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조상연

관련사진보기


'사랑하는 딸에게 부치는 편지'

'부(富)와 귀(貴)가 찾아서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나는 말채찍을 잡는 천한 일이라도 하겠다. 그러나 해서 될 일이 아니면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

사랑하는 딸아, 위의 글은 공자(孔子)가 한 말이다. 어차피 큰 부자가 못 되고 귀하게 못 될 바에 차라리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즐기고 살겠다는 이야기다. 파리도 천리마의 꼬리에 찰싹 붙어있으면 하룻저녁에 천 리 길을 갈 수 있다만 그게 어디 내 즐거움이랴?

하늘의 도리가 있으니 구름은 하늘에 있어야 제격이고 땅의 도리가 있으니 소나무는 바닷가 보이는 동산에 우뚝 서 있어야 멋이 있다. 그러나 하늘의 도리도 좋고 땅의 도리도 좋지만, 사람의 도리가 먼저 아니겠느냐? 사람의 도리를 아버지는 사회적 윤리관에서 찾는다. 사회적 윤리관은 사랑이며 예(禮)이고 질서이다.

"네가 무슨 일을 결정하기 어려울 때 쉽게 결정하는 방법이 있다. 네가 하고자 하는 일이 성공해서 큰 이득을 보았을 때 그 이득만큼 남이 손해를 보면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이득이 적더라도 남에게 좋은 일이라면 망설일 것 없이 하면 된다."

이것이 바로 사회적 모럴이라고 하는, 아버지가 생각하는 윤리관이다.

'욕심이 없으면 발전이 없다.'

아버지는 욕심을 '과정 없이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하는 마음'으로 정의 내린다. 따라서 아버지는 복권을 사 본 적이 없다. 복권을 샀다는 그 짧은 과정에 비해 얻는 게 너무 크기 때문이다. 천 원짜리 로또 한 장 사놓고 수십억이 당첨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 남들은 그 마음 때문에 로또를 산다고 하지만 아버지는 그 마음이 불편하다.

부처님은 있는 것도 버리지 못해 고민했고 예수님은 당신도 별로 가진 게 없으면서 그나마 남에게 주지 못해 안달했다. 이제는 부처님의 대자대비와 예수님의 이병오어 기적과 같은 인류애가 사회적 윤리관이 되어야만 한다.

공자 또한 이런 말을 남겼다.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사철나무 늘 푸른 것을 알 수 있다."

좋은 일은 함께할 수 있어도 나쁜 일은 함께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부귀를 쫓아 옮겨 다니는 사람의 인심이 항상 같지 않음을 이르는 말이다.

사랑하는 딸아, 남들 아버지는 어떻게 해서든지 잘 먹고 잘 살라며 악을 쓰는데 우리 아버지는 왜 그러냐며 욕하지 말아라. 자식을 사랑하는 방법도 여러 길이 있으니 우리 아버지는 이렇게 자식을 사랑하는구나 이해해주렴. 다만 한 가지, 아버지가 너희에게 자신 있게 해줄 수 있는 것도 있다.

네가 만약
서러울 때면 아버지가 대신 눈물이 되리
어두운 밤 험한 길 걸을 때 아버지가 너의 등불이 되리

살아서나 죽어서나
아버지가 너의 영원한 노래가 되어 지켜주마
딸아, 너 자신을 사랑해라. 다음에 세상을 사랑해라.

임재범의 '여러분'이라는 노래를 들으며 가사 몇 줄 옮겨 적었다. 시인 곽재구 선생의 시 한 편 보탠다. 시에 대해 굳이 설명 없어도 되리.

-

사평역에서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오래 앓은 기침 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 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태그:#모이, #공자, #아버지, #딸바보, #딸사랑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편안한 단어로 짧고 쉽게 사는이야기를 쓰고자 합니다. http://blog.ohmynews.com/hanast/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