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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중학생이 되었다. 중학생이 되는 당사자만큼이나 부모 또한 중학생 자녀를 키우는 일이 낯설고 두렵기는 마찬가지다. 6년의 초등학교 생활을 마치고 중학교로 입학하는 아이들은 신체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는 시기이다. 학습에 대한 압박은 높고, 친구 관계를 잘 풀어낼 수 있을지도 숙제이다. 초등학생을 대하는 것과 중고등학생을 대하는 사회의 시선도 다르다.

이런 변화의 소용돌이 한중간에 아이는 서 있었고, 지난봄 긴장된 새 학기를 맞이하며 중학교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3월에는 학교총회와 설명회가 있었는데 교복을 5월 중순부터 입게 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3월 학교총회에서 받은 학교생활 설명서는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머리 길이, 양말 색깔, 외투 색깔, 가방 색깔까지 지정하며 규율을 제시했다.학교에 입학하는 것인지, 군대에 입대하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의 빽빽한 규율과 규칙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5월이 되자 교복을 입기 시작했다. 중학생이 된 딸아이가 예쁜 교복을 맞추어 입고 거울 앞에 선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의젓해 보이고 어른이 된 것처럼 내가 뿌듯하기도 했다. 
그런데 교복이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상의 재킷은 배꼽까지 와서 손을 마음대로 번쩍번쩍 들기도 불편하다고 했다. 교복 안에는 반듯이 면티를 입도록 규정하고 있다. 면티 또한 부피감이 있어 꽤 더울 것 같았다. 며칠 전에는 때 이른 더위로 교복을 입고 등교했던 아이는 때 이른 더위로 오후에 숨 막혀 죽을 것 같다며 전화가 왔다.

필자는 교복 세대가 아니다. 중학교 입학 당시 교복이 폐지되었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다시 교복이 부활했다. 그래서 교복에 대한 추억은 없다. 딸 많은 집이라 언니들이 늘 교복을 입고 다녔고, 교복의 길이 따위를 두고 엄마와 언니가 실랑이를 벌였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있긴 하다. 옷이 여러 벌 있지도 않고, 옷감이나 디자인이 다양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교복만 있으면 그야말로 옷 걱정이 없었다. 가난한 집에서 교복을 입은 학생은 선망의 대상이었고, 미래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지금의 교복은 무슨 기능을 하고 있을까?

저렴한 가격에 개성을 뽐낼 수 있는 다양한 옷 들이 넘치는 이 마당에 교육당국이나 학교가 교복을 입혀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비용절감을 이유로 내세우지만 그것은 사실상 맞지 않는 말이다. 교복 한 벌 값의 가격이 만만치 않음을 감안한다면 비용절감의 이유는 궁색하기만 하다. 교복을 입음으로서 학교의 공동체성을 가지고 동질감을 가진다는 효과를 이유로 들기도 한다. 동의하기 힘들지만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치자. 사복을 입었을 경우 학생들 상호간에 가지는 빈부격차를 이유로 들기도 한다. 뭐 이것도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다.

수많은 이유를 들어서 '교복 착용'의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해소되지 않는 궁금증이 있다. '왜 그 재질이어야 하는가?' 신축성도 통풍기능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가장 활동이 왕성한 시기의 청소년들에게 손발을 묶는 전시용 복장을 학생들에게 입히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최근에는 '생활복'이란 이름으로 체육복 같은 재질의 편한 옷감의 단체복이 등장하고 있고, 학교에 따라서는 생활복을 교복 대신에 입는 학교도 있다.

'교복', '생활복', '체육복', 종류도 많고 돈도 많이 든다. 이 모든 과정에서 학생들의 선택권은 어디까지 인정되는가. 학교는 학생들을 여전히 통제와 관리의 대상으로 바로 보고 있지는 않은가. '학생다운 복장'에서 그 '~ 다운'은 누구의 시선이며 판단인가. 당사자는 없고, 오로지 타인의 시선과 잣대로 규정되어 지는 '~ 다운'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얼마 전 우연히 본 TV 프로그램에서 한 지방자치단체장이 직접 임산부 체험을 하는 방송을 보았다. 시장이 임산부처럼 배에 무게를 달고 일상생활을 하고 버스를 타고, 차에서 내리고, 그 과정에서 개선할 점을 찾아내고 있었다. 임산부 주차장이 부족하고, 문을 열고 내릴 때 부른 배로 인해 차량에 부딪히는 점, 임산부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대부분 오전이나 낮에 진행이 되어 직장인 여성들은 참여할 수 없다는 점 등을 즉각 개선하기로 했다.
정책이나 제도에서 당사자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학교는 군대가 아니다. 학생은 훈련병이 아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공정옥 시민기자는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으며, 인권위 대구인권사무소의 인권필진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별별 인권이야기'는 일상생활 속 인권이야기로 소통하고 연대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태그:#교복, #청소년인권, #학생선택권, #중학생 교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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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와 함께 차별없는 인권공동체 실현을 위하여 '별별 인권이야기'를 전하는 시민기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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