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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의 노조와해 의혹 수사와 관련 나두식 삼성전자서비스노조 지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녹취록이 든 휴대전화를 들어보이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4.11
 삼성그룹의 노조와해 의혹 수사와 관련 나두식 삼성전자서비스노조 지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녹취록이 든 휴대전화를 들어보이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4.11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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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간 삼성과 싸워온 느낌은 정말 태산 같은 바위에 매일매일 머리를 치받는 느낌이었습니다."

삼성의 '노조 와해' 의혹 피해자인 나두식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지회장은 무려 14분 동안 쉬지 않고 그간 쌓인 이야기를 털어놨다. 차분한 말투였지만 구체적 피해 사실을 이야기할 때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11일 오후 1시 25분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성훈)에 피해 사실을 진술하기 위해 출석한 자리였다.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었다"

나 지회장은 먼저 "삼성 노조 파괴 문건 관련 성역 없는 수사를 한다는 데 진심으로 환영한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지난 5년이라는 시간이 저한테는 일초일초 정지된 화면처럼 서 있다"라면서 "저와 우리 조합원 기억 속에 정지된 화면처럼 남아있는 그 사실을, 진실을 이야기하려고 나왔다"라고 밝혔다.

또한 "노동조합을 시작하면서 노동 3권이라는 걸 처음 알았고, 이제는 노예 같은 삶을 버리고 내 삶을 살 수 있겠다는 꿈과 희망이 생겼었다"라면서 "그러나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로)조합원 300~400명이 탈퇴하면서 이 꿈이 무너져 내렸다"라고 말했다. 표적감사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최종범씨를 떠나보낸 때를 회상하면서는 "그가 죽음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제가, 또는 또 다른 조합원이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었다"라고도 했다.

나 지회장은 삼성의 노조 와해 의혹뿐만 아니라, 과거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장소는 5년 전인 2014년 5월 14일 (경찰의) 염호석 열사 시신 탈취에 온몸으로 저항하다 구속됐을 당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았던 곳"이라면서 "장례를 방해한 적도 없고, 경찰을 폭행한 사실도 없어 끝까지 혐의를 부인한 결과가 징역 1년 6월 실형에 집행유예 2년이었다"라고 말했다. "지금은 같은 사건의 피해자로 나왔다"라고도 덧붙였다.

고용노동부가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나 지회장은 "고용노동부가 수시 근로감독을 제대로 했다면 저희 동료가 죽음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삼성의 부당노동행위 관련 자료는 2014년부터 축적했지만 제출해봤자 무혐의로 나오는 게 너무 확실해 어느 순간부터 고용노동부에 가지 않았다"라고 토로했다.

앞서 검찰은 삼성전자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수년간 노조 와해를 계획·실행한 문건 6천여 건을 확보해 수사에 나섰다. 여기엔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가 '총괄TF'를 만들어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노조 활동을 방해하는 계획을 세우고, 실행 과정을 직접 챙긴 내용까지 담겼다. 또한, 지난 2014년 노조 탄압에 항의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염호석 삼성전자서비스 양산센터 분회장의 장례 때 발생한 경찰의 시신 탈취 사건에도 개입한 정황도 포함됐다고 알려졌다.

다음은 나 지회장이 취재진 앞에서 밝힌 입장 전문.

"삼성 노조 파괴 문건 관련 성역 없는 수사를 한다는 데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들어가기 전에 두 가지만 말씀드리고 가겠습니다. 이 장소는 5년 전인 2014년 5월 14일 염호석 열사 시신 탈취에 온몸으로 저항하다가 구속이 되었고, 그때 당시 제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5년 후인 오늘은 같은 사건에 대해서 피해자로 나왔습니다. 

지난 5년이라는 시간이 저한테는 일초일초 정지된 화면처럼 그렇게 서 있습니다. 굉장히 분노하고 있습니다. 우리 조합원들도 분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저는 이곳에 분노를 말하러 온 게 아닙니다. 제 기억 속에, 우리 조합원들 기억 속에, 일초일초 정지된 화면처럼 남아 있는, 그 사실을, 진실을 이야기하려고 나왔습니다. 

당시에 제가 이곳에서 조사받을 때 혐의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장례를 방해한 적이 없습니다. 경찰을 폭행한 사실도 없었습니다. 당시에 저를 조사하던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 김병현 부장님이 지휘하셨고, 담당 검사는 서경원 검사였습니다. 제가 끝까지 부정하자 제게 다 인정하라, 그리고 조율하자고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그렇게 할 수 없었습니다. 진실을 덮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저한테는 징역 1년 6월이라는 실형과 집행유예 2년이었습니다. 

아마도 검찰이 삼성 노조 파괴 문건과 관련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모든 것들이 다 있다고 말했다면, 당시 검찰이 지휘했던 이 상황에 대한 내용도 문건에 있다고 판단합니다. 검찰 스스로가 적폐청산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 검찰이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문제에 대해서도 짚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제가 오늘 입고 나온 옷을 찍어봐 주시기 바랍니다. 이 옷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들이 입고 일하는 옷입니다. 이곳에는 삼성전자 마크와 삼성전자서비스라는 명칭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제가 입고 있는 작업복에는 삼성 마크와 삼성전자서비스라는 이름이 없습니다. 그럼 이게 왜 이렇게 되었느냐, 2017년 7월 17일 노동조합이 출범했습니다. 노조 출범과 동시에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수시 근로감독으로 바뀌었고, 그 감독마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당시에 은수미 의원실이 공개한 수시 근로감독에 참여했던 감독관의 증언녹취 원본을 갖고 있습니다. 그때 일부 공개됐지만, 언론사들이 관심이 없었습니다. 당시에 고용노동부가 7월 23일 날 권영순 노동정책실장이 주관한 회의가 있었습니다. 증언에 의하면 이 회의에는 고용노동부 각 지청장들이 참석했습니다. 그리고 수시 근로감독에 참여했던 감독관들이 있었습니다. 감독관 증언은 이 회의에서 수사 방향이 바뀌었다, 이 회의 전까지 불법파견으로 가닥을 잡고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 회의에서 방향이 바뀌었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그 이후에 여기 있는 삼성 마크와 삼성전자서비스라는 명칭이 사라진 겁니다. 

그 이후로 저희가 제기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관련 사건이 벌금으로, 약식으로 처리되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노동자를 위한 것이 아니었고, 저희가 생각했을 때는 삼성의 하나의 부서로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지난 5년 동안 고용노동부 앞에 섰을 때 아무런 기대감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검찰이 6천 건 노조파괴 문건뿐만 아니라 검찰이 수사 지휘했던 부분과 고용노동부 수시 근로감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 조사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늘 이곳에, 이 검찰 조사에 들어가서 분노를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6천 건 문건 하나하나에 대한 진실을 말할 것이고, 그 피해 사실을 입증할 것입니다.

구체적 피해 사실로는 위장 폐업과 관련해 한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2014년도 2월 달이었습니다. 명절을... 죄송합니다. 예전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나서. 명절을 며칠 앞두고 해운대센터를 위장 폐업했습니다. 명절 앞두고 조합원들이 직장을 잃고, 직장 폐쇄 때문에 1년 가까이 복귀하지 못하고 싸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또 하나는 저희가 5년 동안 싸워오면서 동료 두 분이 하늘로 갔습니다. 제 기억으로 10월 30일 서울고용노동청에 삼성 노조 파괴 문건 관련해 직접 고소장을 제출했습니다. 31일 날 저희 최종범이라는 친구가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최종범 열사가 왜 죽음에 이르게 됐느냐면, 수시 근로감독 발표가 추석 명절 직전이었습니다. 명절 지나고 나서 삼성이 저희에게 들이댄 것은 표적 감사였습니다. 수년 동안의 부실한 자료를 가지고 와서 '너희가 부정했다', '네가 노조 탈퇴하면 없었던 일로 해주겠다'... 당시 저희 조합원이 1500정도였습니다. 약 한 달 동안 400명이 탈퇴했습니다. 그리고 그 표적감사의 대상자 80%정도가 저희 조합 핵심 간부였고, 그 중 한 분이 최종범 열사였습니다. 

그가 당시 받은 스트레스가 엄청났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희가 노동조합을 하면서 지난 수십 년 동안 정말 노예 같은 삶을 살았습니다. 노동조합을 시작하면서 노동 3권이라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이걸 알고 꿈과 희망을 가졌습니다. 노예 같은 삶을 버리고 내 삶을 살 수 있겠다는 꿈과 희망이었습니다. 그러나 조합원 300~400명이 탈퇴하면서 이 꿈이 무너졌습니다. 당시에 그가 죽음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제가, 또는 또 다른 조합원이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만약에 노동부가 수시 근로감독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발표했다면 저희 동료가 죽음에 이르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한 자료는 2014년부터 축적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고용노동부에 가지 않았습니다. 가봤자 무혐의로 나오는 게 너무 확실했습니다. 기대감이 없어서 안 갔습니다. 최근까지도, 올 2월에 부천 센터가 신규로 가입했습니다. 이 당시에 원청에 삼성전자서비스가 '너네 불만이 뭐냐'라며 노무 관리를 한 녹취도 가지고 있습니다. (부당노동행위가)현재까지 이뤄지고 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걸 제출했을 때 인정되지 않는다는 현실의 벽에 부딪혔기 때문에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검찰이 지금 가지고 있는 내용에 대해서, 수사 중이기 때문에 모든 문건을 우리에게 공개하지 못한다는 건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다만 어떤 내용인지 조율을 해달라, 그리고 검찰 수사 방향에 따라 우리가 가진 자료를 한 건 한 건 제출하겠다고 요청했습니다. 오늘은 조사가 아니라 의견 조율을 해달라고 했습니다.  

검찰이 가진 문서 6천 건의 모든 내용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두 동료의 죽음과 지난 5년간 삼성과 싸워온 느낌은 정말 태산 같은 바위에 매일매일 머리를 치받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전체적인 문건의 흐름만 알고 싶습니다." 


태그:#라두식, #삼성노조와해, #삼성전자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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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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