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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 단교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인천출입국외국인청의 단동방문 참가자들. 한국인이 많이 찾는 관광지에서 중국 당국은 현수막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동북공정의 일환이라고 한다.
 압록강 단교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인천출입국외국인청의 단동방문 참가자들. 한국인이 많이 찾는 관광지에서 중국 당국은 현수막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동북공정의 일환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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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에서 수영하는 마른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요. 중국 단동에서 바라본 북한의 모습은 이민자인 저에게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했어요."

한국에서 오랜 기간 생활한 다문화가족들이 북한을 바라보고 드는 생각은 무엇일까? 남한과 북한이 얼른 통일이 되어서 갈등과 대립 없이 함께 생활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다문화가족이나 내국인이 서로 다르지 않았다.

인천출입국외국인청(청장 안규석) 사회통합협의회(회장 서광석)와 이민자네트워크(회장 벤자마트)는 지난 27일부터 30일까지 3박4일간 국토탐방 단동 방문 '사랑해요 대한민국, 사랑해요 압록강' 행사를 진행했다.

한국에서 오랜 기간 생활하며 지역사회에도 기여하는 다문화가족들이 내국인과 함께 우리 국토를 둘러보고 평화와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는 행사에 나선 것이다.

압록강 단교 끝 부분. 끊어진 다리라는 뜻에서 ‘단교(??)’라고 부른다.
 압록강 단교 끝 부분. 끊어진 다리라는 뜻에서 ‘단교(??)’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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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행사에는 이주민과 내국인의 사회통합을 위해 노력하는 내국인 10명과 인천출입국외국인청에서 외국인 주민들을 대상으로 통역과 상담 등의 봉사 활동을 하는 다문화가족 12명이 참여했다.

말이 3박 4일이지 27일 저녁 7시 인천항 제1국제여객터미널에서 단동페리호를 타고 중국으로 출발해 다음 날인 28일 오전 11시경 단동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다시 29일 저녁 같은 배를 타고 단동에서 인천으로 돌아왔다. 현지 일정은 1박 2일에 불과했다.

"학교에서 배우기만 했던 압록강과 단동을 직접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너무 기쁩니다. 외부 행사에 나가게 된 것은 처음이어서 무척 설레었습니다"

단교의 끝 부분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중국 출신 다문화가족.
 단교의 끝 부분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중국 출신 다문화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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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화교3세로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왕조교(52)씨는 중국 단동으로 떠난 국토탐방의 설렘을 이렇게 표현했다. 얼마 전 한국 국적을 취득한 그에게도 한국 국토를 둘러보는 이번 행사는 특별한 의미를 가졌다.

왕조교씨 등 참가자들은 28일 첫날 단동 현지에서 압록강변을 중심으로 북한 국경을 둘러보는 다양한 일정을 소화했다.

북한 장성택이 처형되기 전 개발하려고 했던 황금평을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6.25전쟁 때 폭격으로 끊어진 압록강 단교를 관람했으며 단동시민들의 휴식처인 압록강공원, 또 고구려 연개소문이 세운 천리장성의 시작점이라고 알려진 호산장성에 올라 한걸음만 내디디면 북한이라는 '일보과'를 관람하기도 했다.

압록강변에 나타난 북한군 병사들. 이들은 나룻배까지 걸어온 후 웃옷을 벗고 수영을 했다.
 압록강변에 나타난 북한군 병사들. 이들은 나룻배까지 걸어온 후 웃옷을 벗고 수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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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은 다문화가족들이 단동에도 예외 없이 내린 35도 이상의 폭염을 뚫고 호산장성에 올라 북한의 모습을 둘러봤다.

"더운 날씨에 호산장성에 오르는 것이 너무 힘들어 후회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호산장성에서 북한의 들판을 한눈에 바라보는 기분은 이룰 말할 수 없이 좋았어요. 저곳이 우리나라의 땅이고 또 북한 주민들과 남한 주민들이 모두 화합하며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국 분단의 현실을 직접 체험하는 특별한 기회였습니다."

왕수위(37)씨는 폭염 속에서도 끝까지 호산장성에 오른 10명의 참가자 중 한 명이었다.

둘째날인 29일에는 과거 동양 최대의 수력발전소로 지금도 북한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는 수풍댐을 관람한 뒤 압록강 하류로 이동해 유람선을 타고 북한마을을 조망하는 일정을 소화했다. 이곳에서는 압록강에서 수영을 하는 북한 어린이들과 낚시를 하는 북한 어부 등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압록강변에서 수영을 하는 북한 어린이들. 많은 다문화가족들이 이 아이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 했다.
 압록강변에서 수영을 하는 북한 어린이들. 많은 다문화가족들이 이 아이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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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생활한 지 3년 된 중국 출신 다문화가족 리핑(41)씨는 "중국에서 생활할 때 북한 접경 지역을 많이 둘러 봤다"며 "어려운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중국으로 탈출하는 북한주민들이 안타깝다. 통일이 한반도에 평화와 행복을 가져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생활한 지 21년 된 태국 출신 이주여성 벤자마트 이민자네트워크 회장은 "한국에서 전쟁 위기가 높아질 때마다 친정에서 빨리 태국으로 돌아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자주 했다"며 "손에 닿을 듯 가까운 곳에 있는 북한사람들을 보니 눈물이 났다. 평화로운 한국이 더 가까워 진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 돈을 세트로 구입하고 즐거워 하는 다문화가족 벤자마트 씨와 채보근 인천출입국외국인청 이민통합센터장
 북한 돈을 세트로 구입하고 즐거워 하는 다문화가족 벤자마트 씨와 채보근 인천출입국외국인청 이민통합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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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화합의 시대를 맞아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은 다문화가족이나 내국인이 하나도 다르지 않다.

인천출입국외국인청 사회통합위원으로 이번 행사에 참여한 최영욱(55)씨는 "중국을 통해 북한을 엿보는 것이 이제 싫다"며 "우리 국토를 우리가 직접 가보는 날이 하루 속히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진정한 사회통합에 한 발짝 다가서는 행사로도 의미를 더했다.

사회통합위원 정상만(46)씨는 "북한과 통일을 이루고 화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 사회 내부에서 우리부터 다문화가족들과 소통하고 화합을 이뤄야 한다"며 "다문화가족과 우리 국토를 돌아보며 이들도 한국인과 같은 마음, 같은 생각을 가진 한 가족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서광석 회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내국인과 다문화가족이 한국의 국토가 어디까지인가, 북쪽에 위치한 압록강 일대를 둘러보는 감격스러운 시간을 가졌다"며 "한 형제를 앞에 두고도 가지 못하고 만나지 못하는 서러움을 다문화가족들도 절실히 느꼈을 것이다. 언젠가 통일이 되어 남과 북이 얼싸안는 그 때에 다문화가족들도 우리와 함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년 전 같은 행사로 울등도와 독도를 방문한 바 있는 인천출입국외국인청은 올해 단동에 이어 내년에는 다문화가족들과 함께 제주도와 마라도 방문을 추진할 예정이다.

지금도 북한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는 수풍댐. 방문단은 관람객이 거의 찾지 않는 수풍댐에 와서야 단체 현수막을 펼칠 수 있었다.
 지금도 북한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는 수풍댐. 방문단은 관람객이 거의 찾지 않는 수풍댐에 와서야 단체 현수막을 펼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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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기다문화뉴스에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태그:#인천출입국외국인청, #다문화가족, #단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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