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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2012년에 분양원가 공개를 무력화시켰다. 또 박근혜 정부가 2014년에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했다.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상한제는 2007년 참여정부 때 부활했던 개혁 조치다.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 상한제는 새 아파트를 주변 시세보다 싸게 공급함으로써 집값을 안정시키는 특효약이다."

그러나, "재벌 건설사들은 한사코 이를 거부한다"라고 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전북 전주시병)가 3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한 말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두 번째로 열리는 정기국회 첫날,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를 통해 부동산 가격을 잡는 조치에 국회가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하면서 이러 말도 했다.

"작년에 당시 국민의당 의원들이 주축이 되고 여야 의원 42명이 공동 발의했던 분양원가 공개 법안. 이것이 국토위를 통과했다. 그런데 법사위에서 자유한국당 몇몇 의원들이 발목을 잡으면서 1년 가까이 잠자고 있다."

김진태·윤상직·정갑윤·주광덕, 이들의 2017년 9월 27일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왼쪽)과 여상규 의원. 2017년 8월 28일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모습.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왼쪽)과 여상규 의원. 2017년 8월 28일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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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누구였을까. 해당 상임위에서도 통과된 분양원가 공개법안이 법사위에서 막힌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국민의당 시절이었던 2017년 3월, 정동영 대표는 공공주택 원가 공개 항목을 61개로 늘리는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토교통부 역시 개정안이 통과되면 원가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그해 9월 21일, 이 법안은 소관 상임위인 국회 국토위의 '벽'도 넘어섰다. 분위기가 무르익었던 셈이다. 그런데 일주일여 만에 열린 법사위.

"이게 지금 현행 12개에서 갑자기 61개로 확대하자는 내용이어서 여기에 대해서 기업의 영업기밀을 침해한다는 여러 가지 업계의 우려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것도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 또 기업활동 자유의 원칙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서 좀 더 논의를 해 봐야 될 것 같고요."

정 대표 표현대로라면, 가장 먼저 발목을 잡고 나선 이는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강원 춘천시)이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남양주시갑)이 "각 상임위에서 여야 의원들이 제반 사정을 다 고려하고 정부 측 의견까지 수렴해 (법안을) 올린 취지는 체계·자구상 문제가 있는지, 위헌의 소지가 있는지 등을 가려 걸러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사위부터 법에 주어진 역할과 권능을 지키자"는 것이었다.

그러자 주광덕 한국당 의원(경기 남양주시병)이 김진태 의원을 거들고 나섰다. 주 의원은 "20대 국회에 와서 법사위 운영, 법안 심사 상황을 보면 상당히 진전됐고 발전됐다는 생각을 한다"라면서 "충분히 헌법이나 법률 체계의 과잉 금지 원칙이나 기업활동의 자유 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김현미 장관에게 '불똥'... "법으로 원가 공개하는 나라 있나"

자유한국당 정갑윤 의원이 2017년 8월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철성 경찰청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정갑윤 의원이 2017년 8월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철성 경찰청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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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박주민 민주당 의원(서울 은평구갑)이 "해당 상임위에서 판단을 거쳐 법사위에 온 걸, 다시 동일한 내용으로, 더구나 권한 밖에 있는 내용으로 다시 심의나 심사를 하게 되면 이건 정말 해당 상임위 논의를 부실하게 만들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정갑윤 한국당 의원(울산 중구)이 "자본주의 시장 경제 질서를 유지하는 나라 치고 법으로 원가 공개하는 나라가 있나, 그것 본 적이 있느냐"라면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호출'했다.

김현미 : "이 법은요, 원가 공개하는 항목에 대해서 61개 항목을 법으로..."
정갑윤 : "입법으로 하는 나라가 있냐고요."
김현미 : "우리나라가 2007년부터 12년까지 이미 했었습니다."
정갑윤 : "우리나라 말고 다른 나라요."

김 장관은 "우리나라가 선분양 제도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거고, 다른 나라는 대부분 후분양제를 하기 때문에 이런 제도 자체가 필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곧 "퇴행"이라는 주장이 이어졌다. 윤상직 한국당 의원(부산 기장군)은 "2007년도 61개 분양가 공시 항목을 2012년도에 12개로 줄였는데 다시 또 퇴행하고 있다"며 "주택정책이라는 게 이렇게 고무줄 식으로 댕겼다 밀었다 이래도 되는 거냐"라고 물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아주 그냥 대못 박으려고 주택법에 숫자까지 넣는다, 이게 시장경제냐"라고 또 물었다. 그러면서 "정부가 부끄럽다"고도 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날 법안은 권성동 당시 법사위원장(강원 강릉시)의 "일단 계류시켜 놓겠다"라는 말로 사실상 잠들기 시작했다. 같은 날 정동영 의원은 "국회 법 체계나 절차상 아무 하자가 없음에도 법사위가 법안 내용 수정을 요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글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그리고 1년여 후, 당 대표로서 정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라면서 또한 이렇게 강조했다.

'정동영 법안' 발목 잡았던 한국당 4인방은 지금...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를 만나 환담하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를 만나 환담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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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000원 인상보다 더 우리 경제에 근본적인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이 부동산 가격 폭등이다. 지금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2007년 참여정부 때 주요 인사이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참여정부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할 때 정책실장을 한 분이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도 2007년 당시 대통합민주신당에 함께 했던 분이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다 같은 입장이다."

그러면서 정 대표는 "분양원가 공개법 처리를 위해 5당이 나설 것"을, "부동산 문제와 주택 가격 안정에 5당과 국회가 나설 것"을 촉구했다. 과연 그 메아리가 국회 안에 얼마나 울려 퍼질까. 정 대표 발언처럼 이른바 '올드보이'의 역할이 주목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또한 분명한 것은 그 어떤 메아리든 법사위를 통과해야 세상 밖으로 퍼져 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정동영 법안'의 발목을 잡았던 김진태 의원은 정무위로, 윤상직 의원 역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로 각각 20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를 옮겼다.

하지만 분양원가 공개법안이 "기업 활동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라고 했던 주광덕 의원, '분양원가 공개하는 나라가 있냐'고 물었던 정갑윤 의원은 여전히 법사위 소속이다. 또한 법사위 위원장은 여전히 자유한국당몫이다. 이른바 개혁 입법은 여상규 위원장(경남 사천시남해군하동군)을 통해야만 한다.


태그:#정동영, #분양원가, #법사위, #여상규, #자유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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