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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대학교 방송공연예술학과 김상열 교수가 프로젝트 극단 '사고뭉치'를 창단해 지난 8일부터 21일까지 2주간 대전 상상아트홀에서 셰익스피어의 연극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선보였다.
  
제27회 전국연극제 대상 수상작인 ‘소풍가다 잠들다’와 제1회 대한민국 연극제 대상작인 ‘철수의 난’을 연출한 실력파 연출가 대전대 김상열 교수가 이번에 해외공연을 위해 셰익스피어의 연극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선보였다.
▲ 김상열 교수 제27회 전국연극제 대상 수상작인 ‘소풍가다 잠들다’와 제1회 대한민국 연극제 대상작인 ‘철수의 난’을 연출한 실력파 연출가 대전대 김상열 교수가 이번에 해외공연을 위해 셰익스피어의 연극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선보였다.
ⓒ 조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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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열 교수는 이번 작품을 해외공연용으로 제작하기 위해 대전의 개성파 배우들을 캐스팅해 6개월간 준비했고, 8월에는 출연진들과 함께 영국으로 건너가 에든버러 축제와 런던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김상열 교수는 제27회 전국연극제(2009년) 대상 수상작인 <소풍가다 잠들다>와 제1회 대한민국 연극제(2016년) 대상작인 <철수의 난>을 연출한 실력파 연출가다. 김 교수와 함께 지난 21일 <말괄량이 길들이기> 마지막 공연을 보고난 뒤 대전 상상아트홀 로비에서 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해외 나가서 평가받는 게 목표"
 
말괄량이 캐서린(이여진)이 여동생 비앙카(서채현)를 괴롭히고 있다. 아버지 벱티스터(이시우)가 이를 못마땅한 듯 쳐다보고 있다.
 말괄량이 캐서린(이여진)이 여동생 비앙카(서채현)를 괴롭히고 있다. 아버지 벱티스터(이시우)가 이를 못마땅한 듯 쳐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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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님이 직접 '사고뭉치 극단'을 창단했는데, 계기가 있나요?
"저희 극단은 일반적인 형태 극단은 아닙니다. 매 작품마다 사람들을 뽑아서 공연하고 끝나면 뿔뿔이 흩어지는 콘텐츠 공연 집단이에요. 보통 지역극단들이 서울을 향해서 목표를 삼는데, 저희는 해외에 나가서 한 번 검증을 받아보자는 취지로 극단을 만들었어요. 그 첫 작품으로 셰익스피어 작품을 선택을 했고, 이 작품을 가지고 내년에 해외에 나가서 평가를 받아볼 계획입니다."
 
- 해외로 나가는 길이 만만치는 않을텐데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제가 교수 생활을 하는 동안 해외 배낭여행을 하면서 여러 가지 네트워크나 정보들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한 번 시도해보려고 해요. 작품 연출에 들어가면서 셰익스피어 페스티벌이라든가 유럽 쪽에 계속 정보를 알아보고 있고, 일부 조직위원회에 메일을 보내놓은 상태입니다."

- 이번 연극을 준비하면서 배우들과 함께 최근 영국을 갔다왔다고 하던데요.
"에든버러 축제도 구경하고 영국 런던에 있는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에 가서 16세기에 셰익스피어가 관객과 어떻게 호흡했는지 직접 눈으로 보는 게 좋겠다 싶어서 함께 여행을 계획했어요. 가서 셰익스피어 극장의 배우들을 보니 우리가 많이 보고 배워야 되는 점이 많았어요. 배우와 관객이 어떻게 호흡을 맞춰야 하는지, 그들을 통해 많이 자극을 받았어요. 영국에서 보고 배웠던 것을 실제로 이번 작품에 적용시키기도 했어요."
 
-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일단 유럽이나 해외 여러 나라에서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작품을 가지고 연극을 만들고 싶었어요. 해외로 나가게 되면 외국인들에게 작품을 알리기 위해서는 한국어를 몰라도 알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알려진 작품을 선택하려다 보니 셰익스피어를 선택하게 됐어요. 셰익스피어 작품은 600년 넘게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새롭게 해석되고 각색되는 그런 작품이잖아요. 그중에서 구성이 조금 용이하고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여지가 많았던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선택했습니다."

"배우들이 무대에서 자유롭게 노는 모습 보고 싶었다"
  
말괄량이 캐서린(이여진)이 여동생 비앙카(서채현)에게 청혼하러 온 호텐쇼(최승완)와 그레미오(안예주)를 괴롭히며 난장판을 만든다.
 말괄량이 캐서린(이여진)이 여동생 비앙카(서채현)에게 청혼하러 온 호텐쇼(최승완)와 그레미오(안예주)를 괴롭히며 난장판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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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연출한 작품은 원작과 어떤 부분에서 차이가 있나요?
"사실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 작품 중에서도 초기작이라고 알려져 있어요. 그래서 미숙한 점이 많거든요. 원작은 원래 극중극 형태인데, 저희는 동양적인 소재들을 쓰면 외국인들에게 더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이걸 장자의 호접몽과 연결시켜 각색했어요.

거기에 배우들의 역할바꾸기를 통해서 유희적이고 시각적인 재미를 더하도록 만들었어요. 마침 어제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들이 몇 분 오셨는데, 외국인들에게 '어떻게 봤느냐'라고 물어봤는데, '한국어는 모르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는데 무리가 없었다, 재미있게 보았다'고 평해서 저희들이 일단 약간 고무됐어요."

- 배우들의 역할바꾸기는 긍정적인 면도 많이 있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같은 사람이 여러 역할을 담당하니까 조금 헷갈리는 면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낯선 외국이름이다 보니 관객들 입장에서는 자꾸 바뀌는 배우들 역할을 따라가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을 겁니다. 저희도 사실 연습과정에서 많이 고민을 했어요. '이게 우리만 아는 것이 아닐까, 관객들은 못 알아보는 거 아닐까'라고.

그래서 저희가 의상에서 시각적인 변화를 주려고 했어요. 향후 의상도 현대적으로 바꾸려고 그래요. 시대를 떠나 현대적인 특징을 가질 수 있게끔, 누가 봐도 그 역이 어떤 역이라는 걸 알 수 있게끔 현대적인 의상으로 많이 바꾸어서 관객들이 쉽게 이 역할들을 받아들일 수 있게끔 그렇게 손을 볼 예정입니다."
 
- 연출자로서 이번 연극을 평가한다면?
"제가 의도했던 것 중 하나는 배우들이 무대에서 자유롭게 노는 것이었어요. 배우들 7명이 다양한 역할 바꾸기를 하면서, 서로 간 호흡을 맞추면서 마치 하나의 놀이처럼 즐겁게 놀기를 바랐습니다. 제가 의도했던 대로 배우들이 자유롭게 무대에서 노는 모습이 정말 좋았어요. 배우들이 역할을 잘 해줘서 정말 감사하죠.
 
저는 이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면 배우들이 역할을 잘해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의 연습과정도 그랬고, 일련의 모든 과정 속에서 배우들이 개입을 했고, 배우들이 의견들을 많이 제시했고, 배우들에 의해 새롭게 바뀌는 부분들도 많았어요. 연출자 입장에서는 배우들에게 점수를 준다면 정말 120점 이상 주고 싶어요."
  
연극을 모두 마치고... 맨 중앙에 선 남자가 이번 작품에서 말괄량이 캐서린과 함께 열연한 페트루치오 역의 정아더씨.
 연극을 모두 마치고... 맨 중앙에 선 남자가 이번 작품에서 말괄량이 캐서린과 함께 열연한 페트루치오 역의 정아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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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작품을 만들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요
"'여성을 길들인다'는 발상 자체가 페미니즘을 포함해 어떤 의미로는 성불평등을 조장할 수 있잖아요. 이 부분들을 어떻게 설득력 있게 보여주느냐 이것이 제일 어려웠어요. 연습 과정에서도 배우들과 가장 많이 토론하고 가장 많이 힘들었던 부분 중 하나고요.

사실 아직까지 그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을 못 했어요. 16세기에는 이게 허용이 됐지만 21세기에는 여성을 길들인다라는 테마에 대해 거부 반응이 많잖아요. 저희들도 우려했던 부분인데, 현대적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는 주제의 재해석이 필요하고, 저희가 해결해야 될 과정이 아닌가 싶어요."
 
- 2주간의 국내 공연을 통해서 수정·보완할 점도 확인했을 텐데요. 어떤 부분을 보완하실 생각인가요.
"해외 나가서 공연을 해보면 언어가 가지고 있는 장벽이 있어요. 그래서 우리나라 극단이 공연할 때는 자막을 넣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러나 제가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자막을 보며 공연을 관람하면 집중이 안 돼요.

그래서 일단 현재의 대사량을 조금 줄여나가고 연극적인 형식, 주로 비주얼적인 형식, 액션의 다양한 변화들을 많이 넣고,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한국적으로 해석해 외국인들에게 어필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배우들이 농담 삼아 '한복 입고 하면 안되냐'는 이런 이야기도 하거든요. 여하튼 비주얼적인 부분을 보강하고, 대사를 줄이는 쪽으로 작품을 보완할 계획입니다."

"지방연극이 아니라 지역연극"
  
연극이 끝나고 관객들과 함께 기념촬영.
 연극이 끝나고 관객들과 함께 기념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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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공연 계획은?
"이 작품은 12월에 대전대학교에서 한 번 더 공연을 합니다. 그것 말고 저희가 이제 다음 작품으로 1인 창작 판소리극을 할 계획입니다. 안숙선 선생님이 외국에서 판소리로 대히트를 치신 적이 있어요. 그 당시는 이게 도저히 이해가 안 됐거든요. 판소리를 외국인들이 알아듣지도 못 하는데 왜 사람들이 좋아하지?
 
외국인 입장에서 보면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노래로서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가 봐요. 판소리가 외국인들에게 한국적인 어떤 예술장르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보고서 창작판소리를 한 번 만들어 내년 2월 쯤에 해외공연을 해보려고 준비 중에 있습니다. 내년 3월에는 대전대학교 서경희 교수의 퍼포먼스 안무를 중심으로 세 번째 작품을 준비하고 있어요."
 
-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저희가 대전에서 해외를 목표로 해서 연극을 한다고 하면 일부는 부러워하기도 하고 일부는 대전에서 무슨 해외로 나가냐고 약간 평가절하 하는 분들도 계세요. 저는 우리나라 연극이 해바라기처럼 서울을 향해서 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을 합니다.

지방 연극이 아니라 지역 연극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국의 한 지역에서 만든 작품을 해외로 나가서 한 번 경쟁력 있게 붙어보겠다는 이런 취지로 '사고뭉치 극단'을 만들었고, 공연도 그렇게 해 나갈 생각입니다. 많이 격려해주시고 관심 가져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태그:#김상열, #사고뭉치, #셰익스피어, #말괄량이 길들이기, #상상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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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 tracking photographer. 문화, 예술, 역사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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