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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세라티 기블리 그란루소
마세라티 기블리 그란루소 ⓒ 마세라티
 
희소성. 소비자들이 꼽는 수입자동차 구매 요인 중 하나다. 구매력이 있는 운전자라면 기왕이면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것을 추구한다. 지난해 국내에 등록된 수입차는 약 26만 대. 전체의 16.73%를 차지한다. 브랜드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메르세데스-벤츠, 베엠베(BMW) 등 일부 브랜드로는 더 이상 차별화를 추구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에 비독일 출신 브랜드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탈리아의 마세라티 또한 세력을 꾸준히 키워오고 있다. 지난해 1700대에 가까운 판매고를 기록한 마세라티의 매력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22일, 서울시 강남구에서 강원도 강릉시까지 약 260 킬로미터(km)를 달려봤다. 

시승차량은 브랜드 전체 판매량의 40%를 견인하고 있는 기블리였으며 기본 차량보다 최대 출력 430마력으로 힘이 더 좋은 에스 큐(S Q)4 그란루소로 준비됐다. 뽀얀 미색(비안코 알피)으로 덮인 자태를 뽐내고 있는 차량의 외관부터 둘러봤다. 어떤 색으로 감싸고 있어도 매력적인 생김새다. 날렵하게 내려오는 보닛 끝에 안쪽으로 꺾여 들어간 라디에이터 그릴은 야성미마저 풍긴다. 

강력한 성능을 가늠케 하는 얼굴과 달리 뒷부분은 간결하고 부드럽다. 감속등(브레이크등)부터 전체적인 모양새를 다듬으면서 원형을 활용했다. 앞에서는 한껏 힘을 줬다면 뒤에서는 긴장감을 풀어주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날 함께 시승을 진행한 기자들 사이에서 전면부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다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그동안 마세라티는 편의사양과 관련해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을 많이 받아왔다.이에 회사는 2017년형부터 차츰 애플 카플레이 등을 비롯한 기능을 추가해오고 있다. 2019년형은 사양 추가보다는 섬세함에 초점을 맞췄다. 운전석 계기판의 한글 지원이 더 자연스러워졌으며 기어 노브의 모양이 세로로 더욱 길어졌다. 

기어 노브의 경우, 이전에 주행(D)에서 중립(D)으로 바꿀 때 후진(R)까지 2단이 의도와 달리 한번에 들어간다는 지적이 있었다. 불편함을 넘어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어 신속한 조치가 필요한 부분이었다. 회사 쪽은 모양을 바꾸면서 이 같은 문제점도 개선했다. 

 
 마세라티 기블리 그란루소의 실내
마세라티 기블리 그란루소의 실내 ⓒ 마세라티
 
이 외에 실내는 전체적으로 일반적이다. 뛰어나게 고급스럽거나 감탄할 정도의 편의사양이 적용된 것도 아니다. 대시보드 중앙의 8.4인치 화면을 터치하면 주행 중에도 손쉽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다. 수납공간도 일반적이다. 많지도 적지도 않다. 실내에 짐을 많이 두는 운전자를 제외하고는 크게 불편함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예상과 달리 기블리의 가속(액셀) 페달 느낌은 가벼웠다. 기본 차량보다 출력이 강한만큼 액셀이 제법 무겁고 저항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 힘껏 밟을 필요 없이 발가락 끝에만 살짝 무게를 가해도 곧바로 반응했다. 감속(브레이크) 페달의 감각은 초반이 민감해 정체 구간이 많은 도심에서는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제법 필요했다. 

S Q4는 과급기(터보)로 엔진의 힘을 아낌없이 뽑아낸다. 3000cc의 브이(V)6 가솔린 터보 엔진은 최대 출력 430마력, 최대토크 59.2 kg.m의 힘을 내며 최고 속도는 시간당 286km에 달한다. 가솔린 엔진이지만 스포트 주행 모드에서는 분당 엔진회전수(RPM)이 2000 이하에서도 최대 토크가 발휘돼 힘찬 출발이 가능했다. 

이어 시속 100km까지 순식간에 도달했다. 고속 구간을 넘어서는 것도 거침없었다. 고속도로의 직선 구간을 단숨에 내질렀다. 노멀 주행 모드에서도 재빠른 모습을 보였던 기블리는 스포트로 바꾸자 더욱 짐승 같은 배기음을 들려주며 신속하고도 속력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회사쪽 설명과 달리 주행 질감이 매끄러운 편은 아니다. 고속 주행 시 거친 면모도 분명히 존재했다. 

곡선 구간 주행(코너링) 또한 깔끔했다. 기블리를 비롯한 마세라티의 고성능 가솔린 차량들은 4500rpm 이상의 높은 분당 엔진회전수를 유지하면서 기어를 낮추는 것이 가능하다. 감속 페달로 속력을 크게 줄이지 않아도 운전대(스티어링휠) 뒤의 수동 기어 변속 장치인 패들시프트로 기어를낮춰 곡선 구간을 과감하게 공략할 수 있었다. 

 
 마세라티 기블리 S Q4의 V6 트윈 터보 엔진.
마세라티 기블리 S Q4의 V6 트윈 터보 엔진. ⓒ 마세라티
 
주행 모드는 스포트와 노멀 2가지를 지원한다. 연비효율이 우선되는 차종이 아니기에 에코 모드는 지원하지 않는다. 이날 시승 또한 연비 운전 보다는 주행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 이 같은 주행을 지속하면 다양한 노면 환경에서 운전자의 몸에 피로가 쌓이기 마련인데, 기블리는 하체가 단단하지 않고 부드러운 편이어서 편안한 주행이 가능했다. 그란스포트의 경우 감쇠력을 스스로 조절하는 서스펜션이 들어간다. 

아쉬운 점은 안전사양인 차선이탈방지(아래 이탈방지)와 차선유지보조장치(LKA)다. 우선 차선 변경 신호 없이 차선을 벗어날 경우 경고 신호를 보내는 이탈방지는 방향지시등이 켜졌는데도 여전히 경고를 보내고 개입했다. LKA의 경우, 차선 중앙을 유지하지 못하고 오른쪽으로 치우치는 모습을 보였다. 또,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 받는 조립품질에 대한 개선도 필요해보였다. 달리는 내내 운전석 왼쪽의 전면등(헤드램프) 밝기를 조절하는 다이얼과 주변부에서 잡음이 들려왔다. 

기블리 S Q4의 국내 판매 가격은 1억 4200만 원부터 시작된다. 선택사양에 따라 가격이 추가된다. 기블리를 비롯해 이날 만난 마세라티 차종들은 사실상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연간 판매량 3위와 4위 등 상위권에 자리잡은 수입차 브랜드가 아닌 새로움을 찾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인 것은 분명했다. 단, 이탈리아 제품의 조립 품질과 내구성에 대한 개선 노력이 반드시 수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세라티#기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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