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전주시에는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자전거 정책과가 있다.
이 과에는 과장(이호범) 아래 자전거 정책팀, 자전거 문화팀, 자전거 시설팀 등 세 개의 팀이 있고 11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서울시에 같은 명칭의 부서가 있지만 성격이 다르다.
광역자치단체인 서울이라는 거대도시의 자전거 정책을 펼치는 것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초단체에서 교통 관련부서 또는 기타의 부서에 속해 자전거 업무를 맡고 있다. 직원 또는 팀을 통해 2,3인가량이 자전거 업무를 보게 하는 것과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국가적 차원의 자전거 정책을 관장하는 부서는 행정안전부 생활공간정책과 산하에 '자전거 정책팀'이다. 모두 5인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2016년 말 조직개편을 통해 2017년 1월 신설된 전주시 자전거 정책과가 일을 해온 지 1년 반가량이 경과하였다. 이런 전주시의 시도에 주목해볼 지점이 있다.
아직은 부서 신설을 통해 이룩한 성과를 논하기엔 이를 것이다. 아울러 평가하기엔 이른 대목도 있다. 이 안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1년 반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담아보기 위해 과를 방문하여 취재하였다.
우선 자전거 정책과 신설 후 해온 일을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과는 우선 20여 년 동안 자전거 도시를 표방해 온 지난 기간에 대한 평가를 하며 새롭게 만들어갈 방향을 설계하였다. 이를 위해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진행 중인 자전거 정책을 살펴보기 위해 여러 도시를 견학하며 벤치마킹할 내용들을 챙겼다고 한다.
이 과정을 통해 공영자전거(또는 공유 자전거)가 필요하지만 우선적으로 인프라 구축과 여건 개설 후 전주의 사정에 걸맞은 방식을 고안하기로 했다고 한다.
공영자전거 업무를 맡고 있는 강석균씨의 설명에 그런 대목이 담겨있다. "그동안 전주의 공영자전거 운영을 잘 들여다보니 행정편의적인 발상 아래 잘 관리되지 못한 점을 찾아냈습니다. 그래서 실제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한옥마을 주변에 세 곳을 추가하고 이용요금을 낮춰 시민이나 관광객들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덕분에 많이 활성화되고 평가가 좋은 것 같습니다."
또 하나, 자전거 자체를 잘 타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과내 분위기를 이어온 것이다. 업무범위를 넘어서 자전거를 자기 생활 안에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과원 전체가 영산강, 섬진강, 금강 라이딩을 함께 하기도 했고 일상적인 이동을 자전거로 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한다.
시청에서 가장 먼 혁신도시에 거주하는 배경남 문화팀장의 출근거리가 12Km라고 한다. 승용차로는 30여분, 버스로는 40여분, 자전거로는 50여분 걸린다고 한다. 출퇴근 대부분 자전거를 통해 이동하는 배 팀장은 본래 자전거를 즐겨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체력이 길러지는데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제가 다니는 출·퇴근길이 의외로 다닐만하더라고요. 제일 좋은 것은 길을 다니면서 어느 지점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가 눈에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라며 자신의 생활과 업무의 연결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설명하기도 했다.
과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사항중 하나는 '시민의식 변화'와 '교육'의 중요성이다.
유치원 아이들에게 자전거 안전교육을 한다. 찾아가는 자전거교실을 통해 학교마다 순회를 하면서 '자전거 운전 면허증'을 발급하기도 한다. 시민 및 시청 공무원을 상대로 많은 교육프로그램을 가지기도 한다. 완전 초보를 교육시켜 자전거에 맛을 붙이게 하는데 반응이 좋다고 평가하고 있다.
동호회 관리 및 시범학교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장명규씨의 말이다. "시범학교 사업을 해보면서 가급적 학교의 의견을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통학로를 정비하고 개선하는 과정을 겪다 보면 학교 선생님들이 점점 자전거에 대한 애정을 가지기 시작하는 경우를 보기도 합니다. 물론, 아직도 학교의 방침이 선생님들의 주관적인 판단이 많이 작용을 하면서 자전거 통학을 제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주에서의 변화를 주목하라19년 전 자전거 업무를 맡으면서부터 자전거와 인연을 맺어 왔다는 박광수 정책팀장의 말을 옮겨보겠다.
"예전에도 의욕을 가지고 시도했지만 치밀하지 못했던 측면을 발견하곤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청에서 먼저 움직이기보다 시민들이 먼저 제기하고 나서면서 시작된 변화에 주목합니다. 이번 선거과정을 통해 시장 당선자나 다수의 시도의원 당선자가 자전거를 걸고 공약을 내걸어준 힘이 여기에서 나오게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자전거 사업은 안정된 재원 확보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는데, 그동안은 예산이 부족했던 점이 많이 아쉬웠는데요. 이번에 시장님뿐 아니라 의원님들이 관심을 가지고 비중 있게 자전거를 바라보기 시작한 게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자전거 정책과를 바라보는 내외부의 시선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강석균씨의 이야기도 주목할 만하다. "처음에 과가 신설되고 제가 과에 간다고 하니깐 '그런 과를 왜 만드는지' '가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와 같은 부정적이고 회의적인 시선이 많더라고요. 한데 우리 과가 하나하나 세심하게 만들어 가는 과정을 접하고 알게 되면서 지금은 '참 애를 많이 쓴다. 열심이다' 이런 말을 듣고 있습니다."
"다른 지자체들이 부러워하기도 한데 행정안전부에서 전주의 자전거 정책과에 거는 기대가 큰 것 같습니다. 만약 한국의 자전거가 새롭게 길을 찾아간다면 전주가 아닐까 하는 이야기를 종종 건네 듣기도 합니다. 전주에서의 여러 여건들에 주목할 대목이 많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라는 이호범 과장의 설명까지 듣게 되면 이 과에 대한 시선과 기대가 어디에 있는지 유추될 수 있다.
"기린대로 전용도로 개설에 관한 논의 과정에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예상되는 여러 문제점을 보완해가면서 방향을 잡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진행 중인 기린대로 겸용도로 개설 및 자전거 도로 개설은 내년까지 마무리될 예정입니다."라고 설명하는 손준 시설팀장의 계획과 포부를 듣기도 하였다.
이날 연가 중이었던 강현진, 정찬 팀원, 자전거 과에 와서야 자전거를 배웠고 팀원들과 함께 다녔던 섬진강 라이딩이 힘들었지만 이제 따라갈 정도는 되었다는 이정아 팀원, 자전거를 본래 즐겨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자전거를 잘 타게 만들지를 찾아내기가 쉽지는 않다'는 제창옥 팀원, 그리고 과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전주에서 생태교통의 핵심은 자전거여야 하지 않느냐'며 의욕적인 모습을 보인 박상훈 팀원까지...
전주시 자전거 정책과 직원 11인의 업무와 일상에서 남다른 자부심이 느껴지는 인터뷰였다. 그들은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며 자전거를 타고 일하는 것이다.
인터뷰 마지막을 장식했던 이호범 과장의 말을 옮기며 취재기를 마친다.
"얼마 전 일본에 견학차 다녀왔습니다. 손 팀장과 박상훈 직원 그리고 저까지 셋이 다녀왔는데 그 충격이 참으로 컸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왜 자전거를 타는지 알수 있겠더라구요. 골목이며 대로며 불법 주·정차 되어 있는 경우를 한 번도 보지 못했어요. 차를 타고 이동하면 불편하고 자전거로 이동하면 편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만들었더군요. 그것을 가능케 한 기초질서 의식에 대한 경외감이 들었습니다. 지금 전주에서 일고 있는 여러 움직임을 잘 이해하고 담아가는 역할을 잘 하고 싶습니다. 저를 비롯해 과 직원들 모두는 우리 일이 전주를 바꾸는 일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임하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자전거로써는 매우 중요한 전기를 맞았다고 과원 전체가 느끼고 있습니다. 주어진 환경을 잘 관리해 나가면서 자전거 도시로 가는 힘찬 페달질 해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