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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같은 아기가 가정에 왔습니다. 출산의 고통 후 그 고통을 잊게 해준 것은 병원에서 면회시간마다 우리 아가를 보러 가는 즐거움이었습니다. 계속 보고 싶은 아기였지만 블라인드로 가려진 신생아실은 하루에 30분씩 단 3번의 면회시간 외에는 볼 수가 없었습니다.

초보 엄마가 보기에도 병원은 불편했습니다. 면회시간마다 블라인드에서 떨어지는 먼지와 블라인드가 움직이는 소리에 아기가 놀랐습니다. 그 모습에 저는 제왕절개 수술 직후였지만 모자동실을 하여 아기를 돌보았고 빨리 퇴원해달라고 요구하여 하루 빨리 퇴원하였습니다.

그리고 아기를 키우며 소소한 행복을 배워가고 있던 6월 30일 보건소에서 문자 한 통이 날아왔습니다. 병원 신생아실에서 근무하던 간호사가 결핵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6월 30일 노원구보건소에서 온 문자
 6월 30일 노원구보건소에서 온 문자
ⓒ 조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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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자 한 통으로 그 다음 주부터 800명의 아기들은 잠복 결핵 검사를 2주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태어난 지 일주일도 안 된 아기부터 생후 8개월 된 아기까지 다양한 아기들이 노원보건소로 모여들었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118명의 잠복결핵 판정. 너무 어려 결핵검사를 하지 못한 아기들까지 합치면 더 많은 아기들이 잠복 결핵 판정을 받을지 모릅니다(관련 기사 : 신생아실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엄마는 웁니다).

매일 아침 결핵약을 복용하기 위해 아기와 엄마의 힘든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결핵약 복용은 매일, 9개월간 이뤄져야 합니다. 쉬운 일도 아니고 또 며칠 먹지 않으면 항생제 내성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엄마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결핵약을 먹여야했습니다.

아기들은 유일한 의사소통 수단인 울음을 통해 약을 거부하여 매일 엄마와 전쟁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결핵약을 먹는 아기들에게 부작용으로 보이는 증상들이 나타났습니다.

BCG접종 부분에 나타난 피부질환
 BCG접종 부분에 나타난 피부질환
ⓒ 조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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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몸을 덮은 피부질환
 온 몸을 덮은 피부질환
ⓒ 조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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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도 먹을 수 있는 약이다. 신생아들에게는 부작용이 거의 없다.' 이렇게 말했던 약을 복용한 아이들은 피부에 트러블이 생기고 그것을 보는 부모들의 마음은 찢어졌습니다.

신생아가 정말 부작용이 없는 것인지 신생아가 결핵약을 복용하는 사례가 적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아이들 피부에 잇따라 이상이 생겼습니다.

한 아이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피부 질환이 생겼고, 결국 이 아이는 병원에서 결핵약 복용을 중단하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증상이 비교적 약한 부모들은 약을 끊었다, 다시 먹였다 하며 아이들의 피부를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피해자 부모들은 내가 선택한 병원이 이렇게 관리가 부실한 병원이었다는 사실에 슬퍼하고 분노하고 또 자책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병원의 안전성을 믿고 모네여성병원을 선택했고 아이를 낳고 맡겼습니다. 그런데 그 모네여성병원에서 간호사가 아픈 몸을 이끌고 신생아실에서 근무했고, 8개월 가까운 기간 동안 800명의 신생아들이 결핵균에 노출되었습니다.

그런 책임을 묻고 단순한 문자 사과가 아닌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한 것이 이토록 잘못입니까? 최근 병원 측은 가족들을 상대로 병원 앞 집회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황입니다. 우리 부모들은 이제 집회마저 못하게 되는 것인지 허무하기만 합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오는 27일 노원구청 2층에서 모네여성병원 피해자들을 위한 결핵관련 설명회를 오후 2시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태그:#모네여성병원, #결핵, #신생아, #신생아결핵, #노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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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식에서 더 좋은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열심히 사는 워킹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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