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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우 포스코바로세우기 시민연대 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촛불 2주년이 지나도 경제적폐는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민우 포스코바로세우기 시민연대 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촛불 2주년이 지나도 경제적폐는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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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2주년, 우리 사회는 바뀌었나? 경제적폐는 하나도 청산되지 않았어요."

단호한 목소리였다. 지난 10월 3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정민우 포스코바로세우기 시민연대 대표와 마주 앉았다. 몸이 좋지 않다는 그는 실내에서도 인터뷰 내내 두꺼운 코트를 입고, 스카프를 두른 채로 있었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날카롭게 빛났다. 정 대표는 "적폐청산의 가장 중요한 축이 경제다"라고 말했다. 서민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부문에서라는 이유다. 이어 그는 "경제적폐를 제대로 청산했다면 지금 민생에서 겪는 어려움이 해소됐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가 말하는 경제적폐 청산의 첫 걸음이자 중심은 민영화된 공기업 바로세우기다. 바로 KT와 KT&G, 그리고 포스코그룹(아래 포스코)이다. 그 중에서도 그가 몸 담았던 포스코가 핵심이다. 정 대표는 "(정부는) 최소한 국민 혈세로 키운 기업이라도 제대로 세워야 한다"면서 "한 케이스(포스코)에서 일어난 일들이 다른 곳에서도 그대로 발생한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가 이끄는 시민연대의 명칭에서 가늠할 수 있듯, 그의 눈에 지금의 포스코는 정상이 아니다. 회사의 비정상화는 2008년부터 시작됐다. 부실한 해외 기업을 무분별하게 사들였고, 바하마 등 대표적인 조세 회피처에 계열사를 만들었다. 손실은 날로 커져갔고, 이를 메우기 위해 알짜 자산을 헐값에 매각했다. 그리고 직원들이 짐을 싸야만 했다. 이에 그는 지난 2017년 국민재산되찾기운동본부 창립에 동참했고, 이후 포스코 내부 비리 척결에 앞장서 오고 있다.

왜 포스코인가?

- 포스코바로세우기 시민연대 대표이시다. '바로세우기'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지금의 포스코는 정상이 아니라는 얘기인가?
"지난 10년간 포스코 안에서 이뤄진 일들은 재무제표에 나타난 숫자들만 봐도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요. 2007년까지 40년동안 조업하면서 발생한 부채가 11조 원이에요. 그런데 엠비(MB, 이명박 전 대통령)가 대통령이 된 2008년부터 2014년 말까지, 재임기간은 2012년까지였지만 저희는 2년 뒤까지 영향이 미친다고 봐요, 여튼 그 기간 부채가 29조 원이 늘어서 40조 원이 돼요. 그런데 2008년 포스코가 가지고 있던 현금이 13조 원이었고, 2014년 말까지 이익잉여금은 20조 원이었어요. 이러한 자산들을 제대로 써서 회사를 성장시켰다면 영업이익이나 등등 모든 게 좋아져야겠죠."
 
 
그는 자신의 의혹 제기가 허무맹랑한 주장이 아니라는 근거로 연결재무제표(지배·종속 관계의 회사 재무제표를 하나로 연결한 재무보고서)의 수치를 제시했다. 매출액과 자산만 보면 그간 포스코는 장사를 아주 잘해왔다. 들쑥날쑥하지만 2007년 매출액은 31조 원을 기록했고, 2014년 65조 원, 2015년 58조 원에 이르렀다. 자산도 2007년의 약 36조 원이 2014년에 85조 원을 넘어선다.

하지만 이 같은 수치는 각종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영업이익률, 부채비율을 살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2007년 7조 원이었던 연간 영업이익 금액이 2015년 2조 4100억 원으로 급감한다. 당기순이익은 오히려 적자로 바뀌었다. 2007년 3677억 원을 벌어들였던 반면, 2015년 960억 원 손해를 봤다. 영업이익률도 처참하다. 2005년 23.1%까지 올랐다가 2008년 이후 급격하게 추락해 2015년 4.1%로 떨어졌다.

2007년 이전까지는 회사가 사업은 확장하면서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노력했다는 짐작도 가능하다. 2003년 자산이 20조 원 대일 때 부채비율은 56.7%였다. 이후 2006년 11조 원이 늘어나는 동안 부채비율은 되레 39.0%로 줄었다. 2007년 자산 증가와 함께 44.4%로 늘었지만 절반을 넘지는 않았다. 하지만 2011년에는 무려 92.5%까지 치솟는다. 2014년은 88.2%를 기록했다. 시민연대는 포스코가 빚을 내서 사업을 확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음은 그의 말이다.

"돈(이익잉여금과 현금)이 제대로 쓰였다면 포스코는 더 건실해졌어야 해요. 그런데 어떻게 됐나요. 영업이익이 최초로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내려 앉았어요. 정준양(전 회장), MB 시절 5년을 겪고 나서. 그렇다면 이 돈이 어디에 쓰였을까? 2007년까지 포스코의 국내외 계열사는 85개뿐이었요. 그런데 2012년 말이 되면 거의 340개가 돼요. 4배가 늘었어요. 그 많은 돈이 계열사 늘리는데 쓰였다고 충분히 추정할 수 있지요."

수상한 M&A들

포스코는 2011년에 가장 공격적으로 국내외 기업을 인수했다. 정 대표의 말대로 정준양 전 회장과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이다. 2010년 종속기업과 지분법연결로 155개였던 계열사는 2011년 315개로 늘었다. 한 해에만 160개의 회사를 매입했다. 이틀에 하나 꼴로 사들인 것이다. 영업일수로만 따지면 일일 매입 숫자는 2배가 된다. 김경율 회계사(참여연대 집행위원장)는 1조 5000억 원이 넘는 대손상각비를 주목했다. 정상적인 기업에서는 이 같은 금액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이어 정 대표는 포스코 건설(아래 건설)의 송도 사옥, 포스코 엔지니어링(아래 엔지니어링)의 분당 사옥 관련 헐값 매각 의혹을 언급했다. 그는 두 사옥의 매각 배경과 과정에 의문을 품었다. 정 대표는 "권오준 (회장 재임) 첫 해, 회사에 돈이 없기 때문에 현금을 빨리 만들어서 유동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내부의 중요한 화두였다"라고 했다. 두 사옥 매각에 대한 정 대표의 말을 옮긴다.

"(건설의 사옥 매각은) 부자가 망해서 부동산 팔기 시작한 것과 똑같은 모양이에요. 그러면 부동산 팔 때 부동산 제값 받아야지요. 그런데 제 값 받고 팔아도 시원찮은데 말도 안 되는 가격에 팔았고, (송도 사옥을) 4500억 원에 사겠다는 딜이 있었는데도 그걸 무시했어요. 더 황당한 것은 엔지니어링의 분당 사옥 매각이에요. 매각 작업 진행하던 담당 직원이 그 건물을 삽니다. 포스코 근무를 20여년 하고 나면 건물을 살 수 있을 정도로 재력가가 될 수 있는 건가요?"

정 대표에 의하면 회사는 해당 직원에게 사옥을 팔면서 풋옵션을 적용했다. 풋옵션은 매각 금액을 특정 시기의 가격으로 정해서 파는 권리를 말한다. 정 대표의 말이다. 

"부동산을 한국에서 풋옵션 하는 법은 없거든요. 한국에서 부동산은 불패잖아요. 가격이 계속 오른단 말이죠. 매각 시점은 2016년 완료되는데, 2011년, 2012년 가격으로 줘요. 말이 안 되죠. 이런 일들이 포스코 내에서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포스코 비리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 드린 거예요."

"국민연금이 독보적 최대주주... 포스코와 KT는 반드시 살펴봐야"

정 대표는 포스코의 부실화와 비리 진상규명을 위해 과거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 집권 기간 사들이고 판 기업에 대한 회계를 모두 들여다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피씨(EPC)에쿼티스와 산토스 씨엠아이(CMI) 매매 과정에서의 포스코-건설-엔지니어링 간의 분식회계 의혹을 예로 들었다. 또 해외 조세 회피처에 단행한 투자와 설립한 회사들을 낱낱이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국세청과 금융감독원, 그리고 검찰의 공조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 조세 회피처의 자금 추적이 가능할 거라고 보는가.
"(EPC와 산토스) 두 회사의 매입매각이 너무 황당해서 캐고 들어가다가 분식회계를 발견하게 됐죠. 그렇다면 포스코가 인수했던 나머지 160개 계열사의 회계는 온전할 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요. MB시절 포스코가 바하마, 룩셈부르크 등 유명한 조세회피 지역에 설립한 컴퍼니들이 있어요. 최소한 이 회사들의 자금 흐름을 봐야 해야 해요. 오이씨디(OECD) 국가 간 국세법이 있고, 또 다른 나라 국세청과 협조해서 끝까지 해야죠. 자금의 꼬리를 밟아야 해요."

그가 이와 같이 포스코 비리 진상규명에 목을 메는 이유는 민·관·정·경의 모든 비리를 한번에 드러낼 수 있는 구심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다시 정 대표의 말이다.

"대한민국 기업의 돈이, 국가의 국부가 유출된 거예요. 그리고 포스코가 민영화된 공기업이라고 하지만 그냥 오너기업이 아니잖아요. 포스코를 비롯해 KT, KT&G, 이 세 곳은 국민 혈세로 키운 기업이에요. 특히나 포스코는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세운 유일한 기업이고. 세 기업이 잘해서 큰 게 아니에요.

물론 내부자들의 공헌도 있겠지만 국가가 그만큼 키웠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어요. 이들 스스로 국민기업이라 말하잖아요. 이들의 정체성이 부정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국민기업이고 말 그대로 국민의 혈세로 큰 기업이에요. 지금도 중요한 것은 국민연금이 독보적인 최대주주예요. 그렇다면 여기에서 쓰인 자금은 반드시 (밝혀야 해요). 특히 포스코와 KT 두 기업은 반드시 살펴봐야 합니다."

-  경제적폐 세력에 대한 발본색원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발본색원은 의지의 문제예요. 지금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잘해서 정권 잡은 게 아니에요. 국민들이 촛불 혁명이라는 무혈 혁명으로 상을 차려줬어요. 그러면 이 상을 진수성찬으로 잘 차리고 깨끗하게 닦았어야 했는데 민주당은 지난 10년 적폐에 편승하고 있어요.

지난 10년 적폐에서 국부가 유출된 대표적인 아이템이 사자방이라고 하잖아요. 사대강, 자원외교, 방산사업... 이것들은 국가적으로 움직여야 해요. 포스코 광산 구매 사례처럼 민관 총 동원할 수 있는 권력은 어디인가. 그 권력밖에 없어요. 민주당은 지난 10년의 비리를 청산할 책임이 있어요. 상에 차려진 밥 먹고 놀라고 차려준 거 아니에요. 깨끗하게 청산하고 다음을 잘 열라고 차려준 거예요. 그런데 이번 국감에서 이 같은 국가적 비리에 대해 의혹 제기한 사람 있나요?"

"문 정부와 민주당, 10년 적폐에 편승하고 있다... 무지의 소치"
 
정민우 포스코 바로세우기 시민연대 대표는 "적폐청산의 가장 중요한 축이 경제다"라며  "경제적폐를 제대로 청산했다면 지금 민생에서 겪는 어려움이 해소 됐을거다"고 말했다.
 정민우 포스코 바로세우기 시민연대 대표는 "적폐청산의 가장 중요한 축이 경제다"라며 "경제적폐를 제대로 청산했다면 지금 민생에서 겪는 어려움이 해소 됐을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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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적폐가 적폐 중에 가장 심각하다고 본 이유는? 
"국민 실생활에 가장 피부로 와 닿는 부분은 경제 적폐예요. 적폐 청산은 정치와 경제가 동급으로, 동시다발로 가야 해요. 경제 적폐는 서민들의 실생활과 맞닿아 있어요. 그런데 경제적폐는 하나도 시정하지 못했어요. 민영화된 공기업들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진상을 규명해야 합니다. 어떻게 썩은 살을 도려내지 않고도 깨끗한 살이 난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지. 썩은 살은 도려내야 해요. 이 과정은 아프죠. 아프지만 해야지요. 이 정부는 대의를 갖고 출범을 했잖아요. 그렇다면 국민의 대의를 믿고 자신 있게 나가야 하는데, 너무 책임이 없는 모습만 보이고 있어요."

- 현 정부와 여당이 경제적폐 청산에 미온적, 소극적인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전 솔직히 무지의 소치라고 봐요. 소신과 전문지식의 부족, 그리고 정말 정권을 20년 가져가겠다는 의지 박약. 당과 정부 모두의 문제라고 봐요. 모든 일에는 컷어웨이(관련성)가 있어요. 모든 부분이 집약돼 있는데 이것이 포스코예요. 일을 할 때는 이런 핵심을 잡아야 하는데, 포스코가 이 정확한 포인트라는 걸 몰라요. MB는 알아봤죠. 기업의 가장 큰 강점은 효율과 효과 중심으로 일을 스피디하게 해요. 문 정부가 MB 정부의 반만이라도 유능했으면 좋겠어요."

- 그렇다면 현 정부가 포스코를 비롯한 민영화된 공기업을 바로세우고, 경제적폐를 없애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나?
"민영화된 공기업의 자금을 컨트롤할 수 있는 거는 국민연금이에요. 국회에서 민영화된 공기업 세 곳을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해서 감사라도 받게 해야 합니다. 이 세 곳은 감사도 없으니 사외이사들까지 다 해먹고 있어요.

문 정부가 들어서고 (회사가) 바뀔 것이다라고 내부 직원들, 안팎의 사람들이 기대를 많이 했어요. 그런데 지금 어때요? 바뀐 게 하나도 없죠. 최정우라는 사람이 새로운 회장이 됐어요. 여기에 대해서 포스코 안팎의 사람들이 문 정부에 느끼는 실망감은 엄청나요. 민영화된 공기업이기 때문에 정부가 손 될 수 없다는 무책임한 말을 하고 있죠. 역대 어느 정권도 이렇게까지 무책임하지는 않았어요. 너무나 무책임하고,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큽니다."

정 대표는 "적폐청산 하라고 국민들이 민주당에 정권 준 거다"라면서 "그런데 왜 안 하는지에 대해서 민주당이, 국회가, 그리고 문 정부가 응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태그:#포스코바로세우기, #촛불2주년, #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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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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