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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987년 6월 항쟁 30주년을 맞았습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오마이뉴스>가 공동기획으로 '6.10 민주항쟁 30주년 기념, 1987 우리들의 이야기' 특별 온라인 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전시회 내용 가운데, 가상 시민 인터뷰와 시대적 풍경이 기록된 사진 등을 갈무리해 독자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방송국에서 일하는 30대 기자

1987년 9월 20일 언론의 왜곡 보도와 노동자 폭력 탄압을 규탄하기 위해 집회장에 모인 인천 시민들
 1987년 9월 20일 언론의 왜곡 보도와 노동자 폭력 탄압을 규탄하기 위해 집회장에 모인 인천 시민들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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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9월 27일 구로동 성당에서 개최된 '여성노동자 전진대회'
 1987년 9월 27일 구로동 성당에서 개최된 '여성노동자 전진대회'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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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뚜뚜 땡~ 전두환 대통령께서 오늘은...'

하루하루가 살맛이 나질 않았어요. 저녁 9시가 되면 언제나 같은 멘트로 뉴스를 시작했거든요.

보도지침은 성역이었어요. 기자는 시키는 말만 반복하는 앵무새였고요. 방송국 안엔 기관원들이 상주하고 있었어요. 윗사람들은 알아서 정권에 비위 맞추느라 정신도 없어 보이더라고요. 독재 권력 앞에서 기자들은 어떠한 저항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러니 우리가 누구를 탓할 수 있겠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었어요. 우리를 어용 기자라고 부르고, 회사를 관제 언론사라고 손가락질하더라고요. 그런데 우리는 아무런 대꾸를 할 수 없었어요. 사람들이 분노를 쌓아 갈 때 우리는 자괴감과 절망감만 쌓고 있었어요. 그래서 '언론 민주화'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두 가지 감정이 함께 찾아왔어요. 무섭지만 기쁘고, 기쁘지만 무서운 감정 말이에요.

머리띠를 처음 묶을 땐 많이 낯설고 어색했어요. "우리가 잘할 수 있을까",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 "사람들이 우리 편이 되어줄까". 하지만 더 이상 비굴하게 살고 싶지가 않았어요. 용기를 내어 하늘을 향해 주먹을 힘껏 찔러봤어요. 이제 저는 진실을 말하고 정의를 추구하는 언론 노동자로 살아가고 싶어요. 다시는 비겁해지지 않을 거예요.

밤무대에서 노래하는 40대 여가수

1987년 9월 1일 시민사회단체에서 제작해 시민들에게 나눠준 민주화운동 관련 간행물
 1987년 9월 1일 시민사회단체에서 제작해 시민들에게 나눠준 민주화운동 관련 간행물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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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9월 5일 거리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출동한 전경에게 평화를 상징하는 꽃을 나눠주고 있는 시민
 1987년 9월 5일 거리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출동한 전경에게 평화를 상징하는 꽃을 나눠주고 있는 시민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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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얼마나 울었던가 동백 아가씨.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 23년 전 첫눈에 반해 버린 노래예요. 라디오 전파를 타고 무심결에 흘러나오던 저 노래가 내 인생을 바꿔버렸죠. 나는 매일 밤무대에 올라 화려한 조명 아래서 노래하는 카나리아가 되었어요.

'동백 아가씨'는 방송에서 들을 수 없던 노래였어요. 노래가 발표되고 엄청난 인기를 얻었지만, 1년 후 방송 금지곡으로 지정됐기 때문이에요. 이 노래가 '왜색풍'이래요. 하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어요. 저도 그랬고요. 두 가지 풍문이 기억나요. '한일국교 정상화' 강행과 관련이 있다는 말과 사실은 박정희 전 대통령도 '동백 아가씨'의 팬이었다는 소문 말이에요.

오늘 이 노래가 풀려났어요. 김민기의 '아침이슬'도 자유를 찾았대요. 모두 800여 곡이나 된다고 하더라고요. 22년이나 걸렸지 뭐예요. 6월항쟁이 우리에게 노래를 돌려준 거죠. 이런 게 바로 민주주의 아니겠어요? 나는 오늘 이 노래를 가지고 무대에 오를 생각이에요. 기억할만한 저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다 같이 이 아름다운 노래를 즐겨주세요. 자유를 만끽하는 행복한 밤이 될 수 있도록...

* 사진 출처 : 박용수, <경향신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태그:#6월 항쟁 3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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