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시즌 전반기 성적 94경기 34승 58패 2무 .370

처참하게 무너졌다. '적어도 중간은 할 것이다'는 예상은 예상일 뿐이었다. 모든 기록들만이 아니라 구단 안팎으로 전반기 내내 시끄러웠다. 결국 양상문 감독과 이윤원 단장이 물러났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양상문 감독은 고향에서 한 시즌도 채 마무리짓지 못 하고 중도 하차했다는 것이다. 86년 청보 핀토스 허구연 감독(현 MBC 해설 위원)이 57경기 만에 중도 퇴진한 것 이후 33년 만에 최단기간 하차를 기록한 셈이다.

 '우리'가 아닌 '각자' 해야 했던 야구
 
 29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에서 롯데 양상문 감독이 비디오 판독 요청 후 더그아웃을 향하고 있다. 2019.5.29

▲ 양상문 전 감독 롯데 양상문 전 감독 ⓒ 연합뉴스




1) 그래도 간판스타 – 이대호, 전준우, 손아섭

하위권 팀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 중 한 가지는 투, 타 분야에서 특정 선수만이 팀을 이끌어가는 점이 도드라진다는 것이다. 올 시즌 롯데의 전반기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정 선수들만 팀을 이끌었고 나머지 다른 선수들은 별 다른 힘을 쓰지 못 하였다.

타선에서 역할을 한 선수는 전준우(17개, 홈런 공동 4위 / 112개, 최다안타 공동 6위)와 이대호(69타점, 타점 부분 6위/ 6개, 희생 플라이 부분 공동 7위) 정도다. 이 밖에 손아섭(103개/ 최다안타 12위) 정도 3명이 눈에 띈다. 문제는 득점권 타율 10위 권 안에 들어간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 그나마 타율 .305로 전체 23위에 이대호 선수 혼자 있다. 이대호 선수만이 그나마 '버텨가면서' 타점을 올린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하위 타선, 특히 포수의 공격력이다. 올 시즌 전반기에 롯데의 포수 3명 (안중렬, 김준태, 나종덕)의 타율은 각각 .197, .159, .158로 모두 2할을 넘기지 못 하였다. 가뜩이나 폭투 때문에 이중 삼중의 스트레스까지 감안한다면 전반기 내내 지옥 같은 하루가 이어졌을 것이다. 성적이 좋지 않다는 것 보다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플레이가 더더욱 안 풀리는 것은 아닌지 한 번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상황이다.

2) 3명만이 지킨 마운드 - 레일리, 고효준, 박진형

투수진 최다승은 레일리(20경기 5승 7패 평균자책점 3.57) 혼자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평균자책점 부분 12위를 기록한 것.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마운드에서 꿋꿋이 타선이 터질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이번에는 허리와 마무리를 살펴보자. 믿겨지지 않겠지만 올 시즌 롯데 투수진 중에서 리그 1위를 기록한 선수가 있다. 그 주인공은 놀랍게도 올 시즌 전반기 최다 등판을 기록한 고효준 투수다(53경기 44.1이닝 2승 7패 14홀드 평균자책점 5.68). 고효준 투수는 홀드 부분도 공동 7위를 기록했다. 마무리 투수는 박진형(21경기 2승 5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3.66) 투수가 손승락 투수를 대신해 분전했다.

하지만 바꿔서 말을 하면 이 투수들 외에는 '나올 투수가 없었다'는 뜻이다. 좀 더 잔인하게 이야기 하면 롯데는 레일리-고효준-박진형 투수가 나오는 경기만 승산 있는 야구가 가능했던 셈이다.

구단의 묵은 '습관 고치기'에 자이언츠의 명운 달려

 
역대 롯데 감독, 감독대행의 재임기간 역대 롯데 감독들의 재임기간.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은 1년도 못 채운 감독들이 많았고 중도 퇴임도 상당히 눈에 많이 띄었다.

▲ 역대 롯데 감독, 감독대행의 재임기간 역대 롯데 감독들의 재임기간.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은 1년도 못 채운 감독들이 많았고 중도 퇴임도 상당히 눈에 많이 띄었다. ⓒ 장정환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이 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 속담의 뜻은 한 번 든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는 평범한 내용이고 누구에게나 통할 수 있는 진리다. 하지만 올 시즌 롯데를 보면 쌓이고 쌓인 습관이 결국 올 시즌 한꺼번에 다 나타났다. 손가락질 받아도 할 말 없는 상황이다. 가장 수면 위로 오른 것은 감독의 재임기간이다.

필자는 롯데 역대 감독 재임 기록 중 '감독 재임 기간'을 가장 눈 여겨 보았다. 그 이유는 감독에게 일정 계약 기간을 주고 구단에서 얼마나 참고 기다려 주는지 보여주는 지표 중 한 가지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롯데는 지금까지 18명의 감독을 모셨고(얼마 전 퇴임한 양상문 감독이 18대 감독이었다), 감독대행을 지금까지 (공필성 대행 포함) 총 9번을 겪었다. 따라서 단순 계산을 통해 '표면적으로' 모셨던 그리고 모시고 있는 감독이 27명이다.

이를 놓고 따져 보았을 때, 롯데는 1982년부터 감독들이 임기를 평균 2년을 채 못 채웠다는 것이다. '롯데 감독의 실제 계약 기간은 핸드폰 약정 기간보다 짧다'는 비아냥이 왜 나오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른 팀과 비교를 하지 않아도 비정상적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럼 이 '습관'이 이번 시즌에만 도드라졌을까? 아니다. 1980년대 1990년대 그리고 2000년대에도 이런 '습관'이 나타났다. 아래 표를 보면 나오지만 롯데의 감독 재임기간이 1년 미만 재임기간이 꽤 자주 나타났다. 결국 30년도 넘은 이 '습관'이 올 시즌도 다시 나타났음을 의심해 볼 수 있고 불 같은 여론을 잠재우는 데 가장 먼저 지금까지 '손쉽게' 한 조치는 시즌 중 '감독 도중 사임'이라는 것을 의심할 수 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올 시즌은 이윤원 단장까지 동반 퇴임시켰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양상문 감독 사퇴의 뉴스의 충격 강도가 '덜'했던 것이다.

또 한 가지 롯데 구단이 이번 기회를 통해 반드시 깨달아야 하는 것은 '품 안의 자식의 중요성'이다. 이유는 사람과 사람간의 인연이기 때문에 어떻게 언제 시작할지 그리고 끝이 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유독 롯데 구단에서 뒷맛이 개운하지 않은 구단과 선수와의 이별이 많았다. 올 시즌 전 노경은 선수의 FA 계약 2억 원 사건은 자생력이 없는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는 모기업의 결재를 받아야 돈을 지급 하기에 분명 큰 돈 일 것이다. 하지만 제 3자 입장에서 보았을 때 '충분히 협의 가능한 것 아닌가'하는 지적을 받을 사건이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금은 두산으로 흘러 간 장원준 선수의 5년 전 협상 과정도 무엇인가 매끄럽지가 않았다. 분명 돈을 구단에서 더 준다고 하였는데도 불구하고(당시 두산 84억, 롯데 88억) 당시 롯데를 떠나 두산으로 이적 한 것은 단순한 돈 문제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얼마 전 송사 결과가 나왔던 린드블럼 투수(현 두산 베어스)도 그렇게 깔끔한 결별이 아니었다. 이렇게 나열한 선수만 벌써 3명이고 모두 팀에서는 핵심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구단의 무성의함으로 인하여 '결별마저' 잡음과 함께 끝나거나 아직까지도 끝이 개운하지 않은 사례가 나오고 있다는 점은 구단이 지금부터라도 습관을 고쳐야 함을 나타내 주고 있다.

1982년부터 38년간 쌓인 잘못된 마일리지, 이제는 청산해야

롯데는 삼성 라이온즈와 더불어 프로야구 태동 원년부터 지금까지 팀 명이 바뀌지 않은 구단이다. 따라서 40년에 가까운 역사를 지닌 구단이기에 불명예스러운 기록이 쌓일 확률도 크다. 하지만 단순 계산을 해 보아도 평균 2년을 못 넘기는 감독들의 재임기간과 지속적으로 드러나는 깔끔하지 못 한 선수와의 결별은 분명 문제점이다. 안타깝지만, 양상문 감독도 그렇게 구단에서 들인 '습관대로' 일 처리를 한 인상이다.

아무튼 구단은 공필성 감독 대행으로 이번 시즌을 마무리 짓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시즌 종료후 19대 감독 선임 작업을 하겠다고 하였다. 중요한 것은 '습관적으로' 일을 처리 하고 마무리 짓는 빠른 수습이 아니다. 적어도 이번 사건을 통해 지금까지 쌓여온 습관을 내년 시즌부터는 '바꾸고 고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특히 감독의 재임 기간 문제는 가장 시급하다. 이런 재임 환경에서 누가 본인의 커리어를 만들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올 시즌 전반기 롯데는 시즌 리뷰보다 1982년 원년부터 지금까지 쌓아온 '잘못된 38년간의 마일리지'부터 청산해야 함을 드러내 더욱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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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자이언츠 #양상문감독 #중도퇴임 #감독들의무덤 #원년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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