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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들이 18일 충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남인권조례를 대법원에 제소한 충남도를 맹비난했다.
 보수단체들이 18일 충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남인권조례를 대법원에 제소한 충남도를 맹비난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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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인권조례 폐지를 둘러싸고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충남도는 최근 대법원에 충남인권조례 폐지조례안 가결에 대해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보수단체와 기독교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자신들을 '바른인권위원회'라고 밝힌 시민들은 지난 18일 충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남도를 맹비난했다.

이들은 남궁영 충남지사 권한대행을 직접 겨냥했다. 이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충남기독교총연합회는 지난 4월 13일 남궁영 권한 대행을 만나 도의회가 가결한 충남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을 대법원에 제소하지 말고 공포할 것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또 현수막을 통해 '남궁영 권한대행은 도청을 떠나라'고 압박했다. 

이들은 "인권은 국가 사무이므로 지방자치 단체에서 관련 법령을 제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법령에 근거하지 않고 제정된 충남인권조례는 폐지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이에 대해 김형완 충남도인권위원은 "말도 안 돼는 강변"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국가라는 것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막론한 개념이다. 따라서 국가업무(인권증진)를 규정한 헌법적 명령을 이행하는 데 있어 지방정부도 예외일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이어 "특히 지방 자치단체는 주민의 삶과 복리에 관계된 업무를 주로 하고 있다"며 "오히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보다도 인권증진 업무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충남도의회가 충남인권조례를 폐지할 때 내놓은 명분 중엔 "도민 사이의 갈등이 조장되고 있다"는 항목이 있다. 하지만 헌법이나 상위법령 위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충남도민인권선언에 적시한 성소수자 차별금지와 외국인 차별금지 등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사실상 '충남인권조례가 동성애와 이슬람을 조장한다'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 한 것이다.

"홍동중학교 동성애자 강연, 우리가 항의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이들 중 몇몇은 개신교 목사 혹은 개신교계 관계자로 확인됐다. 이들이 기자에게 건넨 명함에는 'OO제일 교회 담임목사'라고 적혀있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또 다른 시민은 자신을 충남지역 YMCA 이사 출신이라고 소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직후, 질의응답 과정에서 자신들이 "홍동중학교에 항의 전화를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홍동중학교 성소수자 인권 강연 취소 사건은 지난 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충남 홍성군 홍동중학교에서는 한채윤 비온뒤무지개재단 상임이사의 강연이 예정돼 있었다. 물론 강연은 취소됐다. 한채윤씨가 강연을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홍동중학교에 항의 전화가 빗발쳤기 때문. 학교 측에 따르면 전화를 건 사람들은 "학교에서 동성애를 조장하는 내용을 강의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화를 건 사람 중에 자신을 '홍동중학교 학부모'라고 소개한 이들도 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 기자가 학교와 학부모 측에 확인하는 과정에서, 전화를 건 이들 중 상당수가 홍동중학교 학부모가 아닐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관련 기사 : 중학교에서 열릴 예정이던 성소수자 강연 돌연취소, 왜?). 이런 상황에서 기자회견 질의응답 과정을 통해 항의 주체가 누구인지 일부 확인된 것이다.

기자는 이날 기자회견 직후 이들에게 "혹시 홍동중학교에 항의 전화를 한 적이 있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기자에게 명함을 건넸던 박아무개 목사는 "홍동중학교뿐만 아니라 충남도와 교육청에도 항의 전화를 했다"고 답했다. 이에 기자가 "학부모까지 사칭한 것은 지나치지 않느냐"고 되묻자 박 목사는 "학생들에게 콘돔까지 나눠주고 있다. 항의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박 목사가 '콘돔까지 나눠주고 있다'고 말한 부분은, 일부 홍동 주민들이 지난해 마을에 청소년 전용 콘돔 자판기를 설치한 일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홍동중학교와는 무관하게 진행된 일이다. 홍동중학교 관계자는 "마을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콘돔자판기를 설치한 사실은 알고 있다"며 "학교와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태그:#충남인권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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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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