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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단이 자전거로 달리는 동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산을 쓴채 달리는 풍경이 종종 목격된다. 파란색의 점선으로 표시된 전용차로 구간이다.
▲ 사카이에서 우산을 펼친채 자전거로 주행중인 시민 연수단이 자전거로 달리는 동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산을 쓴채 달리는 풍경이 종종 목격된다. 파란색의 점선으로 표시된 전용차로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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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기사] '자전거'가 주제인 일본 박물관,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고단했던 첫날밤을 보내고 맞은 아침, 조금 일찍 일어난 일행 셋이 오사카성 일대를 산책했다. 7시가 조금 안 된 시간이지만 이미 출근을 서두르는 사람들도 보인다.

'새벽이라 텅 비워진 걸까?' 거리는 이면도로까지 완벽하게 비워져 있다. 왠지 이번 연수의 핵심적 내용이 이 풍경에서 담겨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서윤근 의원과 이재수 과장도 비슷한 대화를 나눈다. '이 풍경은 새벽에만 있는 걸까요?', '낮 시간엔 어떻게 바뀌게 될까요?' 이런 대화였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거처로 삼았던 오사카성을 가로질러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한 바퀴 돌아 호텔로 돌아오는 길엔 이미 출근길의 인파가 붐비기 시작한다. 교복에 모자 차림의 초등학생들도 등교 중이다.

사카이 시청과 잡은 약속을 위해 출근 인파 사이에 섞여 사카이로 향한다. 번화가인 난바(難波)를 경유해 사카이 동역에 내린다. 사카이 시청에서 멀지 않은 이 역에도 주차된 자전거들이 가득하다.
 
사카이시청 자전거 추진기획과 다케우지 과장(가운데 양복차림)과 후쿠다 환경정비사(작업복차림)이 브리핑해주고 질문에 답해주었다.
▲ 사카이시의회에서 연수단과 시청관계자들의 면담후 기념촬영 사카이시청 자전거 추진기획과 다케우지 과장(가운데 양복차림)과 후쿠다 환경정비사(작업복차림)이 브리핑해주고 질문에 답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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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이 시의회에 도착한 것은 오전 9시 45분경. 약속 시간인 10시를 넉넉하게 맞출 수 있었다.

사카이에 앞서 시마노를 먼저 소개하겠다. 사카이에 본사를 둔 시마노는 세계최대의 자전거 부품회사이다. 자전거인 사이에서 "시마노 부품 없이 자전거를 조립할 수 있을까?"라고 이야기 된다고 하는 정도이다.

세계 스포츠용 자전거 부품시장의 85%를 점유하고 있는데 중저가 제품에도 장착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자전거부품 시장 점유율 50%를 넘는다고 알려져 있다. 참고로 이 회사의 2017년 매출액이 3358억 엔(약 3조 3천억) 원이라고 한다(출처 : 이코노미 조선, 세계 스포츠 자전거 부품의 85% 장악한 '자전거의 인텔').

의회 사무국에서 환영 인사를 한다. 몇 년 전에 전주시청에서도 찾았단다. 일본의 다른 지역 및 여러 나라에서 이곳을 방문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환영인사가 끝나고 사카이의 자전거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사카이 시청 건설국 산하 자전거마을정비부 자전거 기획추진과장 다케우지씨와 환경정비과 소속 후쿠다씨가 진행했다.

다케우지씨는 먼저 역사이야기를 한다. 그는 고대 인덕천황릉의 고분 축조 시 철제품 가공 기술자들이 모여든 것을 자전거 산업의 시초라고 봤다. 이들이 중세 외국에서 들어온 총포 제작을 하면서 철제 기술이 발달했다고 한다. 

포르투갈로부터 전해진 담배 산업과 연관되어 담배칼 제조가 시작됐고, 이는 '사카이 식칼'이라는 널리 평가받는 특산물을 만들어내는 기반이 됐단다. 철과 관련한 산업이 발달하면서, 시마노라는 자전거 산업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역사 이야기는 자전거 도시를 추진했던 과정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자전거 도시 사업은 2001년부터 시작됐다. 이때 '사카이시 자전거 환경 공생 도시 만들기 기금 조례'가 제정됐다고 한다.

이 조례를 바탕으로 자전거도시 기획을 착수했다고 한다. 그리고 12년 만인 2013년 '사카이시 자전거 이용 환경 계획'이 확정됐다. '자전거 마을 정비부'가 만들어진 것이 2015년 4월이라고 한다. 생각보다 시작이 늦었고, 과정도 길었다.

다케우지씨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자전거마을 정비부에는 자전거 기획추진과 14명, 환경정비과 8명, 자전거 대책 사무소 13명을 포함해 36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시민, 사업자 및 행정이 협동', '교통법규 준수와 예절 향상', '안전하고 안심하며 즐겁게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는 도시 만들기'라는 3대 원칙을 가장 먼저 강조했다.

10년마다 실시하는 국가 통계기준으로 2013년에 자전거 교통분담률은 24%였다고 한다. 이를 10년에 걸쳐 30%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계획안과 조례안에는 사업자의 책무까지 조례로 언급하고 있다. 

'이용촉진', '지키다. 안전이용', '세우다. 주차환경', '달리다. 통행환경'이라는 중심방향을 언급한다. 인프라 구축과 함께 자전거 주차(주륜) 문화, 그리고 안전을 중시하고 있는 모양이다.
     
사카이 시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정비하기로 노선도이다. '액션 50km'라는 이름을 붙였다.녹색은 이미 정비된 구간, 빨간색은 향후 2022년까지 정비할 구간이다. 파란색은 '액션 50km'에서 제외되는 구간으로 이미 정비되어있는 구간이다. 사진은 사카이시 자전거 이용정비계획 안내문에 있는 사진이다.
▲ 액션 50km 사카이 시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정비하기로 노선도이다. "액션 50km"라는 이름을 붙였다.녹색은 이미 정비된 구간, 빨간색은 향후 2022년까지 정비할 구간이다. 파란색은 "액션 50km"에서 제외되는 구간으로 이미 정비되어있는 구간이다. 사진은 사카이시 자전거 이용정비계획 안내문에 있는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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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환경정비부 소속의 후쿠다씨가 자전거 도로 운영에 대해 설명했다.

2013년에 자전거도로 정비계획을 세웠으며, 2022년까지 모두 50km의 도로를 정비하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단다. 정비계획이 시작된 지 5년이 경과한 현재 41Km의 구간이 완료되었다고 한다.

3.1km 연장의 자전거도(우리식의 자전거 전용도로에 해당한다), 20.3km 연장의 자전거 전용차로, 18km 연장의 보도와 시각으로 분리한 구간(우리나라의 보행자 겸용도로를 뜻한다)까지 총 연장 41km라고 한다.
 
1번은 자전거 전용도로, 2번은 자전거 전용차로, 3번은 보행자 겸용도로에 해당한다. 사진은 사카이시 자전거 이용정비계획 안내문에 실려있는 사진이다.
▲ 사카이이 자전거 도로 유형 1번은 자전거 전용도로, 2번은 자전거 전용차로, 3번은 보행자 겸용도로에 해당한다. 사진은 사카이시 자전거 이용정비계획 안내문에 실려있는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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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자전거 전용도로나 전용차로가 적다. 그 마저도 총연장 41Km에 불과하다(정비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이미 정비된 구간도 있지만 많지 않다). 전주시의 경우 자전거 도로는 총연장 400여km에 육박한다. 우리나라 많은 도시가 비슷한 사정이다.

'전체 교통의 24%가 자전거를 활용하는 도시의 자전거도로가 왜 이리 적을까?'
'이런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는데 왜 이리 더디고 늦었을까?'


이런 의구심이 생겨나는 동안 후쿠다씨의 설명이 계속된다. 지도에서 표시돼 있듯 사카이 시내 전체의 일부에서만 계획이 마련돼 있다. 정비 노선을 정하는 데 있어 사고가 많거나 이용자가 많은 곳을 우선적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사정이 되는 곳은 '자전거 전용도로'로 계획했다고 한다. 차로를 줄여 1m가량의 자전거 전용차로를 낼 수 있는 구간은 '자전거 전용차로'로 계획했다고 한다. 아울러 보도가 좀 넓은 경우에는 시각적으로 분리된 형태의 '보행자 겸용도로'를 만들었다. 일률적으로 만들지는 않았다고 한다.
 
위 구간은 실선으로 구분하고 노면 전체를 파란색으로 칠한 전용차로 구간이다. 주요 지점에 반사되는 형광페인트를 칠해 야간에도 식별이 된다고 한다.
▲ 연수단 일행이 주행중 정차한 사진 위 구간은 실선으로 구분하고 노면 전체를 파란색으로 칠한 전용차로 구간이다. 주요 지점에 반사되는 형광페인트를 칠해 야간에도 식별이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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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30여 분의 미팅을 마치고, 가져갔던 한지 양말을 후쿠다씨와 다케우지씨에게 선물했다. 이후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시청에서의 일정이 모두 끝났다.

면담에서 들었던 의구심은 점심식사를 마치고 공영자전거를 빌려 타보면서 자연스럽게 해소됐다.

2시간 27분 동안 달린 거리는 15.7km였다. 하루 300엔(전기자전거는 400엔)의 이용요금을 주고 빌렸고, 길 안내를 위해 와 준 구보타씨까지 7명이 달렸다(한 달 정기 이용료는 성인 기준 2000엔이다).

자전거의 프레임과 뒷바퀴를 연결한 거치대에 우산을 설치한 이용자가 제법 보인다. 우산을 펼친 채 달리는 사람들도 보였다. 법규상으로는 우산을 들고 자전거를 타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자전거를 타는 동안 차로에도, 자전거 도로에도 멈춰선 차는 볼 순 없었다. 보도는 말할 것도 없다. 잠시 정차가 허용되는 구간을 제외하고 도로는 차가 주행할 때만 들어선다. 도로는 차가 달리는 공간이지 세워두는 공간이 아니라는 개념이 이들의 머릿 속에 자리 잡혀 있는 모양이다.

15년 만에 자전거를 타본다는 허옥희 의원이 "처음에 달릴 때는 핸들이 좀 불안한 느낌이었지만 5분 정도 타고나니 익숙해졌다"라고 말할 정도다. 자전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조차 차가 옆으로 다니는 도로를 달려도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잠시 쉴 겸 전철역(北花田驛) 부근의 공터에 내리려는데 지하에 자전거 주차장이 보인다. 1000대 이상의 자전거가 주차되어 있었고 2중으로 주차할 수 있지만 2층에 주차된 자전거가 많지는 않았다. 관리인에게 2층에 주차하는 방법을 듣고 직접 해보기도 했다. 하루 이용요금은 100엔, 1개월 정기요금은 2050엔이다.
 
2시간 30분동안 15.7km를 달렸다.
▲ 연수단 일행이 자전거로 주행한 구간 2시간 30분동안 15.7km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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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빌려 달린 두 시간 반, 내가 느낀 생각은 이렇다.

적어도 일본의 경우에는 차로나 인프라가 갖춰져야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주의 도로 형태와 외관상 크게 차이가 없지만, 그 길을 활용하는 양태는 매우 달랐다.

사카이에서 일정을 모두 마치고 교류회가 예정된 난바로 이동했다. 이번 연수에 직간접적인 도움을 준 분과 한국에 대한 관심으로 여러 차례 찾았던 분들과의 교류회였다.

한국과 일본, 오사카와 전주가 주로 화제에 올랐다. 많은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전날 오후 자전거 박물관에 동행하기도 했던 시라이 마유미씨에게 물었다.

"일본에서도 불법주차 문제가 있었을 것이고 교통이 복잡했죠? 언제부터 이렇게 달라졌나요?"라는 내 질문에 대한 마유미씨는 "1960년대 정도가 아니었나 싶다"고 답했다. 

"(당시) 단속을 하기 시작했고 범칙금이 만만치 않았어요. 주차를 해야 했고 때마침 시행된 차고지 증명이 정착되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마유미씨는 교통 전문가가 아니고, 이 기억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일본 전역에서 일어난 변화 과정을 다 알지 못할 것이다.

일본 사람들은 변화를 만들었고, 지금은 그 변화가 자연스러운 일로 정착됐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그 변화를 만들어 냈을까를 찾는 것이다. 이번에 일본을 찾은 목적일 것이다. 아직은 그것의 윤곽만 만진 느낌이다. 이렇게 오사카의 이틀밤이 넘어간다.

태그:#사카이 자전거, #자전거 도시, #전주 자전거 연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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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는 한의사, 자전거 도시가 만들어지기를 꿈꾸는 중년 남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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