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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밤 10시가 넘어서 둘째 아이 학교 담임선생님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낮에 딸아이가 가슴이 답답하다며 선생님께 상담을 요청하고 찾아왔더랍니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우리집 강아지 '두부'가 다른 곳으로 입양 가는 것 때문에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많이 울었다고 했습니다. 문자를 읽는데 제 눈에서도 눈물이 났습니다.

'두부'는 4년 전에 우리집에 온 푸들입니다. 둘째 아이는 그때 초등학교 3학년이었고 강아지 두부를 항상 옆구리에 끼고 다녔습니다. 책상 앞에서 책을 읽을 때도 의자 위에 앉혀 놓고, 간식을 먹을 때도 옆에 꼭 앉혀 놓았습니다. 속상한 일이 있으면 조용히 방에 들어가 두부 앞에서 뭐라고 도란도란 속내 이야기도 많이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요즘 저의 집에 큰 고민이 생겼습니다. 두부가 낮이고 밤이고 너무 많이 짖는 것입니다. 언젠가는 경찰 두 명이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열어달라길래 무슨 일인가 했더니 신고가 들어왔다고 강아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경찰은 저희 집으로 들어와서는 멀쩡하게 놀고 있는 강아지를 요리조리 살피고는 "조심하셔야겠어요" 한마디 하고 돌아갔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두부를 다른 곳에 입양시킬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문제의 발단은 며칠 전날 밤이었습니다. 휴일 밤 11시가 넘은 시간, 동네가 다 잠든 것처럼 고요한 그때 두부가 또 짖기 시작했습니다. 30분이 넘도록 두부는 동네가 떠나가라 짖어댔고 좀처럼 그칠 줄을 몰랐습니다. 그때 집 밖에서 한 아저씨가 큰 소리로 욕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순간 두부의 목소리는 더 커지고 화난 아저씨의 욕설도 더 거세어졌습니다.

우리는 당장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까 싶어 온몸이 얼어붙고 말도 잘 할 수 없을 만큼 그 상황을 어찌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 일이 있었던 다음날 저는 아이들에게 두부의 입양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했습니다. 먼저 두부가 낮에 아무도 없는 집에서 너무 힘들고 외롭다는 것, 두부도 우리도 스트레스 없이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 그러면 저렇게 짖고 울지도 않을 거라는 것들을 하나씩 설명하고 당장 '강사모(강아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입양광고를 내거나 주변 사람들을 통해 알아보자고 했습니다.

결국 두부를 입양보내지 않기로 했습니다

함께 사는 강아지 두부입니다.
 함께 사는 강아지 두부입니다.
ⓒ 장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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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랑 앞으로 얼마나 함께 있을지는 모르지만 더 잘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밖에도 많이 데리고 나가고 목욕도 더 자주 시켜주고 놀아주는 데 그 전처럼 신나지도 즐겁지도 않습니다. 속은 어떤지 몰라도 겉으로는 담담한 큰 아이와 슬픔이 역력히 드러나는 작은 아이 모습을 보며 이런 슬픔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가슴으로는 결코 이해될 수 없는 가족회의를 한 다음, 실제로 '강사모'에 두부의 사진들을 올리고 광고를 냈습니다. 4살 된 두부를 데려간다는 사람은 없고 카페지기의 문자만 두어 차례 왔습니다. '강아지를 강제 번식장에 절대 보내서는 안 되니 주의하라'는 문자와 '이러이러한 전화번호가 걸려오면 조심해야 한다'는 내용의 문자였습니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강아지를 입양시키고자 광고를 올린 곳도 거의 팻샵이나 번식장인 것 같았습니다. 우리 두부가 자칫 그런 곳으로 보내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니 끔찍했습니다. 그리고는 오늘 둘째 아이 담임선생님으로부터 학교에서까지 울고 있는 아이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는 담임선생님께 걱정하지 말라고 어떻게 해서든 키워보겠노라고 기숙사에 있는 아이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그리고 골백번도 더 생각해보지만 아이들이랑 함께 자란 두부는 우리가족입니다. 다른 곳에 간다고 가족이 행복해질 리가요.


태그:#반려견, #강아지, #강아지입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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