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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둘레길 100인 원정대’ 완주자들이 6월 22일 서울창포원에서 구경모 서울둘레길 안내센터장(오른쪽)으로부터 완주인증서를 받고있다.
 ‘서울둘레길 100인 원정대’ 완주자들이 6월 22일 서울창포원에서 구경모 서울둘레길 안내센터장(오른쪽)으로부터 완주인증서를 받고있다.
ⓒ 서울둘레길 안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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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토요일 아침마다 짧으면 4시간, 길면 8시간 산행을 11번 연속 한다는 게 보통 독한 마음으로 되는 게 아니죠. 안 빠지려고 지인 결혼식 축의금도 다른 사람에게 맡긴 분들도 부지기수입니다." (서울둘레길 안내센터의 한 직원)


6월 22일 오전 9시 서울 도봉구 우이동 만남의광장에는 88명의 '서울둘레길 원정대'가 모였다.

이들은 서울둘레길 8개 코스 157㎞를 매주 토요일마다 함께 걷는 프로그램의 '최후 생존자들'이다. 9.5km만 더 가면 나오는 서울창포원에는 대망의 완주인증서가 이들을 기다린다.

북한산 둘레길 8-3코스는 만남의광장을 출발해 우이령 갈림길-왕실묘역 길-연산군묘역-정의공주 묘-쌍둥이전망대-도봉탐방지원센터로 이어진다.

대모산-구룡산-우면산, '진짜배기' 코스
 
‘서울둘레길 100인 원정대’ 완주자들이 6월 22일 서울 도봉구 방학동의 연산군묘를 둘러보고 있다.
 ‘서울둘레길 100인 원정대’ 완주자들이 6월 22일 서울 도봉구 방학동의 연산군묘를 둘러보고 있다.
ⓒ 서울둘레길 안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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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코스에 진입하기 직전에 연산군묘를 만났다. 연산군은 폭정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군(君)으로 강등된 상태에서 죽었기 때문에 그의 무덤을 능(陵)이라고 부르지 않고, 묘라고 부른다는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조선의 다른 왕릉들과 달리 입장료를 내지 않고 묘역을 둘러볼 수 있는 것은 덤이다.

둘레길은 산을 끼고 조성된 길이지만, 길목마다 오르막내리막을 만나는 것은 피할 수가 없다. 특히 정의공주묘-쌍둥이전망대로 이어지는 3km의 방학동 길은 줄곧 오르막이 이어져 초심자에겐 다소 숨이 가쁜 코스.

힘든 기색을 드러내지 않고 앞사람 발만 보고 가는 기자 옆을 중년의 여성 원정대원들이 추월하며 무심하게 한마디했다.

"그래도 하루에 산 3개를 지날 때보다는 오늘이 훨씬 수월하네.", "그럼!! 그럼!"

나중에 알아보니 이들이 말한 '하루에 산 3개' 코스는 대모산-구룡산-우면산으로 이어지는 6코스였다. 서울둘레길 안내센터 직원들도 "그 코스가 진짜배기"라고 입을 모았다.

157km 서울 둘레길, 100명이 함께 돈다
 
‘서울둘레길 100인 원정대’ 완주자들이 6월 22일 도봉옛길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서울둘레길 100인 원정대’ 완주자들이 6월 22일 도봉옛길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서울둘레길 안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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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둘레길 100인 원정대'는 둘레길이 정비된 2014년 시작해 올해로 10기를 맞는다.

서울둘레길의 장점을 꼽으라면, 서울시 담당자들이나 이용객 모두 '교통접근성의 편의'를 든다. 집을 나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시내 어느 곳에서든 20~30분 이내에 둘레길 입구를 만날 수 있다. 서울시 산림이용팀의 김병완씨는 "제주올레길을 돌려고 굳이 비행기를 탈 필요가 있겠나? 주변 사람들에게는 제주도에 가고싶으면 서울둘레길을 먼저 돌아보라고 권한다"고 말한다.

서울둘레길의 총연장은 제주올레길(약 425km)의 1/3 정도 된다. 그럼에도 157km를 혼자 돌기에는 아무래도 벅찬 느낌이다.

'100인 원정대'는 둘레길 초심자들이 조를 짜서 트레킹 전문가의 안내를 받으면 완주가 수월하지 않겠냐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원정대는 10명씩 조를 짜서 움직인다. 처음에는 말 섞기가 서먹서먹하지만, 나중에는 '없던 동지애'가 생길 정도로 친해진다고 한다.

10기 내내 단합이 가장 잘됐다는 5조의 조장은 대만 출신의 화교 제갈혜화(44, 게임업)씨가 맡았다. 평소 서울둘레길을 완주해보고 싶었는데, 혼자 걷기보다는 함께 걷는 것이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원정대에 참여했다. 제갈씨는 "처음에는 굉장히 어색했는데, 이제는 모일 때마다 뒷풀이를 안한 적이 없을 정도로 친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음달 4일부터 11기 모집
 
‘서울둘레길 100인 원정대’ 완주자들이 6월 22일 출발에 앞서 ‘인바디’ 측정을 하고 있다.
 ‘서울둘레길 100인 원정대’ 완주자들이 6월 22일 출발에 앞서 ‘인바디’ 측정을 하고 있다.
ⓒ 서울둘레길 안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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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참가자들을 품으려고 하지만, 아무래도 건강 이슈에 관심이 많은 노년층들의 참여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편이다(50대 53.9%, 60대 26.3%).

노년층 원정대가 많다보니 등반 도중의 '돌발상황'에도 항상 대비해야 한다. 원정대를 지원하는 스탭 한용재씨는 무거운 제세동기를 등에 짊어지고 매 코스를 동행했다. 한씨는 "혹시라도 이걸 쓰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 하면서 산을 걷는다"며 씨익 웃었다.

10기 원정대에서 40살 이하는 대여섯 명에 불과하다. 특히 명덕여고 3학년 문가연(19)씨가 원정대에서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고 한다.

12개 코스를 완주한 문씨는 "체력증진을 위해 둘레길 원정대에 참여했다"고 한다. "토요일 오전 시간에 다른 친구들은 주로 무엇을 하냐?"는 질문에 그는 "다들 학원에 간다. 집 안에서 할머니와 같이 살아서 나이 많은 어른들에게 그다지 거리감은 안 느낀다"고 답했다.

아무리 단단히 준비를 해도 12번의 모임에 계속 나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황정은(38, 조경기능사)씨는 산불이 난 고향(강원도 속초)을 다녀오느라 6코스 원정(4월 6일)을 함께 하지 못했다.

원정대는 황씨처럼 개근을 하지못한 사람들이 완주를 할 수 있도록 '보충'의 기회를 준다. 둘레길 모임이 없는 날을 골라서 둘레길을 돌면서 '인증샷(주요지점의 사진들)'을 전송하면 둘레길 안내센터의 출결 책임자가 해당 구간의 완주를 인정해주는 제도다. 황씨는 이런 과정을 거쳐서 마지막날 '완주인증서'를 받았다. 황씨는 "혼자서는 완주가 힘들 것 같아서 100인 원정대에 지원했다. 저보다 훨씬 나이 많은 어른들이 열심히 걷는 모습을 보며 자극을 많이 받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서울둘레길 100인 원정대’ 완주자들이 6월 22일 서울창포원에서 작별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서울둘레길 100인 원정대’ 완주자들이 6월 22일 서울창포원에서 작별의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서울둘레길 안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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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를 마무리하는 날에는 "둘레길을 함께한 애견에게도 완주인증서를 달라"는 민원에 둘레길 안내센터 직원들이 난처해하는 일도 있었다. 안내센터의 관계자는 "(북한산) 국립공원에서는 반려동물 출입을 법으로 막고있는데 (동행하지도 않은 개의) 인증서를 달라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한 요구였다"고 말했다.

서울둘레길 100인 원정대는 참여자의 93.4%('매우 만족' 52.6, '만족' 40.8%)가 만족 의사를 보일 정도로 높은 프로그램이다.

11기 원정대(8월 17일~11월 16일)는 8월 4일까지 모집한다. 자세한 사항은 서울둘레길 안내센터 홈페이지(https://gil.seoul.go.kr/walk/sub/introduce/notice_view.jsp?idx=161) 또는 전화(02-779-7903~4)로 문의하면 된다.

태그:#서울둘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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