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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11월 11일이 무슨 날인지 아는가?"
"그걸 질문이라고 묻나요? 만인이 다 아는 '빼빼로데이'를… ㅋㅋㅋ."
"땡! 틀렸습니다! 이날은 우리들의 결혼식 날입니다. ㅎㅎㅎ."

사실입니다. 나와 아내는 1973년 11월 11일 11시 11분에 목포 유달산 기슭에 위치한 정혜원이라는 작은 암자에서 결혼식을 간소하게 올렸습니다.

1973년 11월 11일 면사포를 입고 결혼식장인 유달산 기슭 작은 암자로 걸러 들어 오는 아내. 이날 첫눈이 내렸다!
 1973년 11월 11일 면사포를 입고 결혼식장인 유달산 기슭 작은 암자로 걸러 들어 오는 아내. 이날 첫눈이 내렸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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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주지스님께서 받아준 결혼식 일시가 11월 11일 11시였는데, 정작 주례를 서 주실 때는 스님께서 11분 늑장을 부리시는 바람에 11월 11일 11시 11분에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지요.

그래서 우리들 결혼식은 작대기가 8개나 되는 '시'를 택하는 운명을 맞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빼빼로데이'의 원조격이 되는 셈이지요. 하하하.

이날 결혼식에는 양가 가족과 아주 친한 친구 몇 사람이 참석을 했습니다. 그날 첫눈도 내렸습니다. 그리고 아내와 나는 국화 일곱 송이를 결혼예물로 선물로 주고 받으며 스님의 주례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벌써 우리가 결혼을 한 지 오늘(11월 11일)로 만 44년이 되는 날입니다. 44년 동안 아내와 나는 결혼기념일을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것은 뭐 유별나게 결혼기념일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11월 11일>이라는 숫자가 워낙에 기억하기 쉽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래야 넘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는 결혼기념일 날 행사로 아이들이 작은 케이크를 사와서 함께 모여 "해피 웨딩"축하 노래를 부르며 케이크를 먹습니다. 가끔 여행을 떠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과자회사에서 11월 11일을 <빼빼로데이>날로 정하고 초콜릿을 바른 괴상하게 생긴 빼빼로 과자를 엄청나게 선전하며 판매를 하기 시작하더군요. 빼빼로데이를 전후해서 1년 판매량의 60% 정도의 빼빼로 과자를 판매한다고 하니 놀랍기만 합니다.

빼빼로데이의 시초는 1993년 부산광역시 횡령산 아래 어느 여고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 지역 여학생들끼리 다이어트에 성공해 빼빼하게 되자, 살 좀 빼라고 놀리며 빼빼로를 나눠먹는 날이었다고 합니다. "빼빼로처럼 날씬하게 되길 바란다"는 의미로 이날 빼빼로 과자를 주고  받으며 먹기 시작한 것이 빼배로데이의 시초라고 하는군요.

또 다른 유래로는 매년 11월에는 수능시험을 치게 되는 데요, 1995년에는 11월 22일 날 수능시험을 치르게 되었는데 11월 11일이 수능 D-11이라고 해서 후배들이 선배들에게 응원의 의미로 선물한 것이 빼빼로 과자였다고 합니다. 즉 빼빼로가 행운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의미로 선물을 한 것이지요. 올해는 수능시험이 11월 17일 날로 잡혀 있군요.

우리나라 최대 제과회사인 롯데제과는 올해 17종의 빼빼로 기획제품을 출시를 하고 케이스에 편지글을 써서 전달할 수 있도록 설계를 했다고 합니다. 상품 이름도 대형 빼빼로, 캐릭터 빼빼로, 롱형 빼빼로, 초코 빼빼로, 아몬드 빼빼로 등 다양하군요.

롯데월드에서는 11일 오전 11시 어드벤처 1층 쥬라기 광장에서 '모로가면 빼빼로' 윷놀이 이벤트를 진행하여 '모'가 나오면 롯데상품권 1만 원권과 빼빼로를 무료로 증정을 한다고 합니다. 오후 3시부터는 '1희1비 룰렛 돌리기' 이벤트를 진행하고 저녁에는 인디밴드 버스킹 공연이 이어진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롯데제과는 인기 아이돌 EXO-K를 모델로 나눔 광고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TV광고로 빼빼로데이를 알리고 빼빼로 수익금으로 설립한 '지역아동센터 건립사업'을 소개하며 '나눔'의 의미를 강조한다고 합니다. 아무튼 이 모든 이벤트가 빼빼로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것인데요. 금년에는 빼빼로가 얼마나 팔릴지 궁금합니다.

빼빼로데이는 쇼핑과 관련이 깊은 날인 것 같아요. 지난 2009년 인터넷 쇼핑몰 '알리바바'가 이날 독신자를 위한 세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여 무려 70~80%에 달하는 파격적인 할인율로 판매를 하였다고 합니다. 2016년에는 무려 1천200억 위안(한화 약 21조원)이 판매되어 때 아닌 배송전쟁을 벌어지기도 했다고 합니다.

또한 미국에서는 11월 넷째 목요일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금요일을 '블랙프라이데이'로 정하여 전통적으로 연말 쇼핑시즌을 알리며 연중 최대의 쇼핑이 이루어 진다고 합니다. 아무튼 11월11일 전후에서 11월은 국제적으로 쇼핑시즌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11월 11일은 얄팍한 상술로 과자를 팔아먹는 빼빼로데이 날만은 아닙니다. 11월 11일은 '지체장애인의 날'이자 '해군창설 기념일'이고, '농업인의 날'이기도 합니다. 

사답법인 한국지체장애인협회는 2001년 11월 11일을 새로운 시작과 출발을 의미하는 숫자 '1'로 구성된 날을 지체장애인들이 신체적 장애를 이겨내고 직립을 희망한다는 의미로 지체장애인의 날로 정했습니다.

한편, 11월 11일 11시에 서울관훈동 표훈전에서는 고 손원일 제독이 해군을 창단하는 창단식을 거행했는데, 창단날짜를 11월 11일로 정한이유는 해군이 국제신사라며 '선비 사(士)'가 두 번 겹치는 날('十'과 '一'이 겹치는 날)을 골랐다고 합니다.

또한 1996년 11월 11일은 '농민은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는 뜻을 새기어 흙 '土'자가 두 번 겹친 11월 11일 (土月土日)을 '농업인의 날'로 지정하여 가래떡을 돌려 먹는 '가래떡 데이'라 하기도 합니다.

중국에서는 11월11일을 독신자의 날인 솔로 데이(光棍節:광곤절)로 여우티아오란 길쭉한 모양의 밀가루 튀김과 찐빵을 주고받는다고 하는데, 광곤(光棍)은 1자 모양의 매끈한 몽둥이라는 뜻과 싱글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어쨌든 사람들은 11월 11일에 각종 의미를 부여하여 자신들을 위한 날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부부에게는 44년 동안 우리들의 결혼기념일로 각인되어 왔습니다.

11월11일은 누구나 기억하기 쉬운 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날을 기억하고 매년 우리들의 결혼기념일을 챙겨온 사람이 있습니다. 그분은 16년 전 여행에서 우연히 만난 인연을 가진 분이신데요. 지난 16년 동안 우리들의 결혼기념 날이 돌아오면 매년 '가래떡'을 보내오거나 직접 챙겨들고 찾아와서 우리들의 결혼기념일을 축하해주곤 합니다.

우리들의 44년주년 결혼식을 축하해주기 위해 J선생님이 가져온 가래떡
 우리들의 44년주년 결혼식을 축하해주기 위해 J선생님이 가져온 가래떡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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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은 어제 저녁에도 어김없이 가래떡 11개를 들고 저희 집을 손수 찾아 오셨네요. 왜 11개냐고요? 그야 빼빼로데이니까 그렇지요. 우리에게는 초콜릿을 바른 빼빼로 과자를 받는 것보다 '가래떡'을 받는 기분이 더 좋습니다. 꿀에 찍어 먹는 맛이 그만입니다. 가래떡을 꿀에 찍어 먹다보면 저절로 입이 귀에 걸리고 마음이 행복해 집니다.

하지만 가래떡과 빼빼로 과자의 대결은 언제나 빼빼로 과자로 KO승이 나고 말지요. 농민이 최첨단 광고술과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제과회사를 이길 수는 없습니요. 또한 달콤한 초콜릿으로 포장을 한 빼빼로의 맛을 가래떡이 당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다가 '가래떡=실버세대' '빼빼로=아이돌세대'간의 양자구도로 진행되니 승자는 보나마나 뻔 합니다.

마지막으로 빼빼로데이에 대한 한 가지 제의를 하고자 합니다. 11월 11일은 빼빼로데이가 아니라고 우기는 사람도 있지만, 이미 빼빼로데이로 정착화 되어 가고 있는 이상 부정만 할 수는 없습니다.

매년 빼빼로데이 때마다 J선생님이 선물한 가래떡을 먹는다.
 매년 빼빼로데이 때마다 J선생님이 선물한 가래떡을 먹는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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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초등학교의 한 교과서에는 아르헨티나의 '친구의 날(7월20일)' 브리질의 '남자친구, 여자친구의 날(6월20일)'과 함께 우리나라의 '빼빼로데이(11월11일)'날도 실어서 소개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성인남녀 567명을 대상으로 데이 마케팅에 대한 인식도를 조사(취업포탈 잡코리아)한 결과 '빼빼로데이'가 72.8%로 72.4%인 발렌타인데이를 앞지르고 있다고 합니다. 그 다음은 화이트데이 56.7%, 삼겹살데이 13.6%순이라고 합니다.

잡코리아는 "빼빼로데이는 다른 기념일에 비해서 지출하는 단가가 저렴한 편이서 부담이 적고 연인뿐 아니라 친구, 동료, 가족들과도 함께할 수 있어 1위에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보다 긍정적인 마인드에서 빼빼로데이를 좀 더 범국민적인 날로 지정하여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을 펴면 어떨까요? 이미 지자체인 대구시에서 11월 11일을 '대구시출산장려의 날'로 정하고 출산을 장려하고 있는 것이 한 예입니다.

통계청에 의하면 2016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17명으로 1965년 5.63명에 비하면 극도로 낮아졌습니다. 이는 OECD국가 중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부 두 사람이 평생 동안 1명의 아이를 출산하게 되는 수치입니다. 이대로 둔다면 2100년에는 우리나라의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저출산 고령화 현상은 산업 전반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며, 국가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산업 활동에 투입되는 노동력 부족과 인구 감소에 따른 시장 수요의 감소로 이어져 불경기가 심화되는 현상을 가져와 국가경제력이 크게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점의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적극적인 출산 장려 정책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아이 낳기 좋은 사회, 요람에서 성인으로 성장기까지 육아를 책임지고, 국가가 주거와 교육을 책임지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11월 11일을 출산장려를 점화시키는 '부부사랑의날', '허니문의날, '짝만드는날' 등으로 지정해서 인구를 늘리는 적극적인 정책을 펴 나가는 방법도 고려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형식적인 날로만 지정할 것이 아니라 그 배경에는 지원정책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야겠지요. 출산, 양육에 대한 지원 장려뿐만 아니라, 예컨데 11월 달에 결혼을 하는 신혼부부에게 대해서 웨딩비용 및 신혼여행 비용을 지원하는 아이디어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11월 11일, '빼빼로데이'이자, '마이데이'입니다. 얄팍한 상술로 어린이들과 소년소녀들의 주머니를 털어먹는 날로만 기억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보다는 국가와 기업, 국민이 합심하여 출산율을 증가시키는 날로 정하면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11월11일을 '둘이 만나 둘을 낳는' <부부사랑의날>로 정하면 어떨까요? 그리하여 100년 후인 2111년 11월 11일에는 우리나라 인구가 1억 명을 넘겨 세계초강국으로 등장하기를 기원해봅니다.


태그:#빼빼로데이, #11월 11일, #부부사랑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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