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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관광산업은 매년 상한가를 달리고 있다. 그리고 그 추세는 멈출 줄을 모른다. 올해 상반기 베를린을 찾은 관광객은 620만 명으로 호텔 숙박일수는 1470만 회를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증가한 횟수이고, 연간 관광객 숙박일수는 지난 15년간 3배 가량 증가했다.

에어비앤비나 친구 등 지인의 집에서 머무는 여행객의 경우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그 상승 폭은 놀라운 수치다. 이렇게 관광객이 늘고, 숙박일수가 늘며, 관광객이 베를린 여행 기간동안 지출하는 평균 비용도 꾸준히 상승하며 도시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6년 베를린에선 관광산업을 통해 약 120억 유로의 수익을 올렸고, 이는 2년 전에 비해 8.7% 증가한 수치다. 베를린 주정부는 관광업에서 약 20억 유로의 세금을 거두었다고 한다. 또한, 현재 베를린 시민 중 27만 명가량(베를린의 전체 인구는 2017년 6월 30일 기준으로 369만 명)이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고, 계속해서 관광산업 관련 일자리가 늘고 있을 정도다. 2차세계대전 이후 주요 산업이 도시를 떠난 이후 가난한 도시로 머물고 있는 베를린에서 관광업은 주요한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관광지화로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는 공터에 꽂혀있는 푯말. R.I.P. 크로이츠베르크
 관광지화로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는 공터에 꽂혀있는 푯말. R.I.P. 크로이츠베르크
ⓒ 신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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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성장하는 관광산업이 누구에게나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한 통계에선 베를린에서 가장 인기있는 구역인 프리드리히샤인-크로이츠베르크 구 주민들의 관광업 수용도(Tourismusakzeptanz)는 66%를 기록했다. 66%의 주민이 관광산업에 대해 관용적이라는 의미이다. 크게 이상할 것 없어보일 수도 있는 이 수치는 관광업 수용도 90%에 달하는 베를린 전체 평균과 비교해봤을 때 그 문제가 잘 드러난다. 

프리드리히샤인-크로이츠베르크은 지난 수년간 그 어떤 지역에 비해 관광산업 성장의 영향을 많이 받은 지역임에도 관광산업에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베를린 프리드리히샤인-크로이츠베르크 지역만의 혹은 베를린 혹은 독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중해의 휴양지 마요르카 섬에서는 반 관광 활동가들이 관광지 내 식당을 점거한 채 관광객들에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외치는 사건이 있었다. 또한 바르셀로나 인근에서는 단체 관광객을 운송하던 버스를 습격하여 조명탄을 터뜨리고, 버스에 그래피티를 하며 대규모 관광산업은 중단되어야한다고 외친 사건도 있었다.

관광업과 관광객에 대한 반대에는 여러 이유가 존재하지만, 관광지화(투어리스티피케이션)가 그중 대표적인 예이다. 관광객이 몰려드는 인기 지역이 되기 시작하며, 부동산 투자자들의 매력적인 투자대상으로 자리잡게 된다. 새롭게 건물을 사들인 투자자는 여러 편법을 활용해 기존 월세를 높여 세입자나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운영하던 상점을 내쫓는다. 그렇게 장기간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필요한 시설, 식당 그리고 상점이 있던 거주지는 잠시 머물다가는 관광객들에게 편리한 유행에 따라 음식과 상품을 파는 거리가 된다. 전 세계 수많은 관광지가 똑같은 모습으로 바뀌어왔지만, 지금까진 아무런 의문없이 진행되어왔던 현상이다.

오라니엔거리의 상점들은 창을 검은 천 등으로 가리거나 최소한의 조명만 남긴 채로 거리를 어둡게 만들었다.
 오라니엔거리의 상점들은 창을 검은 천 등으로 가리거나 최소한의 조명만 남긴 채로 거리를 어둡게 만들었다.
ⓒ 신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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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관광지화의 영향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베를린의 거리인 오라니엔거리 (Oranienstraße) 역시 프리드리히샤인-크로이츠베르크에 위치했고, 지역의 단체와 활동가들은 이런 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기 위해 행사를 기획했다.

지난 10월 18일 수요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오라니엔 거리에 위치한 상점과 음식점은 밝게 빛나던 창을 검은 천 등으로 가리거나, 최소한의 조명만 남긴 채로 거리를 어둡게 만드는 소등 시위(Verdunklungsaktion)를 벌였다. 시위에 참여하지 않은 가게도 몇몇 있었지만, 수많은 가게들의 조명으로 베를린의 그 어떤 거리보다 밝고 화려했던 오라니엔 거리는 이 두 시간만큼은 베를린에서 가장 어두운 거리처럼 보였다.

이러한 시위는 단발성이 아니고 이 지역에서 꾸준히 문제제기가 되어왔던 내용이기에 베를린 정부 역시 이 도시의 관광산업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고 동시에 도시에 적합한 관광산업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오라니엔거리와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의 사례 문제에서 볼 수 있듯이 각 지역에 적합한 새로운 방향의 관광산업을 강구해야 한다고 보고 있으며,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2018년 초까지 새로운 관광 콘셉트를 제시할 예정이다.

동시에 에어비앤비 등의 플랫폼을 통해 주택을 휴가용 주택으로 불법 임대하는 것을 제한했던 용도변경 금지법(Zwecksentfremdungsverbot)에 대한 수정도 이어질 예정이다. 일반 임대 주택을 연간 30일 혹은 60일 가량 휴가용 주택으로 임대하는 것을 허용해줄지에 대한 검토를 하고 있다. 실제 2014년 5월 1일 용도변경 금지법 시행 이후, 약 6000채의 주택이 다시 주택시장으로 나왔다. 그중 3500채는 불법으로 휴가용 주택 사업에 이용되었던 주택이었다.

또한 2018년부터는 독일의 도르트문트 등 몇몇 지자체에서 에어비앤비를 대상으로 숙박세(Bettensteuer)를 도입하기로 하였고,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 예약시 숙박세가 자동으로 지자체로 징수되게 된다. 프랑스 파리에선 현재 도심 4구역에서 1년 120일까지 임대 제한이 이루어졌는데, 향후 도시 전역 20개 구역 모두 120일로 임대기한을 제한하고, 그 이후 60일 그리고 30일까지 축소시킬 예정이다. 또한, 이를 어길 시 최대 10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증가하는 공유경제 숙박이 골칫거리가 되며 전세계 도시에 새로운 법과 규제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해외 여행객의 증가로 전세계 주요 도시민들은 관광객들로 인한 고통을 받고 있다. 점점 더 많은 관광객들이 현지인과 같은 여행을 꿈꾸기 시작하고 그로 인해 잠시 머물다 떠나는 관광객을 위한 시설과 상점이 거주지역에 늘어날수록, 해당 지역민의 일상적인 삶과 공동체적 삶은 무너지게 된다. 재미와 편리도 중요하지만, 기존 거주민의 삶에 대한 존중의 자세가 그 어느때보다 필요하며, 이런 세계 시민으로서의 동료 시민에 대한 존중에 앞서 도시마다 상황에 맞는 법적인 보호 장치가 시급한 상황이다.


태그:#독일, #베를린, #도시, #관광지화, #에어베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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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과 도시를 이야기합니다. 1. 유튜브: https://bit.ly/2Qbc3vT 2. 아카이빙 블로그: https://intro2berlin.tistory.com 3. 문의: intro2berlin@gmx.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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