향토문화로 지정돼 후손에게 이어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 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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