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16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한 나라가 일반인의 손에서 놀아났다. 심지어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 또한 공범이었다. 우리들은 충격에 빠졌다. 자신이 믿었던 민주주의는 사실 겉에만 발려져 있었고 그 속은 부정․부패로 가득 차 있었다. 국정농단의 증거는 끊이지 않았고 꼬리에 꼬리를 물어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났다. 결국 국민들은 촛불을 들었다.

30년 전, 공교롭게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주의를 이룬 6월 민주항쟁이다. 1987년, 한 학생의 죽음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항쟁은 시작됐다. 서울대학교 언어학과에 재학 중인 박종철 열사가 고문으로 인해 사망한 사건이다. 공안당국에 의해 남영동 대공분실로 끌려간 그는 잔혹한 폭행과 전기고문, 물고문을 당했고 다시는 눈을 뜰 수 없었다. 하지만 경찰은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라는 말과 함께 그의 죽음을 단순 쇼크사로 사건을 은폐하였다. 국민들은 군사정권의 비도덕성에 분노하며 거리로 나섰다.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치며 불의에 맞섰다. 시위 도중 이한열 열사가 최루탄에 맞아 사망하면서 국민들의 가슴엔 불이 붙었다. 박종철 열사와 이한열 열사의 죽음은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되어 전 국민을 하나로 만들었다. 지금까지 억눌려있던 국민들이 역사의 주인으로 나선 순간이었다. 마침내 이뤄낸 민주주의. 우리는 우리의 대표자를 우리의 손으로 뽑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의미가 무색해지는 사건이 30년 후 일어났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뉴스를 통해 보도됐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일이 현실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었다. 30년 전과 달라진 것이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좌절하지 않았다.

그 시절 온 국민이 하나가 됐던 것처럼 우리도 촛불로써 하나가 되었다. 광화문에는 100만 명의 인파가 몰렸고 전국 각지에서 촛불이 빛을 냈다. 그리고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됐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지만 우리가 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느낌을 받은 적이 별로 없다. 언제나 소수의 권력이 다수를 억압해왔다. 다수는 그것을 알지 못하고, 아니 알면서도 권력에 이끌려 다녔다. 하지만 뒤돌아보면 중요한 순간에는 항상 국민이 있었다.

국민 한명 한명이 나라의 주인으로 당당히 서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번에도 주인으로서 밝게 빛났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이제 시작이다. 비정상인 것들을 정상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쉽지 않을 것이다. 또 어떤 역경이 닥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자연스럽게 다가온 것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쟁취한 것이다. 지금까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일들이 몇 번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위기를 극복한 건 국민이었다. 누군가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고 했다. 그러나 촛불 하나하나가 모이면 그것은 커다란 불빛이 된다. 박종철, 이한열 열사가 그랬듯이 우리는 앞으로도 불의에 맞서 싸울 것이다. 우리의 불빛은 꺼지지 않는다.


태그:#국정농단, #촛불, #박종철, #6월민주항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