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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두골, 한욱골, 뒷골, 대목골, 작은 대목골, 작은 육골 등 여섯 골짜기로 이루어져 있는 지금의 육동(陸洞)마을(진도군 조도면 육동리 소재)은 예부터 '골짜기가 깊어 물이 많았다'는 뜻으로 '여섯골'이라는 지명을 사용했다. 물이 얼마나 많았는지 육동 마을 삼거리 길목에 거주하던 가옥 일곱 채가 큰물에 바다로 떠내려갔다는 이 마을 어르신들의 회고가 아직도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이러한 구전을 입증이라도 하듯 1989년 육동 마을 지근두골에 조도 상수원이 준공돼 지금까지 섬사람들의 식수난을 해결하고 있다.
 
저 멀리(원형표기) 불등 아랫샘이 밀물에 의해 잠겨 있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인다.
▲ 밀물에 잠긴 불등 아랫샘 저 멀리(원형표기) 불등 아랫샘이 밀물에 의해 잠겨 있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인다.
ⓒ 진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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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에는 갯가에서 나오는 물이라고 불리는 '신비의 갯샘' '불등 아랫샘'이 있다. 여섯 골짜기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이 땅속 바위틈을 뚫고 솟아나는 용천수로 물웅덩이를 이루고 있다. 만조가 되면 갯샘은 바닷물에 잠겨 사라지고 간조 시에는 그 모습을 들어 요즘같이 더운 여름철 오가는 행인들의 갈증을 해소해준다. 염기가 섞인 바닷물이 빠지면서 갯샘의 웅덩이에는 산골짜기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로 채워지고 가득 찬 물은 그대로 바다로 흘러가기 때문에 전혀 짜지 않고 시원하기까지 하다. 때마침 서울에서 도서지역 탐방을 하고 있다는 박희섭(44)씨를 만나 갯샘의 물맛에 대해 여쭤봤다.
 
지나가는 행인들이 불등 아랫샘에 잠시 들러 물을 마시고 있다.
▲ 불등 아랫샘에서 물을 마시는 행인 지나가는 행인들이 불등 아랫샘에 잠시 들러 물을 마시고 있다.
ⓒ 진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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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지나가다가 '과연 물이 짜지 않을까?'라는 호기심이 발동하여 반신반의(半信半疑)하는 마음으로 물을 마셔봤더니 전혀 염기도 없고 물이 짜지 않더라고요. 어떻게 이런 물웅덩이가 바닷가에 자리하고 있는지 참 신기하네요."

이 갯샘은 조도 상수원이 준공되기 전까지만 해도 육동 마을 사람들의 공동 우물터로 동네 장정(壯丁)들은 식수와 생활용수를 물지게로 날랐고, 섬 아낙들은 물웅덩이 밑에서 빨래까지 할 정도로 물이 풍부해 마르지 않았다고 한다.
 
가까에서 내려다 본 갯샘은 거울처럼 맑고 투명했다.
▲ 불등 아랫샘 가까에서 내려다 본 갯샘은 거울처럼 맑고 투명했다.
ⓒ 진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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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더 놀라운 것은 불등 아랫샘 주변이 '생태계의 보고'라는 점이다. 갯벌로 이루어진 이곳 육동 마을은 갯샘 옆으로 '지채'가 자라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갯 창포'라고 불리는 지채는 국가 단위 멸종위기 2급 보호종으로 밀물 때는 바닷물 속에 잠겨 있다가 썰물 때 모습을 드러내면서 바닷물을 먹고 자라는 염생식물이다. 생김새는 육상의 부추와 같은 형태를 띄고 있으며 크기는 최대 30~40cm까지 자란다. 이른 봄 어린 새싹은 무침으로 식용할 수 있다.
 
바닷물이 빠진 간조에 불등 아랫샘 주변으로 지채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 지채 바닷물이 빠진 간조에 불등 아랫샘 주변으로 지채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 진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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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 아니라 큰 도로변에서 불등 아랫샘으로 내려가는 길 좌측 콘크리트 모서리 부분에서 억척스럽게 자라나는 '번행초'를 발견했다. 보통 제주도를 비롯해 도서 해안가 백사장에서 자라는 번행초는 여러해살풀로 잎은 둥그런 삼각형의 달걀 모양을 띄며 4월부터 11월까지 노란색의 꽃이 핀다.
 
콘크리트 바닥에서 억척스럽게 피어나는 번행초의 강인한 생명력을 볼 수 있었다.
▲ 번행초 콘크리트 바닥에서 억척스럽게 피어나는 번행초의 강인한 생명력을 볼 수 있었다.
ⓒ 진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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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섬사람들의 식수원을 책임졌던 '불등 아랫샘'은 더운 여름철 목말라 하는 행인의 청량제 역할을 하며 오늘도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태그:#진도조도육동마을, #불등아랫샘, #갯샘, #물웅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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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진도 조도(鳥島)출생 前초당대학교 정보통신공학과 졸업 現노무현 재단 문화예술특별위원 現칼럼니스트 現브런치 작가 現대한민국 캘리그래피 명장 現캘리그래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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