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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대북식량지원 논의 여야 대표 회담'이 표류하면서 대북식량지원이 실제 이루어지는 데는 좀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대북식량지원 속도 조절'에 나설 분위기다. 

자유한국당, 5당 대표 회담 거부... 북한의 대남매체 '비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과 한 전화통화에서 "한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며 긍정적인 조치가 될 것이다"라며 한국의 대북식량지원에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보냈다.

이렇게 트럼프 대통령이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보이면서 한국 정부의 대북식량지원이 상당히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다음날(8일) 청와대의 고위관계자는 "대북식량지원의 시기와 규모, 품목, 방식 등은 이제 검토에 들어갈 단계다"라고 전했다.

이어 지난 9일 KBS와 진행한 '문재인 정부 2년 특집 대담'에서 문 대통령은 북미대화의 교착국면을 풀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식량지원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고 설명하면서 대북식량지원을 논의하기 위한 여야 대표 회담을 제안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국민의 공감와 지지", "여야 정치권의 충분한 논의"를 대북식량지원의 두 가지 필요조건으로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식량지원에 전폭적 지지의사를 보인 앞뒤로 북한이 두 차례 단거리 발사체를 쏘아올린(4일과 9일) 현실을 헤아린 것이었다. 문 대통령도 '여론'과 '국회 논의'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북한 평원군 원화리 농장에서 올해 첫 모내기가 시작됐다고 조선중앙TV가 11일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TV가 공개한 원화농장 모내기 모습.
▲ 모내기 나선 북한 농민들 북한 평원군 원화리 농장에서 올해 첫 모내기가 시작됐다고 조선중앙TV가 11일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TV가 공개한 원화농장 모내기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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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대북식량지원을 논의하기 위한 여야 대표 회담을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사실상 거부했다. 황교안 대표는 5당 대표 회담이 아닌 자신과의 일대일 회담을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북한의 대남선전매체가 사실상 대북식량지원을 비난하고 '개성공단 재개'를 요구한 것도 어려운 국면을 지속시키는 요인이다. 이로 인해 정부가 대북식량지원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도 13일 오전 브리핑에서 "한미 양 정상이 이 문제에 공감대를 형성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했다고 해서 대북식량지원이 당장 오늘 내일 중으로, 1주일 상간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얘기한 바 있다"라며 "좀더 긴 호흡으로 봐줬으면 좋겠다"라고 호소했다.

고 대변인은 "이미 제안한 바 있는 5당 대표 회동도 조기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라며 "당 대표 회동인 만큼 인도적 대북 식량 지원 문제를 비롯한 국정 전반으로 의제를 넓혀 심도 깊은 논의가 이루어져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북한의 대남선전매체인 <메아리>가 지난 12일 대북식량지원을 비난하며 개성공단 재개를 요구한 것에는 "(북한 당국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닌 것에 대응하기는 좀 어렵다"라고만 말했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피엥서 "대북인도지원, 식량지원에 관한 부분들은 국민적인 지지, 공감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충분히 의견 수렴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다만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동포애 차원에서 대북식량지원문제를 계속 검토해 나간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2018년 11월 멈춘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재가동 간곡히 요청"

대북식량지원을 논의하기 위한 5당 대표 회담과 함께 추가경정예산 처리 등 민생·경제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재가동을 요청했다.

고 대변인은 "현재 추경과 민생 현안 등 국회에서 입법으로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라며 "그런 만큼 지난해 11월 이후 멈춰버린 여야 5당의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가 재가동되기를 간곡히 요청한다"라고 말했다.

고 대변인은 "지난 2018년 8월 여야 5당 원내대표는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본격 가동에 합의했고, 지난해 11월 첫 회의를 통해 경제·민생과 관련된 입법·예산에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로 합의문을 도출한 바 있다"라며 "이에 청와대는 산적한 국정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 최대한 빨리 여야정 상설협의체가 정상 가동되기를 희망한다"라고 거듭 호소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정의당과 평화민주당을 제외한 '3당의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을 열자는 제안에는 "문 대통령이 2017년에 직접 제안하고, 2018년에 만들어지기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때에도 3당이냐 5당이냐에 대한 논의들이 굉장히 뜨겁게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라며 선을 그었다.

태그:#대북식량지원, #여야정 상설협의체,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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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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