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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인이나 마찬가지인 장덕천 변호사. 그는 이번 더불어민주당 부천시장 경선에서 파란을 일으켰다. 8명이나 되는 경쟁 후보들이 앞다퉈 출판기념회, 출마기자회견, 선거사무소 개소식 등을 하며 지역사회를 흔들 때 장 후보는 조용히 지역주민을 만났다.

8명의 후보들은 대부분 2선 이상의 시·도의원을 거치며 시의회 의장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했지만, 2016년 총선에서 국회의원 경선 탈락한 경력이 전부였던 장덕천 후보는 30㎡(9평) 선거사무실에서 조용히 자기만의 선거에 몰입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장 후보까지 9명의 후보 중 3명이 1차 컷오프된 뒤 치러진 경선에서 2인 중 1위를 차지하더니 2차 경선에서도 56%의 득표율로 1위를 기록, 더불어민주당 부천시장 후보가 됐다. 앞으로 그는 본선에서 자유한국당의 최환식 후보, 바른미래당의 이승호 후보, 무소속 윤병국 후보와 겨룬다.

그가 여당 부천시장 후보로 결정되자 지역사회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어떻게 정치 신인이 경기도의원 5명과 시의회 의장 출신의 부천시의원 3명 등을 제치고 경선을 통과할 수 있었느냐는 물음이 쏟아졌다. 지난 28일 오전 이러한 물음을 안고 부천 상동에 있는 선거사무실에서 그를 만나봤다.

그가 기자회견-출판기념회 하지 않은 까닭

180528 장덕천 더불어민주당 부천시장 후보
 180528 장덕천 더불어민주당 부천시장 후보
ⓒ 송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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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덕천 후보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시·도의원 경력도 없는데 부족하지 않나?
"정치학을 전공한 정치학도이면서 부천시 고문변호사를 했고, 현재 경기도 고문변호사를 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이 지방정부의 행정과 지역사회 현안에 대한 이해를 풍부하게 했다.

자치분권이 강화되는 시기에 시장으로서 그 제도적 이해나 활용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나설 때가 아니어서 기다리고 있었지, 준비는 꾸준히 해왔다. 시장으로서 결코 경력이나 준비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천시의 이익을 가장 잘 챙길 수 있는 후보라고 자부한다."

- 출판기념회도 안 열고 출마기자회견도 하지 않았다.
"이번 지방선거는 대통령 지지도가 높고, 민주당의 지지도도 높기 때문에 본선보다 경선이 중요하고 치열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서 출판기념회, 기자회견 등을 빨리하는 게 좋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걸 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차별화라고도 할 수 있는데 차라리 그 시간에 실질적으로 이익이 되는 부분에 집중하고자 했다. 경선에서 저를 지지해 줄 사람을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려고 노력했다. 출마기자회견은 소셜미디어나 일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내용을 밝혔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음으로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어보자는 욕심도 있었다. 출판기념회 등을 통해 세를 과시 하는 정치 문화를 체질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그런 것들을 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성공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민주당 경선은 당원 50%, 국민경선 50%로 이뤄지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표를 얻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캠프에 사람 많아야 잘 되는 건가... 중요한 건 '입소문'"

180527 부천 다문화축제에 다른 시도의원 출마자들과 함께 참석한 장덕천 더불어민주당 부천시장 후보(오른쪽에서 3번째)
 180527 부천 다문화축제에 다른 시도의원 출마자들과 함께 참석한 장덕천 더불어민주당 부천시장 후보(오른쪽에서 3번째)
ⓒ 송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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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락한 8명의 후보들과 함께 드림 선거캠프를 구성했다.
"지난 경선에서 모든 후보들이 치열하고도 깨끗하게 임했다. 성숙한 선거문화를 부천의 후보들이 선도했고 그래서 함께 경쟁했던 8명의 후보들이 모두 원 팀을 넘어 드림팀을 구성하는 자산이 됐다.

이제 캠프에 참여하고 계신 분들이 캠프 업무를 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캠프에서는 캠프의 역할을 하고, 저는 경선 과정에서 그랬듯 시민을 한 분이라도 더 만나 얘기를 듣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시민을 만나는 것이 즐겁고 선거에 더 효과적이다. 캠프 회의 한 번 더 하는 것보다 시민들과 접촉을 강화하는 게 좋다. 시장에 당선하더라도 이런 태도를 유지할 것이다."

- '당 지지율이 높아 당선을 낙관한다, 캠프가 느슨하다'는 지적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절대 그렇지 않다. 당 지지율이 높든 낮든 지금과 똑같이 했을 것이다. 태어나서 가장 열심히 일하고 있고 뛰고 있다. 후보는 그렇게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또 한가지는 캠프에 사람이 많고 바글바글 해야 잘 되는 캠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저를 지지하는 분들이 저를 대신해서 이웃을 만나고 저를 홍보하는 것이다. 이분들이 이웃에 저에 대해 알려주시고 저의 공약에 대해 알려주시고 저의 비전에 대해 알려주시는 것이 중요하다. 그 힘으로 경선을 통과했다.

거기에 더해서 또 효과적인 것이 바로 후보가 가능한 많은 시민들을 직접 만나는 것이다. 다녀보면 상황이 좋은 것은 맞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 열심히 뛰었는데 현재 아주 적극적인 호응을 느낀다.

그러나 결코 방심하지 않겠다. '교만은 멸망의 선봉이며 패망의 지름길'이라는 말씀을 늘 마음에 새기고 있다. 더불어 '겸손은 존귀의 길잡이'이기에 더욱 낮은 자세로 선거에 임하겠다. 문재인 정부와 당의 지지율이 높다는 것은 잘 알지만, 편승하거나 안주하지 않을 것이다. 부천시장은 부천시민을 위한 자리이기에 부천시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경제-환경 양날개를 생각한다"

180528 선거사무실 앞에 선 장덕천 더불어민주당 부천시장 후보
 180528 선거사무실 앞에 선 장덕천 더불어민주당 부천시장 후보
ⓒ 송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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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약을 보니 지역발전보다 환경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 같다. 기초지자체에서 환경이 더 중요한가?
"'환경 이민'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미세먼지 등 생활과 기후에 영향을 받는 환경의 문제가 가장 큰 화두다. 기성세대는 당연히 미래세대, 다음 세대를 위해 쾌적한 환경을 준비하고 물려줄 의무가 있다. 그 역할에 충실하고자 한다.

대규모 사업에 대한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대형 사업에 치중하다보면 정작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사업을 외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청계천이 그렇지 않았나. 시정을 잘 해 지지를 받고 호응을 얻어야 하는데 더 큰 길로 가기 위해 외부적 성과를 만들고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내 공약은 굳이 말하자면 환경에 방점을 뒀다기 보다 경제와 환경이라는 양날개로 병행 발전을 공약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다만 특성상 환경과 관련한 정책이 조금 더 세밀하게 비춰지지 않았나 싶다."

- 여느 정치인과 다른 생각, 이미지,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고 여기는 자평하는 지점은?
"신념의 차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가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겸손이다. 그 겸손은 주변 분들이 저의 인사를 보고 느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머리를 깊이 숙여 인사를 한다. 어떤 분들은 '이제 후보가 됐는데 머리를 너무 숙이지 마라, 부천시장 후보로서 무게감을 가지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하지만 저는 그게 좋다. 시민들께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하는 것이 손해 볼 일이 아니다. 하던 대로 하겠다. 그래서 그런지 타인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밴 사람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의외로 제 자질이나 능력이나 이런 부분보다 거기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게 선거에서 더 무서운 것 같다. 그런 얘기가 입소문을 타면서 돈다. 예의 바르고 겸손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안다는 얘기가 선거에서 얼마나 득이 되겠나. 저는 앞으로 싫어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웃음)"

180528 장덕천 더불어민주당 부천시장 후보, 박지영 대변인과 함께.
 180528 장덕천 더불어민주당 부천시장 후보, 박지영 대변인과 함께.
ⓒ 송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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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단이 부족하고 유약하다는 평가도 있지 않나?
"어떤 조직에도 갈등이 있게 마련인데 민주주의의 대원칙은 대화와 타협 아닌가. 조정을 하려고 많이 노력한다. 이런 갈등 조정의 과정은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결과는 더 낫다. 호통과 강제조정의 리더십에 익숙한 분들이 갈등조정의 리더십, 민주적 리더십을 다른 측면에서 보고 유약하다고 말하기도 하는 것 같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저는 민주적 의사결정이라는 제가 추구하는 목표를 향해 가고 있을 뿐이다. 이것을 두고 유하다는 말씀을 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단호한 결정이 필요할 때는 그렇게 한다. 그러나 그 전까지는 민주적 리더십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유력 정당의 부천시장 후보로서 부천시민들께 한마디 해달라.
"저는 '평등은 약자 편이다'라는 정치적 신념을 가지고 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을 가장 우선 순위에 두고 정치를 할 것이다. 행정은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불편을 해소하고 갈등과 아픔을 치유하는 행정을 하겠다. 또한 희망을 더하고, 갈등은 빼겠다. 혁신을 곱하고, 행복은 나누겠다. 내 곁의 시장이며 시민의 든든한 '빽'이 되겠다는 초심을 지키겠다. 제가 비록 더불어민주당의 시장 후보지만 저를 지지하지 않는 분들도 모두 부천시민이다. 시민 모두의 시장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경기에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태그:#부천시장 후보, #장덕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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