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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반장 속 형사들을 동경하던 꼬마가 이제는 베테랑 과학수사요원이 돼 범죄 현장의 최 일선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다.
 수사반장 속 형사들을 동경하던 꼬마가 이제는 베테랑 과학수사요원이 돼 범죄 현장의 최 일선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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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땀을 쥐고 수사반장을 열심히 보던 코흘리개는 20여 년이 지나 경찰 제복을 입었다. 그리고 또 그만큼의 세월이 흐른 지금, TV 속주인공들보다 훨씬 멋진 경찰이 됐다. 지난 2일 만난 충남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과 김동근(48·경위) 팀장은 24년의 경찰 생활 중 절반이 훌쩍 넘는 14년이란 시간을 과학수사요원으로 현장을 누빈 베테랑이다. 

"경찰학교 시절 지문 감식 수업에서 특별한 매력을 느꼈습니다. 지문이란 흔적을 통해 어려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에 큰 감명을 받았죠. 아마도 그때의 강렬한 인상 덕에 과학수사요원의 길을 걷게 된 것 같습니다."
 
충남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과는 지난 1월 14일 계에서 과로 승격했다. 현재 충남청과 6개 권역에서 총 68명의 과학수사요원이 도민들의 안전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충남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과는 지난 1월 14일 계에서 과로 승격했다. 현재 충남청과 6개 권역에서 총 68명의 과학수사요원이 도민들의 안전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 방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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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이야 미국 드라마 <CSI> 덕에 과학수사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지만, 과거의 현장 감식은 막내 형사가 도맡아 하는 궂은일로 여겨졌다. 국내 과학수사는 71년이란 긴 역사가 있지만 열악한 장비와 부족한 인원, 그리고 중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 등으로 과학수사 분야는 오랜 시간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그런데도 김 팀장은 지난 1995년 경찰에 입문한 후 꾸준하게 과학수사 분야에 관심을 가졌다. 고된 일 속에서도 관련 서적도 보고, 교육도 받으며 실력을 키워나갔다. 

"서산경찰서 근무 시 전임자가 자리를 이동하면서 2005년부터 업무를 담당했어요. 힘은 들었지만, 예전부터 관심 있는 분야라 더욱 열심히 할 수 있었습니다. 본청에 과학수사센터가 신설되고, 2014년에는 광역과학수사팀이 생기는 등 과학수사 분야가 획기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이 저한테는 더 좋은 기회가 됐다고 봐야죠."
 
고등학교 과학실과 흡사한 과학수사과의 증거물 분석실. 이곳에서의 조사 결과에 따라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풀린다.
 고등학교 과학실과 흡사한 과학수사과의 증거물 분석실. 이곳에서의 조사 결과에 따라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풀린다.
ⓒ 방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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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팀장의 설명에 따르면 과학수사의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법의학, 생물학, 화학, 물리학, 독물학, 혈청학 등의 자연과학을 비롯해 범죄학, 심리학, 사회학, 논리학 등의 사회과학 그리고 다양한 과학기구 및 시설 등이 동원된다. 

분야 또한 현장 감식, 화재감식, 수중과학 수사, 폴리그래프검사(거짓말검사), 범죄분석, 법 최면, CCTV 영상분석 등으로 세분되어 한 사건이 발생하면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동원된다. 이 과정에서 첨단 장비 동원, 범인과의 심리전 등이 치열하게 벌어진다.
 
지난 2017년 5월 서천 금강변에서 발견된 변사자 신원 확인을 위해 지문을 채취하고 있는 김동근 팀장.
 지난 2017년 5월 서천 금강변에서 발견된 변사자 신원 확인을 위해 지문을 채취하고 있는 김동근 팀장.
ⓒ 충남지방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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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수사를 통한 장기 미제사건의 해결은 해외토픽에서만 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충남경찰청도 2002년 아산 갱티고개 살인사건의 범인을 15년 만에 검거한 것을 비롯해 올 1월에는 서천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범행 증거를 입증하는 등 과학수사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과학수사의 진정한 변화는 다른 곳에 있다고 김 팀장은 귀띔한다. 

"과거에는 범인 잡는 일에 몰두하다 보니 큰 충격에 휩싸인 피해자들을 소홀히 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과학수사요원들은 피해자 회복 측면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충분히 듣고 설명하고, 어르신들의 경우에는 알림 카드를 작성해 전달하기도 합니다. 과거보다 사람 냄새가 더 많이 나야 한다고나 할까요."
 
지난 2018년 6월 세종 부원건설 아파트 신축공사장 지하 1층 화재 사건 현장 감식 후 자료를 정리하고 있는 김동근 팀장. 이처럼 과학수사의 모든 첫출발은 현장에서 이뤄진다.
 지난 2018년 6월 세종 부원건설 아파트 신축공사장 지하 1층 화재 사건 현장 감식 후 자료를 정리하고 있는 김동근 팀장. 이처럼 과학수사의 모든 첫출발은 현장에서 이뤄진다.
ⓒ 충남지방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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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팀장은 별의별 위험한 사고 현장과 마주했지만, 새내기 시절 태안 남면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은 아직도 강한 충격으로 남아있다고 한다. 당시 칠흑 같은 농수로를 기어가 찾아낸 피해자의 시체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는 김 팀장은 과학수사요원들에 대한 체계적인 외상후스트레스 관리와 안전 장비의 철저한 보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현장 감식과 화재감식 전문수사관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여기에 보태 수중과학 수사 분야에 도전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지난 1월 14일 계에서 과로 승격한 충남청 과학수사과가 전국 제일의 실력을 갖췄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 것이 바람입니다. 물론 그만큼 노력도 할 겁니다."

이젠 미국 드라마 속 <CSI>를 부러워할 일이 아니다. 우리의 주변에도 든든한 과학수사요원들이 불철주야 현장을 누비고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청뉴스라인에도 실립니다.


태그:#김동근 경위, #과학수사, #충남지방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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