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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소렌토 해안으로 잿빛 구름이 몰려온다. 부두에서 보니 멀리 나폴리항 주변이 선명하게 보이질 않는다. 여행은 날씨도 한몫을 하는데 걱정이다. 카프리로 가는 배 시간이 다가오자 관광객들로 선착장이 붐비기 시작한다.

선착장에서 잠시 기다리다 쾌속선에 몸을 실었다. 승선인원은 1천 명 안팎이다. 출항한지 얼마 되지 않아 바다 내음을 맡을 겸 갑판 위로 나왔다. 잿빛 하늘이라 멀리 베수비오 화산 분화구의 모습은 구름에 가려 볼 수 없다.

날씨 걱정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벌써 도착시간이 다 되어 간다. 쾌속선이라 빠르다. 출항한지 20여 분 만에 카프리항에 도착했다.

관광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카프리섬

카프리항은 소렌토항과 다르게 많은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인근 나폴리, 아말피, 포지타노 등 여러 곳에서 쾌속선들이 카프리항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선착장에 내려 항구 주변을 살펴보았다. 항구 바로 앞에는 많은 상가가 밀집되어 있다. 카프리를 찾는 관광객을 상대로 주로 먹거리 영업을 한다.
 
카프리섬 주위로 저녁 노을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는 모습
 카프리섬 주위로 저녁 노을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는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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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리섬 주위로는 하얀색의 집들이 촘촘히 붙어 있다. 하얀색으로 지중해의 뜨거운 햇살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하얀 집들 사이로 유난히 울긋불긋한 모습이 보인다. 마을 안에 주민들이 묘지를 조성해 놓았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마을 한가운데 묘지를 조성해 놓은 모습이 이채롭다.

카프리섬의 유래

이탈리아 캄파니아주 소렌토 반도 앞바다에 위치한 면적 10.4㎢의 섬이다. 전체가 용암으로 이루어진 작은 섬이다. 카프리는 15세기 아말피 해안에 출몰하는 해적을 피하기 위해 고지에 형성된 마을이다. 카프리 섬에는 두 개의 마을이 있는데 동쪽과 중앙이 카프리 마을이고 서쪽이 아나 카프리 마을이다.

로마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와 티베리우스 황제가 개인 별장으로 사용하면서 유명해졌다. 기원전 29년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카프리섬을 방문하여, 섬 주변의 아름다움에 반해 카프리를 통째로 사들였을 정도다. 로마의 여러 황제들과 귀족들로부터 경치 하나만으로 최고의 찬사를 받았던 곳이다. 카프리는 지금도 이탈리아 남부의 세계적인 휴양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지중해의 보석 카프리섬 투어

카프리섬 관광은 항구에 내리자마자 바로 시작된다. 항구 왼쪽으로는 미니버스 정류장이 있다. 오른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푸니콜라레(Funicolare)라는 케이블카 타는 곳도 있다. 우리는 미니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카프리섬의 교통수단은 미니버스, 푸니콜라레 그리고 주민복지를 위해 특별히 허가해준 영업용 택시가 전부이다.

버스가 도착하여 이제 지중해의 보석이라 불리는 카프리섬 관광에 나섰다. 섬이 크지 않다 보니 카프리섬 중턱으로 가는 도로가 좁다. 그래서 버스도 전부 미니버스이다. 좁은 산악도로를 주변 경관을 구경하며 올라가는데 맨 먼저 소방서가 보인다. 소방서에 대기하고 있는 차량들을 보았다. 소방차도 전부 미니형으로 만들어 항시 출동 준비를 갖추고 있는 모습이다.

차창 밖으로 카프리섬 주위 해안의 모습을 보니 정말 환상적이다. 푸른 물감을 바다에 풀어 놓은 듯 아름답게 보인다. 싱그러운 바다 내음을 맡으며 섬 중턱으로 올라간다. 오른쪽 창가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갑자기 비명을 지른다. 창밖에 가파른 절벽이 바로 보이니 무서웠나 보다. 전부 왼쪽으로 자리를 옮긴다. 밑을 보니 정말 아찔하다.
 
절벽 위에서 바라다 본 카프리항 주변의 모습
 절벽 위에서 바라다 본 카프리항 주변의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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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리 섬은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직접 눈으로 보는 게 더 좋다. 지중해의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이다. 절벽 위에서의 스릴 넘치는 순간이 지나자 바로 리프트를 타는 정류장에 도착을 했다. 리프트 정류장 안에 카프리섬 주변 경관을 찍은 멋진 사진들이 걸려있어 시선을 끈다. 이제 섬의 최고봉인 솔라로 산으로 오르는 리프트를 타고 몬테솔라로 전망대로 올라간다.

세지오비아(Seggiovia)라고 부르는 일인용 리프트를 타고 느릿느릿 출발을 한다. 리프트 길이는 1211m이며 탈 때 보조요원이 도와준다. 그래도 순발력 있게 잽싸게 타야 한다. 해발 589m인 정상까지 리프트를 타고 올라간다. 리프트 아래로 펼쳐지는 멋진 모습을 보면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지중해의 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정원 그리고 수집된 조각품들도 보인다. 그리고 멀리 아나 카프리 마을의 모습도 보인다.

리프트를 타고 10여 분 올라가니 몬테솔라로 전망대에 도착했다. 전망대에서 바라다 본 카프리섬 주변의 모습은 우리를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해안가에는 수많은 부호들의 별장들이 보인다. 정상에서 언제 또 여기에 오겠나 싶어 커피 한 잔으로 아쉬운 시간을 달랜다. 주변 경관에 심취해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로 인증사진을 찍는다. 여기저기 다니며 부지런히 셔터를 터트리는 모습을 본다.

시간 제약상 카프리섬의 구석구석은 전부 보지 못했지만 해외 유명 인사들이 왜 여기로 찾아오는지 알 것 같다. 그리스의 선박왕 오나시스도 카프리섬을 그렇게 사랑했다고 한다. 오나시스는 한때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영부인이었던 재클린 여사와 재혼하여 화제를 뿌렸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리고 영국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왕비 그리고 우리나라 축구선수 박지성이 카프리섬으로 신혼여행을 와 더 유명한 곳이다.
 
리프트에서 찍은 아나 카프리 마을의 모습
 리프트에서 찍은 아나 카프리 마을의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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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리 섬은 사랑의 도피 장소라는 전설이 전해진다. 사랑에 빠진 어린 연인들이 부모의 동의를 받을 수 없을 때 이곳으로 도피했다는 이야기다.

이탈리아의 칸초네 '카프리의 사랑 이야기'에는 오직 사랑밖에 모르는 두 남녀의 애절한 로맨스가 아름다운 카프리 섬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사실 이곳은 오래전부터 로맨틱한 장소로 각광받았던 곳이다.

나폴리항 주변의 모습

카프리 섬 관광을 마치고 이제 세계 3대 미항 중 하나인 나폴리항으로 간다. 멀리 베수비오 화산의 모습이 보인다. 낮에는 시커먼 구름이 잔뜩 끼어 경치가 별로였다. 그러나 저녁노을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자 나폴리만 주변의 모습은 180도로 바뀐다. 비록 시커먼 구름이 앞을 가리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몽환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카프리항에서 출발하여 50여 분 만에 나폴리 베베렐로(Beverello)항에 도착했다. 항구에 도착하여 언덕 위를 보니 카스텔 누오보(Castel Nuovo)성이 보인다. 누오보성은 도로의 가로등 불빛에 비쳐 그 모습만 시커멓게 보인다. 그냥 이름 그대로 방어용 성채(城砦) 용도 이외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

나폴리항 선착장에 내려 카스텔 누오보 성 주위로 걸어 보았다. 도로가를 벗어나니 주변이 너무 지저분하다. 불빛이 희미한 우범지대 같은 곳도 보인다. 나폴리항 부두에 정박한 크루즈선들의 모습만 화려하게 보인다. 나폴리 베베렐로(Beverello)항 주변에서 1시간여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아무것도 눈에 와닿는 곳은 없었다.

[참고문헌]

정여울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
조영자 <재미있고 신비로운 지중해 3국과 유럽여행기>
정보상 <유럽에서 꼭 가봐야 할 여행지 100>

 

태그:#카프리섬, #카프리섬 유래, #카프리섬 투어, #아나 카프리, #유명 신혼여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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