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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조건없는 드루킹 특검 수용을 촉구하며 이틀째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 이틀째 단식 농성중인 김성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조건없는 드루킹 특검 수용을 촉구하며 이틀째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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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단식 하루 만에 부쩍 수척해진 모습을 보였다. 항상 3대 7을 고수했던 가르마는 헝클어졌다. 챙 넓은 밀짚모자로 부스스한 머리카락과 내리쬐는 햇빛을 가렸다. 붉은 점퍼로 바람을 막았다. 행색은 초췌해졌지만 하루 전 돌연 '노숙 단식'을 선언하며 "강고한 투쟁"을 외쳤던 기개만큼은 그대로였다.

"여러분들. 결코 정의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굶으면 죽는다고 했습니다. 대신 굶으면 반드시 진실 밝혀진다고 자신합니다."

4일 오전, 노숙 단식장 바로 옆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김 원내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조건 없는 드루킹 특검을 쟁취하겠다, 드루킹 게이트 특검을 남북정상회담 비준 동의와 맞바꿀 수 없다"라면서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도 김 원내대표는 "남북정상회담은 의미 있고 진전된 회담이었다, 결과에 따라 국회에서 해야 할 일이 있으면 하겠다"라면서도 "단, 미북정상회담을 마치고 항구적 한반도 비핵화와 북핵폐기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확인하면 남북정상회담 비준뿐 아니라 해야 할 일에 앞장설 수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당이 마치 남북정상회담을 무조건 깎아내리고 국회가 해야 할 일을 걷어차는 정치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라고 항변했다. '위장평화쇼'라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는 사뭇 다른 온도 차다.

그는 "국민 의혹 해소 특검을 민주당이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에 대한 배신 행위"라며 "추경에 국민투표법에 방송법까지 민주당이 원하는 현안을 검토하겠다고 하는데도 특검 하나 끝내 받지 못하겠다는 게 민주당이다, 왜 그토록 반대하는지 국민 앞에 얘기하라"고 촉구했다.

김 원내대표는 "국민적 신뢰와 지지 좀 받기로서니 국회를 이렇게 패싱(무시)하는 헌정유린이 언제까지 갈지 지켜보겠다"라며 "한국당은 가열찬 투쟁으로 반드시 드루킹 댓글조작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실체적 진실을 반드시 밝혀내겠다"라고 강조했다.

원내대표 단식에도 의원들 의총 참석률 절반... "의원보다 기자가 많아"

조건없는 드루킹 특검 수용을 촉구하며 이틀째 단식 농성중인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농성장 옆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 이틀째 단식 농성중인 김성태 조건없는 드루킹 특검 수용을 촉구하며 이틀째 단식 농성중인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농성장 옆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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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의총에서는 60여 명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참석했다. 전체 의원(116명)의 절반 수준이다. 취재진 사이에서는 "의원보다 기자가 많아 보인다"라는 소리까지 새어나왔다.

참석률이 저조하자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는 "연휴 앞두고 지역 일정이 많을 텐데 함께해줘서 감사하다, 지역에 필승 결의대회가 있어 거기 많이 가셨다"라면서도 "오늘 60여 분 참석했는데 많은 분들이 7일 의총에 참석하도록 독려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어렵게 결단하고 투쟁하는 원내대표님 중심으로 특검이 수용되는 결과를 도출할 때까지 투쟁 대열에 한분도 빠짐없이 함께 해달라"라고 재차 당부의 말을 남겼다.

'김경수-드루킹게이트 특검 수용하라' 등 손 팻말을 든 의원들은 "청와대와 민주당은 댓글 공작 특검 즉각 수용하라, 정상회담 마쳤으니 댓글공작도 특검하라"고 외쳤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좌파가 하면 괜찮고 우파가 하면 도둑놈인 선택적 기억상실에 걸린 문재인 정권이다, 화룡정점이 드루킹 사건"이라며 "김경수도 청와대도 검찰도 경찰도 민주당도 거짓말만 한다, 거짓말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힐난했다.

그는 "무너져 버린 정의를 바로세우기 위해 목숨 건 단식 투쟁하는 김성태 원내대표를 응원한다"라며 "이로써 은폐된 진실이 세상에 드러나게 될 것이다, 후안무치한 정권의 실체를 밝혀내자"라고 소리쳤다.

김성태 100m 앞에서 이정미 "특검으로 갑질하냐"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 등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갑질과의 전쟁' 발대식을 하고 있다.
▲ '갑질과의 전쟁' 선포한 정의당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 등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갑질과의 전쟁' 발대식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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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이 의총을 마무리하며 마지막으로 "드루킹 특검을 수용하라"고 외칠 때 10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는 정의당의 노동이 당당한 나라 '갑질과의 전쟁' 발대식이 열렸다. 이들의 요구는 '갑질 재벌 대한항공 청문회 실시 및 채용비리 강원랜드 특검 도입, 노조파괴 삼성그룹 국정조사 실시' 등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자유한국당을 향해 "강원랜드 채용비리 터진 지 벌써 8개월이다, 국회는 청년에 무슨 답을 주냐, 고작 하는 게 채용비리 범죄에 연루된 의원 한 명 지키고자 방탄 국회 허송세월 보내는 게 다"라고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바로 뒤편에서 노숙 단식 투쟁을 벌이는 김 원내대표에게도 뼈 있는 한 마디를 남겼다.

"뒤에 있는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님께도 진심으로 한 말씀 드립니다. 솔직히 자유한국당의 당사 앞에서 단식 농성이라도 하고 싶은 것이 바로 저의 심정입니다. 지금 국회가 해야 할 일이 무엇입니까. 여기가 산적한 민생 현안을 다 뒤로 미뤄두고 한 마디로 무노동 고임금의 국회 특검 갑질을 벌이고 있는 현장입니다. 

국민들을 보호하라고 국회의원들에게 세비를 주고 있는데, 지금 4월 한 달 동안 아무일도 하지 않고 저렇게 자리를 깔고 있는 모습을 더 이상 어느 국민이 용납하겠습니까. 즉각 천막을 거두고, 단식을 중단하고 국회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그래서 국민들을 보호할 수 있는 3대 갑질 청산에 함께 나서십시오."

김종민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는 "정치권 갑질의 대명사 한국당, 색깔론과 기득권의 마지막 피난처인 한국당을 끝장내야 한다"라며 "이번 지방선거는 자유한국당을 몰락시키고 60년 정치갑질의 시대를 끝장내는 선거다, 이는 정의당이 제1야당이 될 때 가능하다, 끝내자 자유한국당!"을 외쳤다.

이때 김 원내대표는 밀짚모자를 얼굴에 올린 채 누워있는 상태였다.

4일, '노숙 단식' 이틀째를 맞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밀짚모자를 얼굴 위에 올린 채 누워있다.
 4일, '노숙 단식' 이틀째를 맞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밀짚모자를 얼굴 위에 올린 채 누워있다.
ⓒ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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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성태, #노숙 단식, #이정미, #드루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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