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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럽마산음악관에 전시되어 있던 조두남 흉상이 철거되고 있다.
 창원시럽마산음악관에 전시되어 있던 조두남 흉상이 철거되고 있다.
ⓒ 창원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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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음악관에 전시되어 있던 가곡 <선구자> 악보가 철거되고 있다.
 마산음악관에 전시되어 있던 가곡 <선구자> 악보가 철거되고 있다.
ⓒ 창원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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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립 마산음악관은 '친일' 오명을 씻을 수 있을까.

<오마이뉴스> 보도와 시민단체의 기자회견이 있은 뒤인 7일 창원시가 마산음악관 안에 전시되어 있던 조두남(1912~1984)의 흉상과 밀랍인형, 가곡 <선구자> 악보를 전격 철거했다. 이번 기회에 마산음악관을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마산음악관은 옛 마산시(당시 황철곤 시장)가 2003년 5월 '조두남 기념관'으로 문을 열었다. 개관식에서 열린사회희망연대 회원들이 황철곤 당시 시장에게 밀가루를 투척하면서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이후 마산시는 '조두남 기념관 관련 공동조사단'을 꾸려 친일 행적을 조사했다. 이 때는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이 나오기 이전이었다.

공동조사단은 "조두남은 일제하 만주지역에서 친일 음악 활동을 한 혐의가 짙은 음악가"라고 결론 내렸다. 그리고 시민단체는 윤해영(1909~?)이 작사하고 조두남이 작곡했다고 하는 가곡 <선구자>에 대해 "원래는 <용정의 노래>였다"며 "<선구자>는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했다.

이후 마산시는 2004년 7월 '조두남 기념관'을 '마산음악관'으로 명칭을 바꾸었다. 그리고 음악관 뜰 돌비에 새겨져 있던 <선구자>의 노랫말을 짓뭉개버렸다.

마산음악관에는 조두남을 비롯해 마산에서 출생했거나 인연이 있는 음악가인 반야월(1917~2012), 이수인(1939~ ), 이일래(1903~1979), 김봉천(1941~2013)을 소개해 놓았다. 음악관은 크게 2개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고, 조두남을 한 개의 방에 전시해 놓았으며, 다른 음악가를 다른 방에 함께 전시해 놓았다.

가곡 <선구자> 악보를 비롯한 전시물은 올해 5월 새로 구성됐다. 창원시는 음악관의 전시물이 오래되어 예산 1억원을 들여 리모델링 했다. <선구자>의 경우 음악관 뜰 돌비에는 노랫말을 뭉개버렸는데 내부 전시물에는 '대표 작곡'으로 소개해 놓았다.

이같은 사실은 <오마이뉴스>가 지난 7월 30일 기사 <선구자' 노랫말 비석 짓뭉갰는데 마산음악관 내부엔 전시>를 내보내면서 알려졌다.

이 보도 이후, 열린사회희망연대와 적폐청산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는 6일 음악관 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구자> 관련 설치물과 조두남 형상의 즉각 철거를 요구했다.

이에 창원시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창원시는 7일 오전 음악관 내부에 전시되어 있던 조두남 흉상과 밀랍인형, 그리고 <선구자> 악보를 치웠다.

창원시 문화예술관 관계자는 "조두남 관련 전시물은 점점 줄여 나갈 계획이다. 다른 음악가보다 조두남 관련 자료가 워낙 많다"며 "마산 출신으로 점차 알려지지 않은 음악가를 찾아 전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열린사회희망연대는 6일 기자회견에서 △조두남 흉상과 밀랍인형, <선구자> 악보 철거 뿐만 아니라 △뜰에 있는 '용두레' 우물과 '일송 기증석' 등 <선구자> 관련 설치물의 철거, △<선구자> 영상음악 제거, △조두남을 일방적으로 찬양한 마산음악관 홈페이지 즉각 폐쇄, △5월 구성된 운영위원 10명의 명단 공개와 해촉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창원시 관계자는 "용두레 우물과 일송 기증석은 창원시의회 등과 의견을 모아 논의해 처리할 예정이고, 영상음악은 틀지 않을 것이며, 홈페이지는 보완하도록 할 것이다"며 "운영위원 명단은 공개했고 해촉 여부는 검토해 봐야 한다"고 했다.

이날 철거된 조두남 흉상과 밀랍인형, <선구자> 악보는 음악관 창고에 보관되어 있다. 창원시 관계자는 "밀랍인형 의자도 치웠고 지금은 피아노만 있다. 흉상이 있던 곳에는 악기를 놓든지 다른 대체물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윤해영과 조두남의 친일 행적이 드러나면서 가곡 <선구자> 노랫말이 전시되었다가 철거된 사례는 마산음악관 이외에 더 있다. 서울 동작구 현충원 국립묘지 정자에 있던 <선구자> 가사가 2015년 11월 시민들의 항의로 철거되었던 것이다.

조두남과 윤해영은 민족문제연구소가 펴낸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라와 있다. <선구자>는 처음에 '용정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일본군을 다룬 노래였는데, 해방 후 마치 독립군 노래인 것처럼 바꾼 것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창원시립마산음악관에 전시되어 있는 '친일' 반야월의 전시물.
 창원시립마산음악관에 전시되어 있는 "친일" 반야월의 전시물.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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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립마산음악관에 전시되어 있는 '친일' 반야월의 전시물.
 창원시립마산음악관에 전시되어 있는 "친일" 반야월의 전시물.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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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음악관에는 또 친일 행적을 받는 음악가가 있다. 창원 반월동 출신인 반야월(본명 박창오)은 <불효자는 웁니다> <산장의 여인> <단장의 미아리 고개> <울고넘는 박달재> <산유화> 등을 작곡했다.

반야월은 '결전 태평양', '일억 총진군'과 같은 군국가요 작사에 참여한 경력이 있고, 민족문제연구소가 펴낸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돼 있다.

김영만 적폐정산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 상임의장은 "조두남 전시물을 철거해야 하고, 뿐만 아니라 반야월도 친일행적이 뚜렷하기에 없애야 한다"며 "마산음악관이 민족교육공간으로 새롭게 탄생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송순호 경남도의원(창원)은 7일 전화통화에서 "창원시가 빠르게 조치를 취해준 것에는 고무적이다"며 "마산음악관은 앞으로 실질적으로 마산지역의 음악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남아 있는 용두레 우물과 일송 기증석 등에 대한 처리 방안도 세워야 할 것"이라고 했다.

문순규 창원시의원은 "조두남 흉상과 밀랍인형은 음악관이 개관할 때부터 있었는데, 이번에 철거했다"며 "단편적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고 전체적으로 봐야 한다. 음악관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두남 중심이 아니라 마산 음악인들을 위한 공간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창원시립마산음악관.
 창원시립마산음악관.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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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마산합포구 신포동에 있는 '마산음악관' 뜰에 있는 '일송 기증석'.
 창원시 마산합포구 신포동에 있는 "마산음악관" 뜰에 있는 "일송 기증석".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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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마산합포구 신포동에 있는 '마산음악관' 뜰의 정자(일송정)와 비석. 처음에 비석 앞면에는 <선구자> 노랫말이 새겨져 있다가 짓뭉개 없애버린 것이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신포동에 있는 "마산음악관" 뜰의 정자(일송정)와 비석. 처음에 비석 앞면에는 <선구자> 노랫말이 새겨져 있다가 짓뭉개 없애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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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마산음악관, #조두남, #윤해영, #반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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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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