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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문재인 정부의 화두
▲ 도시재생을 이야기하는 문재인 후보 문재인 정부의 화두
ⓒ 더문캠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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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은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는 주요 정책 중 하나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도시재생에 매년 10조원이라는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통해 전국적으로 매년 100곳, 5년 간 500곳에 대해 도시재생사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그 동안 항상 도시개발로 점철되어왔던 정부 정책의 방향이 도시재생으로 옮겨 간 것이다. 

정부가 도시재생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무엇보다 경기침체와 저상장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그동안 우리 사회의 이데올로기라고 할 수 있었던 재건축·재개발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주택이 더 이상 재산 축적의 수단이 아니라 삶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물론 혹자들은 아직도 늦지 않았다며, 그래도 부동산 밖에 없다고 강변하지만 그들의 말은 한낱 허구로 그칠 공산이 크다. 당장 우리 사회는 인구절벽이라는, 초유의 현상과 마주칠 것이기 때문이다. 살 사람도 없는데 도대체 무슨 집을 새로 짓는단 말인가.

어디 그뿐인가. 도심의 노후화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많은 건물들이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서둘려 올린만큼 그 수명이 짧고, 그렇게 건물들이 노후화 되면 재건축·재개발이 되지 않는 이상 그 지역은 슬럼화 되고 만다. 프랑스 파리처럼 오래된 건물이 계획적으로 고풍스럽게 자리하고 있으면 좋으련만, 우리 사회의 낙후된 도심은 가난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따라서 정부의 도시재생 사업은 시대적 과제일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전처럼 기존 건물을 헐고 이사 갈 가능성이 낮아진 이상, 낙후된 지역을 정비하고자 하는 욕구는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지역이 살기 좋다면 누가 굳이 이사를 가겠는가. 이웃들과 함께 살며 공동체를 만들고, 그 공동체가 나의 삶에 있어 또 하나의 울타리가 된다면 그것도 좋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런 도시재생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정부나 시민 모두 도시재생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탓이다.

정부는 아주 오랜 기간 동안 토목, 개발 논리에 익숙한 만큼 도시재생을 재건축·재개발의 또 다른 버전쯤으로 이해하고 있고, 시민들은 여전히 도시재생을 수익의 관점으로 바라본다. 도시재생의 핵심은 그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계속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인데, 오히려 도시재생을 해서 우리 마을이 살기 좋게 되면 그걸로 땅값이 오르게 되고, 그 돈으로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결국 이런 설익은 생각들은 도시재생에 있어서 한계로 작용하게 마련이다. 실제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국의 도시재생사업들을 보면 앵커시설을 짓거나, 재래시장을 정비하거나, 구도심의 관광문화자원들을 개발하는 등 대다수가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는데, 과연 그것을 통해 그 지역주민들의 삶이 얼마나 나아질는지는 미지수이다. 오히려 동네 벽화를 찾아오는 관광객들 때문에 그곳에 사는 주민들이 힘들어 한다는 이야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가 하겠다는 500여 개의 도시재생사업이 또 다른 재건축·재개발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다른 사례를 보고 따라할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도시재생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좀 더 고민을 해야 한다.

도시를 새롭게 상상하라

도시재생에 대한 새로운 상상. <이 도시에 살고 싶다>는 독자들이 그와 같은 상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책은 경향신문 기획취재팀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인간적인 도시, 살기 좋은 도시를 찾아 취재한 결과물인데, 우리는 이를 통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도시재생에 대해 떠올릴 수 있다.

<이 도시에 살고 싶다>
 <이 도시에 살고 싶다>
ⓒ 시대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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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글을 시작하면서 가장 처음 인도 남부의 도시 오르빌을 언급한다. 그곳은 비록 인도에 속해 있지만 전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들어 그들만의 방식으로 자치를 실현해 나가는 공간으로서 도시가 결코 역사의 전유물이 아니라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의 필요와 열망으로 재구성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스와리지 운동을 주도했던 간디는 70만 개 마을이 각각 주권을 가진 독립공화국이 되고, 서로 느슨히 연결되어 협력하면 세계가 평화로울 것이라며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고 했는데, 오르빌은 바로 그 말을 구현하고 있다. 결국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 단위, 지금에 와서는 도시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그런 도시를 시민이 직접 운영하기 위한 예산은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이 역시도 가능하다며 하나의 사례를 든다. 노숙인이 대의원이 되어 예산을 직접 짜는 브라질의 포르투알레그리가 바로 그곳이다. 그곳에서는 오랜 투쟁을 거쳐 시민들이 예산을 직접 계획하고 운용한다. 우리의 시민참여예산제와 비슷한 개념인데 포르투알레그리에서는 좀 더 광범위하고 실질적이다.

저자는 이후 스페인의 빌바오, 런던의 포플라, 네덜란드의 하우턴, 파리의 톨비악, 케냐의 콘자시티 등 다양한 사례들을 열거한다. 도시를 재구성 할 의지가 있고 예산까지 확보할 수 있다면 우리가 어떤 상상력을 실현할 수 있는지 직접 보여준다.

한때 조선 산업의 메카에서 쇠락한 공업도시가 되었지만 산업사회의 폐허들에 문화를 수혈함으로써 다시 새롭게 태어난 스페인의 빌바오, 주민들이 모여 만든 사회적기업 덕분에 이주민들이 모여 사는 가난한 런던의 변두리 동네에서 가능성의 도시로 거듭 태어난 포플라, 자연과의 공존을 위해 도시를 자전거 중심으로 재구성한 네덜란드의 하우턴 등 저자는 그 모든 도시의 중심에 '인간'이 있음을 강조한다.

사회적경제와 도시재생사업

도시재생 선도지역
 도시재생 선도지역
ⓒ 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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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열거하는 세계 곳곳의 인간적이고 대안적인 도시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그와 같은 도시를 만들 수 있을까? 근대문화유산들을 복원하면 전북 군산이 스페인의 빌바오처럼 될 수 있을까? MB정부 때 그리 강조했던 자전거 도로를 모두 이으면 네덜란드의 하우턴처럼 우리의 도시가 생태적일 수 있을까?

저자는 그 답을 협동조합의 도시 볼로냐와 트렌토에서 보여준다. 이탈리아의 볼로냐와 트렌토는 앞서 언급한 도시들과 달리 혁신적인 모습을 띄지 않는다. 대신 두 도시는 그 어느 곳보다 협동조합의 비율이 높은데, 이는 그 지역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많은 시민들이 협동조합의 조합원으로서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연대하여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을 더 살기 좋게 만들어 가는데 노력한다. 시민들은 마트 대신 'coop'에 간다고 이야기하고, 모두가 협동조합 조합원이 되어 서로를 신뢰한다. 그것이 바로 협동조합 도시들이 가지고 있는 저력이다.

도시를 어떻게 재구성하든, 결국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그 지역의 사람들이 서로 신뢰하고 연대하는 문화이다. 공동체가 만들어지지 않고서는 도시재생은 불가능하다. 결국 도시재생이란 그 지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더 잘 살 수 있게 하기 위함인데, 신뢰를 바탕으로 한 공동체가 없다면 도시재생은 사상누각이 될 수밖에 없다. 도시재생 덕분에 새로 들어온 대기업만이 돈을 번다면 그 지역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군산은 대표적인 도시재생 지역이다
▲ 군산 도시재생 골목 군산은 대표적인 도시재생 지역이다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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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사업을 거론하며 협동조합, 사회적경제가 언급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회적경제는 그 지역 공동체의 연대 경제 시스템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그 거래가 '지역 안의 경제'를 만들어가는 시스템.

도시재생을 하는데 있어서 주민들이 협동조합의 조합원, 마을기업의 주체가 되어 도시재생에 뛰어들어 적극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다면 그 도시재생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그들이 그곳에서 사는 이상 도시재생의 성공 여부는 그들의 만족도에 달려 있기 때문이며, 그렇게 만들어진 공동체는 쉽사리 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의 말미, 굳이 마포 성미산과 화곡동 예를 들으며 우리 안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비록 지금까지 무한경쟁의 이데올로기에 갇혀 팍팍한 삶을 영위해 온 우리지만, 그 속에서도 변화의 희망이 있음을 이야기한다. 지난 겨울 촛불을 들어 어둠을 밝혔듯이, 우리는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우리네 삶의 질을 바꿀 수 있다.

부디 현 정부가 제대로 된 도시재생을 하기를 바란다.



태그:#도시재생, #사회적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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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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