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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의 시대 기획전을 널리 알리면서 올해 뭔가 달라졌다고 생각하고 많이 오는 것 같다. 여기 모인 스무 개의 서점들이 나름 자기 팬을 가지고 있는 책방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효과도 좀 있는 것 같다. 이번 도서전에서 이번 기획전은 '서점이 핫하다'는 것을 새삼 증명한 장이 아닐까 생각한다. 도서전에선 책이 안 팔린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책이 팔려서 모두 놀라고 있다.

그래서 큐레이션이라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서점의 역할이 입증됐다고 할까. 서점 주인이 적극적으로 책을 고르고, 적극적으로 그 책을 판매하는 거, 내가 고른 책을 독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게 서점의 역할 아닌가. 이 사람이 책을 들고 있을 때 책을 살지 안 살지 모르지만, 내가 한 마디 거들면서 판매로 이어지는 게 오프라인 서점의 존재 이유가 아닌가 싶다. 그게 여기서 입증되었다고 본다."

서울국제도서전에 참가한 괴산 숲속작은책방 백창화씨의 말이다. 이곳에서 지역 서점이 터졌다. 책 사이를 사람들이 가득 메웠다. 도서전에 가봐야 책이 안 팔린다는 말이 이곳에선 예외였다. 책이 없어서 못 파는 '착잡한' 책방 주인도 생겨났다(관련기사 : 품절 사태 책방 주인, 속으로 엉엉 운 사연). 특별전 이름대로 '서점의 시대'를 증명한 자리였다.

퍼니플랜 남창우 대표
 퍼니플랜 남창우 대표
ⓒ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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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도서전은 끝났지만 동네서점 큐레이션을 온라인에서 이어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가 이번에 기획한 #그림만화전은 전국 그림만화전문서점에서 그 지역 작가들의 대표작을 소개하는 프로젝트다. 동네서점지도(bookshopmap.com) 앱 서비스를 개발·운영하는 '동네서점 전도사' 퍼니플랜 남창우 대표를 지난 6월 중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책을 안 읽고, 안 팔린다고 하지만 동네서점은 점점 많아지는 분위기다.
"동네서점이 활동 영역을 넓혀줄 수 있어 그런 것 같다. 예를 들어 가수 요조도 그런데, 음악만 하면 활동 영역이 좁은데 서점을 하면서 자신의 카테고리를 넓혀가고 있지 않나. 자기 비즈니스를 넓힐 수 있는 모델이랄까. 그런 것들이 어느 정도 다른 곳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서점이라는 공간을 활용해서 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찾는달까. 정부에서 미는 것도 생활문화고."

인문지도 제주도 편.
 인문지도 제주도 편.
ⓒ 퍼니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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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문화를 정부가 민다? 그건 무슨 말인가.

"생활문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생활문화를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말인데, 그중 가장 마땅한 게 서점이다.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스스로 뭔가 하고 싶은 사람은 제한적인데, 서점 주인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지난해 인문지도 프로젝트 작업을 하면서 그런 가능성을 봤다(인문지도 프로젝트는 퍼니플랜이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을 받아 속초, 부산, 대전, 대구, 광주, 제주의 6군데 도시를 찾아다니며 만든 인문지도다. 남 대표가 직접 이 지역의 동네서점을 답사하며 책방지기가 소개하는 인문 공간을 중심으로 엮었다. - 기자말). 올해도 한다. 작년에 했던 도시 외의 도시를 해야 한다."

- 이번 #그림만화전은 어떻게 기획하게 된 건가.
"계속 펀딩을 받아 <어서오세요, 오늘의 동네서점>, <동네서점이 사랑한 책들>, <여행자의 동네서점>을 출간했다. 사실 나는 기획자다 보니 오프라인 출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편이다. 그런데 또 사람들이 전자책은 안 산다. 종이책은 오히려 (책은 안 보고, 안 산다는) 젊은층에서 인기다. 나는 그것의 본질이 인스타그램이라고 본다. 어떨 때는 책을 낸 부수보다 예쁜 사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게시글이 더 많다. 여튼 책을 내서 생기는 수익은 서비스를 만드는 데 쓴다.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내서 뭔가를 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드는 것 이걸 계속 반복하는 거다. #그림만화전도 그런 차원에서 6개월 전부터 준비했고 이게 끝나면 시, 소설전 같은 걸로 이어갈 거다."

- 독자들이 어떻게 참여하나.
"퍼니플랜 블로그, 동네서점 마켓에서 책을 사면 된다(웃음). 그리고 각 서점마다 행사가 열리면 예약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7월에는 5일 오후 9시 대구 하고(hago) X 이숙현 작가와의 만남이 있고, 12일 오후 9시에는 제주 딜다책방 X 이승미 작가와의 만남이 있다."

- 혼자 이 일을 다 하나.
"처음부터 혼자 하진 않았다. 그래서 웹서비스 기획자로서 할 일을 못하고 있다(웃음). 콘텐츠 중심으로 퍼블리싱(출판) 한다. 그 콘텐츠 안에는 앱도 포함한다. 다른 사람이 볼 때는 내가 하는 일이 뭔지 애매할 수도 있다. 단행본 출판, 계간 동네서점, 미디어 출판, 앱 서비스 출판 등 퍼블리싱을 하면서도 매출이 늘지 않는 일이니까. 당연하다. #그림만화전 같은 경우도 큐레이션한 그림책을 동네서점 마켓을 통해 파는데 나한테 사는 게 아니고 포스팅 노출이 만뷰까지 가도 리액션을 따질 때 0.1%가 구매를 할까 말까 하는 상황이니 이익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래도 책방 중심으로 사고한다. 책방 노출에 성공하면 그걸로 만족한다. 동네서점 마켓도 내겐 실험이다. 온라인을 통해 특화된 상품을 사는지 실험하는 거다."

속초 동아서점에서 큐레이션한 책들.
 속초 동아서점에서 큐레이션한 책들.
ⓒ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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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의 봄날>에서 큐레이션 한 책들.
 <남해의 봄날>에서 큐레이션 한 책들.
ⓒ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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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나마 다행인 건 동네서점이 늘고 있다는 건가?

"지난 서울국제도서전이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열리기 전만 해도 지켜보는 입장에서 불안했다. 이미 너무 많이 노출되어 동네서점 트렌드가 꺾이지 않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사실 이번 도서전은 동네서점때문에 잘 된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아직까지 내 역할이 있는 것 같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니즈, 그게 있으면 계속 한다. 나를 동네서점 전도사라고 부르지만, 나는 동네서점에 투자하는 거다.

누구도 안 하는 일이었는데, 내가 하니까 다들 좋아한다. 보는 사람도 좋아하고 책방 주인들도 좋아하고. 그 안에서 내 역할이 있다고 보는 거다. 나는 기획자이면서 기술자다. 기술력 있는 사람이 새로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출판 산업이 바뀌어야 한다는 말은 많은데 실제로 뭔가 하는 사람은 없다. 돈이 안 되니까(웃음). 아무도 안 하기때문에 그나마 내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 동네서점의 미래는 앞으로도 밝을까.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까.
"책을 사는 층이 달라졌다. 통계적으로 20대 여성이 책을 많이 사야 한다. 그런데 책 주구매층을 보면 30대 후반이랑 40대 초반 연령대가 책을 가장 많이 산다. 이 말은 어딘가에 20대 여성들의 구매욕을 부르는 '언리미티드 에디션'이 있다는 말이다. 도서정가제때문에 도서전 안 간다고 하지만, 그게 아닌 게 이번에 증명됐다.

20대는 가장 액티브하게 소비하는 세대다. 정확하게 이야기 하면 20대 후, 30대 초를 잡아야 한다. 그런 세대 취향의 책들이 동네책방에 있는 거다. 지난 세계책의날 행사할 때 청계천에서 책을 팔았다. 동네서점에서 사랑한 책들, 추천한 책들을 팔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팔렸다.

기존 출판사들은 기존에 사던 사람의 성향(30대 후반~40대 초반)에 맞춰 책을 낸다. 그럼 20대들이 볼 수 있는 책은 어디에 있나? 독립서점에 있다. 이번 도서전을 봐도 책방에서 파는 책을 많이 샀다. 방송에서도 1인 출판 예능인 <냄비받침> 같은 걸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거다. 이건 세계적인 트렌드이기도 하다.

대형 서점들도 변하고 있다. 기존의 책들을 독립서점에 맞게 내기도 한다. 새 책이 나오면 작은 홍보책자 굿즈를 만들어서 독립서점에 뿌리고. 책 자체도 독립출판스럽게 만들고 책 표지나 이런 것도 많이 바뀐다. 왜? 20대를 잡기 위해서다. 20대를 잡아야 산다."


태그:#동네서점, #남창우, #그림만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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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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