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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봉사를 나온 송승환 교육장(우측 두 번째)과 돈까스 도시락을 준비한 가월돈까스 대표(좌측 끝), 이은경 청소년 밥차 대표(좌측 세 번째)와 봉사자들
▲ 이제 밥 팔 준비해야지예? 이날 봉사를 나온 송승환 교육장(우측 두 번째)과 돈까스 도시락을 준비한 가월돈까스 대표(좌측 끝), 이은경 청소년 밥차 대표(좌측 세 번째)와 봉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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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6개월간 매주 금요일. 비 내리던 하늘도 맑아지는 창원시 마산 합성동 거리엔 '대박'이란 말이 넘친다.

"공짜에요? 대박!"
"진짜 공짜에요? 완전 대박!"
"맛있어요. 진짜 맛있어요. 대박!"

공짜로 나눠주는 밥 한 끼가 청소년들의 성장에 무슨 큰 의미가 있겠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매주 청소년들의 저녁 한 끼를 챙기는 이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실제 저녁도 못 먹으면서 번화가를 배회하는 청소년은 드물다. 하지만 거리로 나온 수많은 청소년 중에 한 명이라도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이들을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 

가출 청소년의 위기와 범죄의 늪
  
'2016년 경남 청소년 위기 실태조사 결과보고서'(경남청소년지원재단 발표)를 보면, 청소년(11세-18세) 가출 경험률은 2.1%로 연령 대비 6156명이 가출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경남의 '생애 가출 경험률이 10.7%여서 실제 가출청소년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출 청소년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생활비이다. 생활비 마련 방법으로는 친구·선후배 도움(25.7%), 집에서 가지고 나온 돈(23.5%), 평소에 모아둔 돈(20.8%) 순으로 높았지만, 성매매·조건만남·키스방·보도방 등으로 번 돈(1.9%)과 남에게 훔치거나 빼앗은 돈(9.2%) 등 범죄행위로 만든 돈도 11.1%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남성은 남에게 훔치거나 빼앗은 돈이 72.7%였고, 여성은 성매매·조건만남 등으로 번 돈이 100%였다.

위기 순간에 도움 줄 청소년 보호기관이 있지만 도내 청소년 가운데 청소년 관련 단체나 기관을 모른다는 의견이 62.5%였다.

민간단체와 지역 주민이 이끄는 실질적 지원 활동

 
오늘 식사 메뉴를 안내하는 봉사자와 도시락을 먹으로 온 친구들
▲ 이제 영업하러 가야죠? 오늘 식사 메뉴를 안내하는 봉사자와 도시락을 먹으로 온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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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밥차추진위원회의 이은경씨는 가출 청소년에게 밥차를 운영하고 생활용품을 지원하는 등 실질적 지원을 하고 있다. 밥차 운영 경비는 물품을 판매하거나, 지역민들의 자발적 후원으로 충당하고 있다. 2017년 10월을 시작으로 매주 운영되는 청소년밥추진위원회와 시민들은 창원시립 여자단기쉼터 설립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쉼터를 추진중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지역 기관과 시민들이 함께 했다. 거리에 나온 청소년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제공하여, 2차적인 청소년 문제 예방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무엇보다, 자원봉사자들과 주민 참여를 통해 지역 안에서 청소년들이 긍정적인 삶을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애들아, 밥 먹자" 현장 속으로

 
버스킹을 온 응원단, 도시락 배부, 청소년 홍보 등 모두의 자원봉사
▲ 봉사도 가지가지 버스킹을 온 응원단, 도시락 배부, 청소년 홍보 등 모두의 자원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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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내리는 저녁 6시경, 합성동 번화가 사거리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한다. 초창기에는 합성지구대 주차장에서 시작했다. 식사 준비가 되면, 이들은 청소년들이 많이 다니는 합성동 번화가를 찾아갔다.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하다, 이제는 청소년들이 많이 지나는 번화가에 자리를 잡았다.

1년 6개월이 지나는 동안 청소년 밥차는 제법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응원하고 지지하는 시민들도 늘었다. 가족과 함께, 친구들과 함께 하는 자발적인 봉사자들도 그 수를 세기 어렵다. 필요한 전기나 가게 음향시설을 흔쾌히 제공하거나 따뜻한 차를 건네는 지역 상인, 통행이 불편하지만 웃으며 응원하는 시민들의 웃음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처음엔 지역 상인들도 불편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상인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응원하고 봉사하시는 줄 몰랐어요. 그리고 청소년들이 이렇게 반가워할 줄도 몰랐네요."

100인 분의 돈까스 도시락을 준비한 이두찬 대표의 말이다. 창원교육지원청 송승환 교육장은 "얼마전 '아름다운 가게' 창원점과 교육지원청 직원들이 함께 바자회를 열고 수익금을 밥차에 후원했습니다. 오늘 직접 현장 봉사를 와보니 얼마나 의미있는 일인지 체감하게 됩니다"라고 전했다.

후원받은 과일은 저녁을 먹은 친구들에게 후식으로 제공되기도 한다. 겨울에는 추워서 힘들고, 여름엔 더워서 힘들지만, 봉사자들의 얼굴은 늘 한결같은 미소로 충만하다. 20대 청년처럼 보이지만 말을 건네보면 청소년들이 많다.

"이제 외모로 나이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지요. 아직도 헷갈릴 때가 있어요" 라고 이은경 대표가 말했다. 

"정말 잘 먹었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도시락을 받아든 친구들은 모두가 감사 인사를 전했다. 초반에는 쓰레기 문제가 있기도 했으나, 이제는 학생들이 스스로 처리를 잘 한다.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한 그릇을 더 달라는 아이들을 보면 한 끼의 소중함을 알 수 있다. 처음엔 아이들에게 밥을 주면 귀가시간이 더 늦어지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하지만 밥 한 그릇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사소한 일이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말을 들으니 금세 고개가 끄떡여졌다.

여자 청소년 단기 쉼터 마련과 미래를 위한 투자

 
밥차가 문을 열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온다
▲ 저희도 주나요? 밥차가 문을 열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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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고 가는 아이들이 환한 웃음으로 인사할 때는 오히려 더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밥을 퍼주는 동안, "얘들아, 밥 먹자."의 취지를 이야기하니, 모든 아이들이 공감했다. 메뉴는 매번 바뀐다. 닭개장, 카페덮밥, 마파두부덮밥, 짜장덮밥, 돈까스와 과일 등 종류도 다양하다.

"애들아, 잘 들어봐. 지금은 공짜로 나누지만, 사실은 이건 공짜가 아니야. 나중에 너희가 경제활동을 하고 사회인이 되면, 그땐 너희들이 사회를 위해, 이웃을 위해 나누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하는 활동이야. 한 마디로 투자지."

청소년들을 위한 '밥차'지만, 폐지를 줍는 노인들도 따뜻한 밥 한 그릇에 마음을 녹였다.

매주 금요일 저녁, 저녁을 먹지 않은 청소년이면 누구나 '공짜인 듯 공짜 아닌' 밥을 먹을 수 있다.

청소년이 훌륭한 경제인이자, 사회인으로 성장하여 오늘의 '공짜'를 내일의 '희망'으로 바꾸는데 노력을 다하는 모든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의 꿈을 응원한다.

덧붙이는 글 | 제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 올립니다.


태그:#청소년밥차, #합성동밥차, #창원시립여자청소년단기쉼터, #애들아밥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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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나누고 글로 남기고 손으로 만드는 삶을 꿈꿉니다. 강사이자 작가로 세상을 기록하고 싶습니다. <하루 48시간> 작가로 삶의 이야기를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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