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7일 개막하는 세계 최대 항공 산업전, 2019 파리 에어쇼에서 보잉(Boeing)사가 신규 항공기 B797 시리즈의 개발을 공식 발표할 전망이다. 이는 보잉사가 지난 2017년 파리 에어쇼에서 베스트셀러 단거리용 항공기 B737 시리즈와 최신 중장거리용 항공기 B787 시리즈 사이의 중거리 항공기 개발 의사를 밝히자 미국의 델타항공(Delta Air Lines)을 비롯한 복수의 항공사가 적극적 관심을 표한 지 2년 만이다.
보잉사가 추진 중인 New Mid-Market Airplane Program은 200명 중반대의 승객, 5200nm(9600km)의 항속거리를 가진 중형 광동체기, B797 시리즈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아래 그림에서와 같이 보잉사의 현대 항공기 기단이 공략하지 못한 마지막 하나의 시장, 중거리용 중형 항공기 시장을 위한 것이다.
초대형 여객기 A380이 손익분기점을 겨우 넘기며 생산 중단된 것에서 볼 수 있듯, 오늘날은 기존의 거대 허브 도시 간 연결이 아닌, 여러 도시 간의 거미줄과 같은 촘촘한 연결이 확실한 대세로 자리매김하였다. 이러한 환경에서 B797 시리즈가 향후 20년간 4천 대 이상 판매될 것이라고 엔진 공급사들이 예측하자, 보잉사는 자사 최신 항공기 B787 시리즈와 베스트셀러 B777 시리즈의 장점을 합쳐, 높은 연료 효율과 긴 항속거리를 바탕으로 중거리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장의 가장 큰 관심을 받는 부분은 복수의 외신이 B797 시리즈가 1인 조종사 체제 로 운영될 것이라고 분석하면서이다.
3인용이었던 항공기 조종실, 1인용 될까?
초창기의 제트 항공기는 비행 기관사를 비롯한 3명의 조종사가 비행하였지만, 비용 절감을 위해 비행 기관사를 발전한 전자 장비로 대체하여 2명의 조종사가 오늘날의 항공기를 조종한다. 이러한 항공기는 두 명의 조종사가 장치 조작, 조종 등을 담당하는 Pilot Flying(PF)과 지상과의 교신, 계기 모니터링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Pilot Monitoring(PM)으로 분업하여 비행한다.
보잉사는 장기적으로 PM 조종사를 로봇을 비롯한 컴퓨터 장치와 여러 항공기를 동시에 감독하는 지상의 관리자로 대체하여 비용을 크게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보잉사는 로봇 조종사 개발 업체, 오로라 플라이트 사이언스(Aurora Flight Sciences)를 인수하였으며, 지난 1월에는 소형 무인 항공기가 시험 비행에 성공하였다. (로봇 조종사 영상
https://youtu.be/om18cOWFL3Q)
이러한 시도는 사실 보잉사만의 시도는 아니다. 보잉사의 영원한 라이벌, 에어버스사도 완전 무인 여객기를 실현할 AI를 개발하고 있다고 지난 1월 최고기술책임자(CTO) 그라지아 비타디나가 밝힌 바 있다.
보잉, 당장은 선 긋지만……. 비용 절감 열풍인 항공사에는 최고의 선택지
보잉사의 찰스 톱스 부회장은 지난 2월 CNBC와의 인터뷰에서 DHL과 FedEx와 같은 항공 화물업체부터 1인 조종사 항공기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화물기로부터 시작하여 충분한 시장 검증을 거친 뒤, 여객기에도 1인 조종사 체재를 도입 하겠다는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저비용 항공사의 가파른 성장을 비롯한 업체 간의 경쟁 심화로 인하여 항공업계는 기재 단일화, B787, A350 시리즈와 같은 고효율 항공기의 도입, 일등석 폐지 등 비용 절감을 위해 다양한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조종사 한명을 양성하고 조종사 자격을 유지하는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에, 1인 조종사 항공기가 최고의 선택지임이 분명하다. 이에 일부 항공사들은 1인 조종사 항공기에 공개적 관심을 나타냈다.
지금도 1인 조종사 항공기가 있지만……. 반대 목소리 속 확대 적용 가능할까?
사실 제트 항공기에서 1인 조종사 체재가 처음 시도되는 것은 아니다. 혼다 사의 혼다 제트, Cessna 사의 Citation CJ4 등 소형 제트 항공기에서 미연방 항공청(FAA)의 매우 엄격한 기준 아래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성공 사례가 1인 조종사 체제의 낙관론을 뒷받침하기도 한다.
그러나 당장 기술이 발달하더라도 1인 조종사 체제의 적용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우선 미연방 항공청(FAA)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항공기 크기와 비행 시간 등에 따라 최소 승무원 수와 연속 근로 시간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이에 1인 조종사 항공기 시대가 오기 위해서는 이러한 규정의 대대적 수정이 불가피하지만, 벌써부터 반대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또한 지난 2015년 저먼윙스 9525편이 기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부기장이 자살비행을 하여 150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뒤 유럽항공안전청(EASA)이 어떠한 경우에도 조종실에는 2명 이상의 조종사가 있도록 규정을 강화한 만큼, 1인 조종사 항공기는 안전상의 치명적 약점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조종사 업계도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하고 나섰다. 허드슨 강의 기적으로 명성을 얻은 前 US 에어웨이 기장, 체슬리 슐렌버거는 현대 항공기의 안전은 2명의 조종사의 협력을 바탕으로 이루어 낸 것이며, 항공기에서 가장 적응력 높은 존재는 사람이라며 1인 조종사 항공기를 반대하였다. 미국 내 조종사 조합들도 안전상 우려를 나타내는 성명서를 통해 반대 의사를 표출하였다.
위기의 보잉, 승부수 던질까?
보잉사는 지난 2017년 파리 에어쇼에서 737MAX 시리즈를 505대를 비롯한 85조원 규모의 항공기 판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기록적인 매출을 달성하였다. 단숨에 최고의 자리에 오른 737MAX가 잇따른 추락사고로 3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자, 350여대의 새 항공기가 날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보잉사의 공장에는 날지 못하는 새 항공기로 가득 차 있고, 가루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일부 항공사는 주문을 취소하는 등 보잉사는 위기에 놓였다.
신규 항공기 주문이 대폭 줄어든 보잉사가 파리 에어쇼에서 마저 빈손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파격적 1인 항공기를 내놓을 것이라는 예측과, 737 MAX 사태가 해결되지 않은 시점에서 신규 항공기 발표는 없을 것이라는 신중론이 있는 가운데, 운명의 파리 에어쇼는 오는 6월 17일 파리 근교 르부르제 에서 개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