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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지역사회보장협의체 여성다문화분과 ‘외국인 가정의 복지욕구 정책 토론회’
 화성시지역사회보장협의체 여성다문화분과 ‘외국인 가정의 복지욕구 정책 토론회’
ⓒ 송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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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고령화, 노동력 부족 등 인구구조의 변화로 이민정책은 이제 피할 수 없는 국가정책이 되었다. 최근 법무부 출입국정책본부는 이민제도를 새롭게 손 보는 작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와 함께 국내 거주 이주민 증가로 다문화가족과 외국인근로자를 중심으로 한 한국의 이주민 구성은 최근 외국인가정까지 다각화되고 있다.

또한 다문화가족 구성이 다양해지면서 다문화가족지원법 지원대상의 사각지대가 많아지고, 국적 취득까지 소요 기간이 길어져 일시적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주노동자가 전국 1위인 화성시는 외국인 가정이 늘어날 가능성도 어느 도시보다 크다는 점에서, 귀화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 가정 이주여성과 자녀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사회적 안전망 형성이 시급하다.

이에 화성시지역사회보장협의체 여성다문화분과는 외국인 가정 구성원들의 복지 욕구를 파악하여 향후 정책 마련의 기초로 삼기 위한 '화성시 외국인 가정의 복지 욕구에 대한 정책 토론회'를 지난 7일 오후 화성시평생학습관에서 개최했다.

관내 외 다문화가족 및 외국인 주민 지원단체 관계자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번 토론회는 남세현 한신대학교 재활학과 교수가 외국인 가정 14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한 '화성시 외국인 가정에 대한 사례연구' 결과에 대한 주제발표, 최영일 김포시외국인주민지원센터장과 구본규 아주대학교 세계학연구소 교수, 화성시의회 김경희 시의원의 지정토론, 종합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좌장은 이용근 여성다문화분과장이 맡았다.

최성규 실무협의체 위원장은 "화성시의 이주노동자 수는 전국 1위로 이들이 귀화하기까지 과정에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번 토론회가 관내 외국인 주민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의 기틀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가정의 고민과 갈등
  
왼쪽부터 남세현 교수, 이용근 분과장, 최영일 센터장, 구본규 교수, 김경의 시의원
 왼쪽부터 남세현 교수, 이용근 분과장, 최영일 센터장, 구본규 교수, 김경의 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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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세현 교수는 지난 8월에 외국인 가정 14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한 심층면접인터뷰 결과를 발표해 시선을 끌었다.

남 교수는 외국인 가정에 대해 ▲이주노동자 아내의 삶 ▲외국인 가정 엄마로서의 삶과 자녀 양육 ▲이주민 여성 당사자의 삶 ▲문화적 특성 등 4개의 큰 주제를 정하고 이를 다시 한국에 입국한 계기, 일상생활, 자녀 양육 현실 등 12개의 작은 주제를 정해 질문했다.

이러한 구분은 이주노동자의 동반 가족 자격으로 한국에 정착을 시도하는 외국인과 가족들의 생활실태, 지원 관련 욕구와 희망 사항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여러 가지 색다른 시사점을 남겼다.

먼저 전문인력 비자(E7)를 획득한 남편을 따라 입국한 이주여성들은 가사와 자녀 양육으로 일상을 보내고 있으나 심심하고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밖에 나가고 싶고 일하고 싶은데 말도 안 통하고 길도 잘 몰라서 집에서 답답하기만 하고 살림만 해요."(외국인 여성 A)

특히나 배우자인 남편에 대해서는 '너무 바빠서 함께 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불만과 '혼자 버느라 고생하는 남편에 대한 안쓰러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신랑은 아침에 출근했다가 밤에 와요. 신랑을 돕고 싶어도 도울 수 없어요. 쉬는 날에는 자율방범대에서 봉사하고 해서 일요일에도 놀지 못하고 오후 8시, 9시까지 봉사하는 것이 제일 힘들어요."(외국인 여성 B)

남편이 근무시간 외에 참여하는 자율방범대와 같은 봉사활동은 외국인의 비자변경과 유지 등에 유리한 점수를 얻기 위한 활동으로 해석된다.

외국인 가정은 자녀들을 모국에 두고 와서 떨어져 사는 경우도 있었으나 함께 사는 경우에도 자녀들에 대한 걱정이 적지 않았다. 부모의 체류 연장이나 영주권 취득, 귀화 여부 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자녀의 교육이나 모국으로의 귀환을 둘러싼 염려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자녀가 한국에서 교육을 받고 성장하다가 모국으로 돌아갈 경우 언어와 문화적 적응, 차별 등의 문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하는 경우도 있었다.

"걱정이 많아요. 아이가 커서 만약에 국적을 못 받으면 다시 베트남 가서 어떻게 공부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꼭 국적 받고 싶어요. 지금 아이가 한국말 다 배웠어요. 그런데 베트남에 돌아간다면 중학교, 고등학교 공부하기 어려울 거예요."(외국인 여성 C)

이 밖에도 남세현 교수는 12개 작은 주제에서 이전까지 확인할 수 없었던 외국인 가정의 현실과 갈등, 고민을 상세하게 발표해 큰 주목을 받았다.

남 교수는 "도출된 결과를 봤을 때 외국인 가정이 처한 상황을 개선해 나가기 위해서는 ▲보육료 등 자녀에 대한 한국 정착 지원 ▲멘토링과 네트워크 등 동반 이민 가족 적응지원 프로그램 마련 ▲정책 사각지대 외국인 발굴 및 지원 ▲미래의 한국을 함께 이끌어갈 예비 한국인들을 위한 적극적 포용정책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민제도 새롭게 전환해야
  
화성시지역사회보장협의체 여성다문화분과 ‘외국인 가정의 복지욕구 정책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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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제발표에 대해 최영일 김포시외국인주민지원센터장은 "외국인 가정이 당면하고 있는 이러한 문제는 정부의 외국인력정책 특히 각 비자타입, 체류유형에 따른 문제라고 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노동 이민의 관점에서 본 것으로 매우 시의적절하며 노동 이민 초기에 외국인 가정에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한국 사회가 어떻게 고민하고 바꿔야 할 것인지 잘 지적했다"고 말했다.

최 센터장은 "E9(비전문인력 비자)에서 E7-4(숙련기능인력점수제 비자)로 변경한 외국인 근로자들은 한국에서 아내와 자녀 등과 함께 생활할 권리를 갖게 됐지만 과도한 노동시간과 높지 않은 임금으로 인해 교육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자녀를 모국으로 돌려보내는 등 현실적 어려움이 크다"며 "장차 영주권 내지 국적을 취득할 가능성이 높은 전문인력 자녀들과 동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본규 교수는 "이제부터 다시 출산율을 높여보자고 장기적인 대책을 수립할 만한 여유가 우리에게는 없다. 장기체류 이주민과 동반 가족에 대한 연구는 굉장히 중요하다"며 "이제 결혼이주제도를 탈피해서 미국과 호주의 이민제도 등을 검토해 우리 제도를 새롭게 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또 "E9 비자에서 E7 비자로 전환한 외국인 근로자들은 소위 엄친아, 혹은 범생 이주민들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비자변경이 어렵기 때문"이라며 "기간에 따른 외국인의 정착 양상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 이주민 입국 시기에 맞는 정책 수립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희 시의원은 "영유아가 있는 외국인 가정에 보육료를 지원하는 등 가족 적응을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이들이 한국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외국인 가정과 함께 가는 사회,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기다문화뉴스에도 게재됩니다.


태그:#외국인가정, #한국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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