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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의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한 22일 오후 이 전 대통령이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의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한 22일 오후 이 전 대통령이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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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 중 12쪽을 할애해 적시한 삼성 뇌물 수수 혐의는 전형적인 정경유착의 단면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삼성으로부터 다스의 BBK 투자금 140억 원을 돌려받는 소송에 쓴 비용 60억 원을 대납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는 핵심 혐의인 뇌물 수수 중에서도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돈이다. 재판에서 사실로 인정되면 중형을 피할 수 없다. 

불같이 화낸 MB... 유착의 시작

삼성과의 유착은 이 전 대통령이 유력 당선인이던 시절 시작됐다. 서울시장 재직 때도 다스의 미국 소송을 직접 챙겼던 이 전 대통령은 2007년 8월, 1심 소송에서 패소하자 "그 많은 수임료를 지불하고도 왜 패소하느냐"라며 불같이 화를 낸다. 그리고 김백준 전 청와대총무기획관과 김성우 전 다스 대표이사에게 항소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한다.

이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김 전 총무기획관은 은진수 변호사(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회 네거티브 대책단 BBK팀 팀장 역임)와 함께 해당 소송을 담당 중이던 미국 변호사와 만나 대책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믿음직스럽지 않다고 판단했다. 은 변호사는 미국 대형로펌 '에이킨 검프'에게 공동변호를 맡기자고 제안한다.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고 주장하는 김경준 전 BBK 대표의 국내 송환 지연 방법 등을 자문해주던 김석한 변호사가 소속된 곳이었다.

이렇게 다스의 미국 소송 항소심을 맡게 된 김 변호사는 서울 태평로에 있는 삼성그룹 본사에서 이학수 당시 전략기획실장을 만난다. 자신이 대선 출마 예정자인 이 전 대통령을 돕고 있다고 소개하며 법률 지원 활동비 등을 삼성 측이 부담해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 전 실장 역시 당선이 가시화된 이 전 대통령을 도우면 향후 여러 '현안'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이를 이건희 회장에게 보고했다. 삼성은 이 전 대통령 쪽이 요청하는 대로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결정한다.

이후 삼성은 미국 소송 비용에 일정 금액을 추가해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대통령 재임 중 국내에서 돈이 오갈 경우 노출될 수 있기에, 그런 위험을 피해 고안한 방법이었다. 이 전 대통령 역시 다스가 거액의 소송비를 지출하면서 자금 사정이 악화된 데다 이어질 항소심에도 막대한 돈이 들어갈 예정이었기에 나쁘지 않은 선택지였다. 그렇게 2007년 10월, 삼성은 에이킨 검프에 매달 12만 5천달러(약 1억3천만 원)를 컨설팅비 명목으로 송금한다. 

대통령 취임 후에도 "계속 도와달라"

매달 뇌물을 수수하는 와중에 이 전 대통령은 청와대로 입성한다. 동시에 삼성은 2007년 11월부터 시작된 '삼성 비자금 특검'으로 이 회장의 자택과 집무실이 압수수색 되는 등 홍역을 치르고 있었다. 비자금은 천문학적 세금 부과와 차명 재산의 실명 전환에 따른 과징금 부과 등 2차적 문제를 안고 있었다. 또한 금산분리 규제 강화 여론이 높아져 이 회장 일가가 그룹 내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관련 입법이 절실했다. 

동시다발적 현안은 이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어느 정도 해결됐다. 그는 취임 직후 금산 분리를 완화하는 정책을 추진했고 실제 관련법이 개정됐다. 당시 언론은 이 정책의 가장 큰 수혜자로 이 회장을 지목했다. 비자금 특검으로 기소된 이 회장이 형 확정 불과 4개월 만에 '원포인트'로 사면받는 전례 없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삼성의 여러 현안을 몰랐을 리 없다고 본다. 나아가 그런 사실을 잘 아는 상황에서 취임 초 청와대에서 기존 방식대로 불법자금을 계속 제공받는 방안을 승인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김 변호사를 통해 "소송비용에 일정 금액을 추가해 줄테니 그 돈을 이명박 대통령 도와주는 데 쓰라"는 이학수 실장의 이야기를 전해듣고는 밝게 미소 지었다고 한다. "고맙고, 계속 도와달라"라는 인사를 삼성 측에 건네기도 했다.

둘의 관계는 퇴임을 앞둔 2012년 상반기까지 이어졌다. 이 전 대통령은 삼성이 건넨 돈 중 소송비용으로 사용되지 않고 김 변호사가 관리한 돈을 회수하려 했다. 하지만 김 변호사가 응하지 않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이 전 대통령은 김백준 전 기획관을 이학수 전 실장에게 보내 "받을 돈이 있다. 받을 수 있게 알아봐 달라"고 전한다. 실제 이 무렵 이 실장이 김 변호사에게 전화했으나 "적립된 돈이 없으니 줄 수 없다"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태그:#이명박, #이건희, #삼성, #에이킨검프, #구속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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