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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실에 놓인 곰돌이 인형
▲ 곰돌이 직업은 경비원? 경비실에 놓인 곰돌이 인형
ⓒ 명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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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파트 관리비를 줄이기 위해 경비원을 줄이거나 아예 없애는 아파트가 늘고 있다. 경기도 김포의 한 아파트는 최근 주민들의 찬반 투표를 통해 경비원을 없앴다. 며칠 전, 이웃 아파트인 이곳을 지나다 경비초소에 우두커니 놓여있는 곰돌이 인형을 본 적이 있다. 경비원이 없어진 이후 그 대신 놓아둔 것인지 알 순 없지만,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해당 아파트 주민 B씨는 고등학교 딸을 키우는데, 아이가 밤늦게 집에 올 때마다 경비아저씨가 없으니 불안하다고 한다.

"저 경비실 불도 처음엔 꺼놨어요. 그런데 너무 어두우니까 요즘은 켜놓더라고요. 1층에서 비상 상황이 있을 수 있고, 비가 오거나 눈이 올 때 아저씨들이 치워주고 도움을 주셔서 안심이 되고 편했는데 지금은 안 계셔서 얼마나 불편한지 몰라요."

"그러면 찬반 투표할 때 반대를 하셨냐"고 되물었다.

"그럼요. 그런데 그 찬반 투표가 문제인 게, 대부분 내용이 뭔지 잘 모르고 처음에 누가 찬성을 하면 주르륵 찬성하고 반대가 많으면 반대를 하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그리고 투표를 받으러 다닐 때 마치 찬성을 해야 하는 것처럼 얘기하면, 주민들은 그냥 찬성을 하기도 하고요."

"한 달에 만 원 덜 내자고 저렇게 했다는데 난 차라리 만 원을 더 내고 경비원 아저씨들이 자리를 지키는 게 편해요. 주민들도 불편함을 겪고 나서야 자신들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알겠죠!"

단지 만 원 덜 내는 문제가 아닌데... '함께 사는 세상' 어려울까?

경비실에 놓인 곰돌이 인형
▲ 어둠속에 경비실 불빛만 환해 경비실에 놓인 곰돌이 인형
ⓒ 명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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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아파트는 보안경비 위주로 근무하고, 오래된 아파트 단지는 관리 위주의 경비 인력이 배치돼 있다. 관리 업무를 주로 맡는 경비원들은 오래된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비상시에도 대처한다. 충분히 제 역할을 하는 직업이다.

또 경비원 분들은 출신이 다양하다. 전직 교장, 대기업 근무자도 있다. 이전 직장의 경험을 살려 여러 역량을 발휘하시는 분들도 있다. 퇴직 후 집에서 노는 것보다 땀 흘려 일하는 게 좋아서 일한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고, 생계를 위해 근무하시는 분들도 있다.

이유가 어떻든 간에 경비원이라는 직업을 함부로 보아서도, 쉽게 생각해서도 안 된다.

만 원이면 한 달에 커피 두 잔만 줄이면 되는 돈이다. '만 원의 행복'이라고, 함께 가는 사회도 만들고, 경비원들의 직업도 지켜주고, 주민들 일상의 편안함도 지켜주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닐 텐데...

경비원을 줄이자는 안건을 내는 사람들이나, 그 안건에 대해 찬반 투표하는 주민들이나 조금 더 다른 사람을 배려했다면 살기 좋은 아파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경비원 삭감의 안건은 단지 내 관리비 만 원을 덜 내는 문제가 아니다. 꼭 필요할 수 있는 일자리를 줄이는 문제이고, 응급 상황을 대처할 수 있는 인력을 없애는 문제다. 또 누군가 가장의 수입을 없애는 문제이고, 일상의 불편함을 대신해주던 분들을 외면하는 문제이다.

그리고 그것은 '나의 일'이 될 수도 있다.


태그:#사라지는직업경비원, #아파트경비원보장, #주민이기주의, #함께사는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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