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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상주시 상주보입니다.
 경북 상주시 상주보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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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협 2층으로 오십시오."

그는 일행에게 커피 매장으로 찾아오길 주문했습니다. 희끗희끗한 머리에 까칠한 얼굴을 한 그와 첫 대면이었습니다. 명함에 박힌 그의 이름은 유희순. 그는 함께 웃고 꿈꾸는 '상주의 소리' 편집인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상주 시민정치참여' 단장이었습니다. 또 '환경운동연합 상주지회' 운영위원장이었습니다. 명함상으론 대단한 사람입니다. 현실 속 그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마덕사 교주입니다. 마덕사가 절이냐? 아닙니다. '마누라 덕에 먹고 사는 남편 사람'입니다."

그는 한방에 자신을 아주 '소탈한 인간'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하지만 속내에는 아주 복잡한 세상이 있음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소개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뇌'가 필요했을지, 알 듯합니다. 전초전으로, 서로 알기 위한 말 섞음이 필요 없었습니다. 앉아서 커피 마실 생각일랑 접고 본론으로 들어갔습니다.

대통령 당선 전, 4대강 사업 현장을 찾아 운동가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문재인 대통령.
 대통령 당선 전, 4대강 사업 현장을 찾아 운동가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문재인 대통령.
ⓒ 유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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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부터 갈까요?"
"4대강 현장, 상주보로 가지요."

그는 "'고인 물은 썩는다'는 기본조차 망각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는 미사여구일 뿐 이런 억지가 없다"고 단언합니다. 아울러 "불법과 편법을 동원해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된 4대강 정비 사업을 옆에서 지켜만 볼 수 없었다. 2009년, 질 것이 뻔한 싸움이었지만 지율 스님 등을 모시고 '생명의 강 낙동강 이야기'부터 시작했다"고 술회합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 직접 방문해 현장을 살폈던 곳이다"며 희망가를 불렀습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 "지난해 8월 영주댐 철거로 '회룡포 모래 공급과 4대강 보 철거로 강을 살려야 한다'는 취지 설명을 듣기 위해 방문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문 대통령이 내릴 발전적 처방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4대강, 보를 모두 철거하고 과거 생태계 회복해야

4대강 사업은 2008년 봄, 4대강 운하사업 반대로 포기 선언하며 물 건너가는 듯했습니다. 허나 이명박 정권이 2008년 12월, 4대강 정비 사업을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이어 2009년 6월,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최종(22조2000억 원) 확정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5.7억 톤의 모래 준설과 16개소의 보를 설치하는 등의 공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시민운동 진영은 4대강 사업에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수질 악화, 홍수조절 기능 실패 등에 따른 예산 낭비 표본 등을 예견한 것입니다. 하여,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아니라 죽이기 사업"이라고 맞섰습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랬던 게 문재인 정부 들어 일부 보의 문을 여는 등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유희순씨도 희망에 차 있습니다. 그가 상주보로 이동하면서 4대강 사업 이후 변화에 대해 이렇게 증언합니다.

"상주보는 낙동강 상류라 오염원이 상대적으로 적고, 지속적인 지천수 유입으로 흐르는 물의 자정 작용이 있어 비교적 오염이 덜 하다. 4대강 사업 이전, 상주보에서 큰빗이끼벌레를 볼 수 없었고 물도 아주 깨끗했다. 하지만 4대강 공사 이후 생태오염 사례인 큰빗이끼벌레 등이 발견됐다.

또 일부 구간에서는 조류가 말라붙어 이끼로 덮이고, 다슬기가 죽어 있기도 했다. 특히 100년 넘은 버드나무 군락지 고목들이 폐사했고, 녹조현상은 가속화되는 등 많은 문제점이 발견됐다. 지금이라도 상주보의 수문을 모두 개방하여 수질오염을 막아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보를 모두 철거하고 과거 생태계를 회복해야 한다."

4대강 공사 이후, 상주보에서 생태오염 사례로 꼽히는 큰빗이끼벌레들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4대강 공사 이후, 상주보에서 생태오염 사례로 꼽히는 큰빗이끼벌레들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 유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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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공사 이후, 낙동강 상류 상주보 인근의 강 오염실태입니다.
 4대강 공사 이후, 낙동강 상류 상주보 인근의 강 오염실태입니다.
ⓒ 유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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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의 명암, 상주보 현장을 둘러보다

지난 4일, 유희순 씨 안내에 따라 상주보 현장으로 갔습니다. 4대강 공사 전과 공사 중에 방문했던 현장들입니다. 가던 길, 강창교에서 멈춰 섭니다. 다리 아래 양쪽은 물 흐름이 정체되어 쓰레기와 폐기물들이 군락을 이뤄 떠 있습니다. 유희순 씨는 "지난여름에는 더 심했다. 청소를 한 상태인데도 이런 모습이다"며 씁쓸해했습니다. 바닥이 보이진 않더라도 맑아야 할 낙동강 상류가 아주 탁한 모습임을 확인합니다.

지난 4일, 상주보로 가던 중 강창교에서 내려 본 낙동강 상류 모습입니다.
 지난 4일, 상주보로 가던 중 강창교에서 내려 본 낙동강 상류 모습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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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보 통합관리센터에서 진행 중인 '4대강 새 물결 江(강) 가족사진 및 청소년 글짓기 공모전 우수작 순회전시회’입니다.
 상주보 통합관리센터에서 진행 중인 '4대강 새 물결 江(강) 가족사진 및 청소년 글짓기 공모전 우수작 순회전시회’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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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보 통합관리센터. 입구에 '세상을 흐르게 하는 힘'이란 주제의 게시판이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방문, 낙동강 살리기 희망선포식, 설맞이 사회공헌활동, 낙동강 중·상류 녹조저감 신기술 워크숍, 세계 물의 날 맞이 하천정화활동 등의 사진이 붙어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좌측 편으로 '4대강 새 물결 江(강) 가족사진 및 청소년 글짓기 공모전 우수작 순회전시회'가 진행 중입니다. 과거 천변 사진과 천변에서 노는 모습들이 담겨 있습니다.

국토해양부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서 제공하는 안내문 등에 따르면 "지속가능한 안전한 강, 언제나 넉넉한 물, 깨끗한 낙동강을 만들어 갑니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물이 부족하면 수질이 급격히 나빠진다"며 "'보'는 물 저장량을 늘리고 수위를 적절히 조절해 수질을 개선하는 큰 물그릇을 만드는 일"이며 "우리 아이들이 멱을 감을 수 있는 건강한 물을 만드는 근본적인 수질개선 대책"임을 주장합니다.

상주보, 위풍당당하게 서 있습니다. 강은 그대로인데, 인간이 말썽입니다. 자연의 일부분인 인간이 자연 위에 군림하는 절대자가 되려는 못된 몸짓 때문입니다. 이는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포장되어 나타납니다. 보 위쪽 옆으로 일부는 유리병에 떠 담지 않더라도 녹조라떼임을 확인할 정돕니다. 보를 흘러내린 물의 탁한 정도가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이게 과연 "아이들이 멱을 감을 수 있는 건강한 물"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청룡사 전망대에서 본 경천섬 과거와 현재 비교

상주 청룡사 전망대에서 유희순 씨(맨 좌측)와 일행.
 상주 청룡사 전망대에서 유희순 씨(맨 좌측)와 일행.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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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에서 상주보를 내려 보면 어떨까? 일행, 청룡사 위 전망대로 향합니다. 산속 곳곳에 자전거도로가 쭉 펼쳐져 있습니다. 유희순 씨 "낙동강 근본 수질 대책과 상관없는 이런 사업들이 버젓이 4대강 사업으로 진행되었다"고 분통입니다. 예산 없다더니 한쪽에선 펑펑 쓰고 있었던 겁니다. 국가 예산 사용의 순위 조정에 구멍이 뚫린 셈입니다.

드디어 청룡사 전망대에 섰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하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습니다. 4대강 사업 전, 물은 맑았고 경천섬 주변은 모래톱이 둘러져 있었습니다. 그러던 게 4대강 사업 이후 변한 겁니다. 강물은 탁해졌습니다. 경천섬 주위는 모래톱 대신 녹조식물이 빙 둘러쳐져 있습니다. 또 건너편으로 강 중간에 녹조라떼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도 "가장 좋을 때 모습"이랍니다.

4대강 공사 전, 상주 경천섬 일대 모습입니다. 섬 주위에 모래톱이 펼쳐져 있습니다. 물은 맑습니다.
 4대강 공사 전, 상주 경천섬 일대 모습입니다. 섬 주위에 모래톱이 펼쳐져 있습니다. 물은 맑습니다.
ⓒ 상주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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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청룡사 전망대에서 본 경천섬 일대. 4대강 공사 후 강물은 탁하게 변했고, 섬 주변의 모래톱을 대신하여 녹조식물이 자리잡았습니다.
 상주 청룡사 전망대에서 본 경천섬 일대. 4대강 공사 후 강물은 탁하게 변했고, 섬 주변의 모래톱을 대신하여 녹조식물이 자리잡았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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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를 내려오면서 드는 생각 하나. '이렇게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돈 발라가며 망치는 아이러니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유희순 씨에게 개발론자들에게, 문재인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인간은 자연의 지배자가 아니다. 자연의 구성원일 뿐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자연을 대한다면 인간 중심의 편리와 이익을 추구하는 '난개발'이라는 무모함에서 비켜나며 행복해지는 것이다. 상생이라는 순리를 따르므로 그것이 주는 참 행복을 인간들은 똑바로 기억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듣고 보았던, 마음속으로 다짐했던 것들을 실천하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평가는 5년 후나 역사로부터 받겠다는 각오 말이다. 광화문의 분노와 눈물을 잊지 말아야 성공하는 대통령이 된다. 그것이 민초들의 마음이니까."

상주보 경천섬 군데군데에서 오염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주보 경천섬 군데군데에서 오염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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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보 경천섬 일대를 둘러싼 녹조식물.
 상주보 경천섬 일대를 둘러싼 녹조식물.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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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SNS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4대강 공사, #문재인 대통령, #유희순, #경북 상주시 상주보, #낙동강 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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