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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관악구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50대 남성이 만취 상태로 난동을 부리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관 중 한 명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얼굴을 맞아 부상을 입었다. 사건이 알려진 후 "경찰관들 운동 좀 시켜라", "술 취한 취객 하나 제압하지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 등 경찰관의 대응을 비난하는 댓글이 올라왔다.

나는 사건이 발생한 경찰서에 근무하는 경찰관이다. 당시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

사건의 재구성
 
헬멧을 쓴 경찰관이 다른 경찰관으로부터 장봉을 건네받고 있다
▲ 3월 26일 초등학교 인근 흉기난동 사건 현장 헬멧을 쓴 경찰관이 다른 경찰관으로부터 장봉을 건네받고 있다
ⓒ MBC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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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사건의 개요를 정리하면 이렇다.

26일 오전 11시 20분쯤 술에 취한 50대 남성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난입한 후 준비해간 흉기로 주인을 협박했다. 화장실로 피신한 주인이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고, 이를 본 인근 편의점 업주가 신고하면서 경찰관들이 출동했다.

경찰이 출동할 때는 현장 인근에 근무중인 순찰차가 지원 출동한다. 순찰차에는 2인이 합동으로 근무하며, 이날 현장에는 순찰차 3대가 출동했다. 부상을 입은 경찰관은 순찰차가 아닌 오토바이를 타고 현장에 출동했다. 해당 경찰관은 지구대가 아니라 인근 치안센터에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부터 부상 입은 경찰관을 선배라 칭하겠다. 선배는 올 연말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었다. 퇴임 7개월여를 앞두고 부상을 입은 것이다.

경찰관은 남성을 향해 테이저건을 두 발 발사했지만 두꺼운 패딩 탓에 제압하지 못했다. 결국 진압봉을 든 경찰관 여럿이 동시에 달려들어 제압했다.

'그렇게 많은 인원이 투입되고도 왜 신속히 제압을 못해'라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나를 비롯해 수많은 경찰관은 이런 상황일수록 안전하게 검거해야 한다고 배웠다. 안전한 검거에는 주변 시민의 피해 방지와 피의자의 안전까지도 포함한다.

흉기에 얼굴 다치고도 끝까지 현장 지켜
 

언론과 SNS에서 보도된 영상을 봐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피의자의 흉기와 흉기를 든 손목을 제외하고 다른 부위를 가격하는 장면은 보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에 신속한 제압만을 강조했다면 피의자뿐 아니라 시민이 크게 다쳤을 수도 있다. 이날 경찰관들의 대처와 제압은 매뉴얼에 따른 것이었다.

다시 선배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인근 순찰을 하던 선배는 사건과 관련된 무전을 듣고 현장으로 신속히 출동했다. 그리고 장봉을 든 직원이 신입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자신이 건네받아 제압에 나섰다.

여기서 우리가 보지 못한 한 가지가 있다. 흉기에 얼굴을 10cm 정도 찢기고도 끝까지 제압하는 모습이다. "빨리 병원에 가라"는 권유에도 선배는 현장을 이탈하지 않았다. 그리고 완전히 제압한 후에 헬멧을 벗었다.
 
사건 현장이 완전히 제압된 후에야 부상당한 경찰관이 헬멧을 벗고 있다
▲ 3월 26일 초등학교 인근 흉기난동 사건 현장 사건 현장이 완전히 제압된 후에야 부상당한 경찰관이 헬멧을 벗고 있다
ⓒ MBC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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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만하면 터지는 흉기 난동'에 걱정이 크다. 그리고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경찰관의 대응과 제압에 대해 말이 많다. 하지만 잊지 말았으면 한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모두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처했으며 안전하게 피의자를 제압했다. 또 상처를 입고도 끝까지 동료와 후배들을 지킨 경찰도 있었다.

나는 선배와 같은 경찰서에 근무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태그:#경찰관, #노장, #관악경찰서, #서울지방경찰청, #박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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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에 근무하고 있으며, 우리 이웃의 훈훈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현직 경찰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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