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 1호 '이명박 4대강을 탄핵하자' 특별 기획은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이 진행합니다. 금강 현장은 김종술, 정대희 기자, 낙동강 현장은 정수근, 권우성, 조정훈, 김병기 기자가 취재합니다. 현장 기사는 오마이뉴스 SNS(페이스북 등)를 통해서도 동시에 송고합니다. [편집자말] |
[3신 : 2일 오후 6시 56분] "4대강 부역자들의 항명이다."4대강 독립군 김종술 기자는 화가 났다. 공주보 수문 개방 후, 금강은 달라진 게 없다. 찔끔 방류 후에도 물고기 사체가 떠올랐다. 바람에 따라 강물은 역행했다.
2일 오전 10시 30분, 공주시 고마나루를 찾았다. 공주보 상류 500미터 지점이다. 18°로 기울어진 철문에 수위가 20cm 낮아졌다. 강바닥이 모습을 드러냈다.
김 기자가 손가락을 쫙 폈다. 수위가 낮아진 높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정부가 내세운 것처럼 가뭄을 해결할 수 없단다. 녹조를 제거하기도 어렵단다. 이런 상황을 김 기자는 한 마디로 압축했다.
"뻥이다."이유가 있다. 공주보에 가로막힌 강물은 평상시에도 이보다 더 낮기 때문이다. 녹조가 창궐하면, 공주보의 수준이 활짝 열렸다. 실제로 지난 3월, 세종보가 수문을 완전히 개방했다. 강바닥이 그대로 드러났다. 높이 4m 세종보에 가득했던 강물이 공주보로 흘러가 백제보를 거쳐 금강하구까지 달려갔다.
그때도 농업용수 부족을 호소하는 농민은 한 번도 없었다. 취수 문제가 불거지지도 않았다. 바람에 따라 역행하는 강물을 바라보며, 김 기자가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야기 했던 4대강 수문 개방, 대통령의 지시를 국토부, 환경부, 수자원공사, 농어촌공사, 자치단체... 그동안 4대강 사업에 앞장섰던 관피아의 놀음에 수위조작이 되고 있다."
"수문개방이 끝 아니다, 4대강 적폐청산해야"공주보 상류 100미터 지점, 수상공연장 앞에 물고기 사체가 떴다. 옆에는 녹슨 마이크로버블기가 있다. 이 기계는 한국수자원공사 조류 제거를 목적으로 사들인 거다. 수문만 열면 녹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세금을 들여 효과가 의심되는 장비를 구입한 거다. 그때, 물고기 사체 뒤로 부유물을 공주보 아래로 밀어내는 한국수자원공사의 보트가 보였다. 김 기자의 목소리가 다시 높아졌다.
"이번 수문 개방은 '쇼'다. 4대강 부역자들이 똑같은 자리를 맡아 찔끔 방류를 결정했다. 이건 문 대통령의 지시를 어긴 항명이다. 어제(1일) 수문 개방에 맞춰 환경부 장관이 공주보사업소를 찾았다. 4대강 사업에 동조한 환경부의 책임과 사과를 촉구했다. 하지만 조경규 장관은 수문 개방 기념사진만 찍고 사라졌다(관련 기사 : 공주보에 나타난 '검은색 세단', 너무 허탈했다). 문재인 정부에선 다신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김 기자는 1년에 약 300일 정도 금강에서 노숙한다. 작은 변화도 찾아낸다. '금강요정'이란 별명이 붙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다. 그는 수문이 완전히 활짝 열리길 바란다. 금강이 다시 옛 모습을 되찾길 희망한다. 김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수문 개방이 끝이 아니다. 이명박 4대강은 적폐청산해야 한다. 4대강이 독립하는 날까지 취재수첩과 카메라를 놓지 않겠다."[2신 : 2일 오후 5시]"녹조 창궐은 시간문제"4대강 6개 댐의 수문을 연 지 하루가 지났다. 오마이뉴스 4대강독립군 낙동강팀이 2일 합천보, 달성보, 강정보 상류 4 지점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수위는 '찔끔' 내려갔지만 변한 건 없었다. 강 곳곳에서 녹조 알갱이들이 치솟았다. 여전히 녹조 제거용 수차가 돌아갔다. 물 빠짐 현상으로 조금 드러난 펄밭에선 깔따구와 실지렁이가 꿈틀댔다. 대구시민들이 취수하는 상수원 보호구역, 식수원에서 조차도 시궁창 냄새가 고약하게 풍기는 펄 속에 깔따구가 있었다.
[도동서원 앞 : 오전 10시] 수문개방? 그래도 녹조제거 수차는 돈다 시원한 물소리를 내며 수차가 돌았다. 지난 1일, 4대강 수문개방 하루 전에도 돌지 않던 녹조제거용 수차였다. 국토부와 환경부는 수문만 일부 개방하면 저절로 녹조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율배반이었다.
오마이뉴스 4대강독립군은 1일 오후 2시 낙동강 합천보 수문을 개방하고 나서 20여 시간 뒤인 2일 오전 10시경에 도동서원 나루터를 찾았다. 지난달 30일에도 이곳에 왔는데, 육안으로 보기에 수위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합천보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수위가 11cm밖에 내려가지 않았고, 내일(3일) 오후 4시까지 수위를 1m까지 내리겠다"고 말했다.
강물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수차가 돌아가고 있기 때문인지 물이 움직이고 있지만 2일 전과 같았다. 녹조는 창궐하지 않았지만 녹조 알갱이들이 물속에서 몽글몽글 올라오면서 기지개를 폈다. 조만간 수면 위에 차곡차곡 쌓여 '녹조라떼'를 연출할 것으로 보인다.
선착장에 세워놓은 어부의 배에선 썩은 냄새가 풍겼다. 어디에 내다팔 수도 없는 강준치와 블루길이 배 앞머리에서 나뒹굴었다. 4대강 사업으로 15m 하류에 합천보가 세워지기 전에는 볼 수 없는 어종이었다. 썩은 물고기에 파리 떼가 달라붙어 윙윙거렸다. 어부가 배 위에 팽개치고 간 것이다.
낙동강 합천보 수문개방 20시간 후,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 아니면 1m로 수위만 낮춘 '찔끔 개방'으로는 수질 개선이 불가능한 것일까? 어부의 강에는 예전처럼 쏘가리와 잉어, 동자개(빠가사리)가 되돌아올까?
4대강독립군 정수근 기자는 "다시 녹조가 창궐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 같다"고 말했다.
[낙동강 달성보 : 오전 11시] 보 위로 흘러넘치는 녹색 물여기 한 장의 사진이 있다.
물은 투명하다. 하지만 보에서 떨어지는 물은 녹색이다. 1일 오후 2시에 수문을 개방하고 21시간이 지난 뒤에 찾아간 낙동강 달성보. 합천보와는 달리 이번 수문 개방의 목표였던 관리 수위 50cm를 모두 낮춘 상태였다. 하지만 여기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아직도 보에 채운 물그릇의 수심은 10m가 넘는다. 그 밑에 시궁창 펄이 계속 쌓이고 있다.
4대강 독립군 정수근 기자는 이날 오전 12시경에 대구 화원유원지 건너편 강변에 갔다. 지난달 31일에 찾아갔을 때보다 육안으로 봐도 물이 빠졌다. 정 기자가 맨 손으로 강변에 드러난 펄을 팠다. 시커먼 색의 펄이 시궁창 냄새를 풍기며 드러났다. 그 안에 붉은 깔따구가 있었다. 최악 수질 지표종인 4급수에서 사는 생명체다.
달성보 수위를 50cm 낮춘다고 시커먼 펄이 쓸어내려갈까? 죽은 강물이 되살아날 수 있을까?
[강정고령보 : 오후 2시] 대구시민 취수원에 사는 붉은 깔따구"아이구, 여기도 있네."정수근 기자는 시궁창 냄새 나는 펄 속을 손으로 헤집으며 붉은 깔따구를 찾아냈다. 한 삽에 많게는 5~6마리가 나왔다. 강에서는 살 수 없는 호소성 식물 마름이 깔린 곳이다. 그는 가슴께까지 오는 장화를 신고 삽을 들고 물속에 들어가 한 삽씩 퍼 올렸다. 모래가 섞이기도 했지만, 대부분 펄이다.
20여분동안 삽질을 하면서 찾아낸 붉은 깔따구는 20여 마리다. 1분에 1마리씩 찾아낸 셈이다. 문제는 이곳이 낙동강의 상수원보호구역이라는 점이다. 멀리 강정고령보를 배경으로 1km 앞에 매곡 취수장 건물이 보였다. 바로 위쪽에는 문산 취수장이 있다. 대구 시민들의 먹는 물을 취수하는 곳이다. 그 건너편에 고령취수장도 있다.
1일 수문개방을 하면서 강정고령보는 수위를 1.25m 낮출 예정이다. 4대강독립군이 간 현장은 50cm정도 물이 빠졌다. 내일 오후께에 목표치를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강정고령보는 여전히 많은 물을 가둬두고 있다. 시궁창 펄도 쌓이고 있다. 수문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는다면 원래의 모습을 되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수근 기자는 "취수원이 4급수로 전락했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하루빨리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수질이 더욱 나빠질 것이기에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문 개방을 찔끔찔끔 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 지시사항처럼 상시적으로 수문을 완전 개방해서 강물을 흐르게 해야만 수질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1신 : 2일 오전 9시 50분]수문개방 우려, 이래서 진짜 우려스럽다
지난 22일 문재인 정부는 4대강 6개 보의 수문개방을 결정했다. 충남도와 환경단체들은 즉각 환영 입장을 냈다. 6월 1일 오후 2시부터 수문을 개방한 공주보는 1시간에 2cm 씩 10시간 동안 20cm 수위가 낮아졌다. 수자원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전체 1500만 톤 중에 88만 톤이 방류돼 관리수위는 8.75m에서 8.55m된다.
금강 공주보 수문개방을 앞둔 상태에서 농어촌공사에서는 국토부, 환경부, 수자원공사, 자치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 자리에서 공주시는 아래와 같은 우려를 표했다. 충남농어촌공사는 모아진 의견을 모아 공주보 수문개방에 신중을 가해달라는 요구서를 국무조정실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4대강 수문개방은 세계문화유산 공산성 경관이 훼손된다." "농번기 농업용수 부족으로 모내기에 어려움이 있다.""전국 규모의 조정경기대회 차질이 우려된다."공주시 주장을 하나씩 확인해 보자. 첫 번째로 "4대강 수문개방은 세계문화유산 공산성의 경관이 훼손된다"는 점. 4대강 사업 전까지 공산성 앞은 너른 모래톱이 발달한 지역이었다. 공주시민은 물론 인근 도시민의 쉼터였다. 대보름 행사를 비롯해 각종 행사가 모래톱에서 치러질 정도였고, 여름이면 사람들로 넘쳤던 곳이다.
4대강 사업이 발표되면서 시민들은 모래톱이 사라질 것을 우려하며 반대했다. 불교계에서는 4대강사업 반대를 요구하며 공산성 내에 '금강선원'을 만들어 단식에 들어갔다. 그러나 공주시와 시의회는 공산성 앞 모래톱에 쓰레기만 떠내려 오고 들쥐만 살고 있다며 준설을 요구했다. 수질을 개선시키는 모래톱 본래의 순기능은 철저히 외면됐다.
강의 준설은 공산성을 흔들었다. 1500년간이나 버티던 균형이 깨진 것이다. 2660m 공산성 성곽 둘레 중 강변 450m구간에서 배부름 현상이 발생했다. 길이 3m 높이 2m정도의 땅 꺼짐도 발생했다. 결국 2014년 두 곳의 성곽이 무너져 내렸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현장 조사 후 모래톱 준설의 영향을 지적했다. 결국 4대강사업 자체가 공산성 경관을 훼손했다.
두 번째 "농번기 농업용수 부족으로 모내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농업용수 관리 담당자의 말은 달랐다. 지난 5월 26일 기자는 공주세종농어촌공사를 찾았다. 공주보 상류에서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정수장이 있기 때문이다. 수자원관리부장은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며 다음의 말을 이어갔다.
"모내기를 하기 위해선 논에 18cm가량의 물을 담아야 한다. 금강의 용수로 농사를 짓는 논 80%에 정도에 물을 채웠다. 모내기는 50%정도가 진행됐으며 6월 15일 정도면 모내기가 끝났다. 그때부터는 논물을 빼는 시기로 금강 물을 사용하여 농사를 짓는 데는 전혀 어려움이 없다."세 번째 "전국 규모의 조정경기대회 차질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공주시장배 조정경기가 공주에서 처음 열렸다. 올해 경기는 공주시 왕촌천 입구에서 진행한다. 이곳은 공주보의 수문개방에 따른 영향을 덜 받는 곳이다. 공주보 상류 옥룡대교부터 석장리박물관까지는 웅덩이처럼 깊은 수심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인근 지역에는 두 개의 농업용수 정수장이 자리하고 있다.
공주시 담당자는 "공주시가 (국무조정실)공식적으로 전달한 게 아니다. 공주보와 농어촌공사 공주지사도 다녀왔다. 그 자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었다. 농어촌공사 충남대책본부에 수문개방에 따른 문제가 있는지 확인을 요청했는지, 모든 의견을 종합해서 농어촌공사에서 (국무조정실)로 들어간 것이다. 이것이 와전대서 공주시가 건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공주보 수문 개방은 이 같은 의견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까지 금강은 공주시민의 식수였다. 강변 모래톱과 수초는 강물을 정화시켰다. 때문에 물량이 적은 갈수기에도 2급수의 수질을 자랑했다. 이랬던 금강은 준설과 콘크리트로 막히면서 자정능력을 잃었다. 스스로 치유하지 못한 강물은 나날이 악화됐다.
물가에 다가가기 어려울 정도로 악취가 진동했다. 녹조가 창궐하여 강물은 마치 녹색의 잔디밭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끼벌레류가 창궐하더니 사라졌다. 시커멓게 쌓인 강바닥의 펄 속에서는 환경부가 지정한 4급수 오염지표종인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 애벌래가 득시글하다.
2013년 수자원공사 자료에 따르면 보 건설 후 수질상태는 질산성 질소 오염 등이 초과해 청색증을 유발할 수 있어 식수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는 당시 <SBS 스페셜> '4대강의 반격'을 통해 확인된 내용이다.
2015년 8월 세계적인 조류학자인 다카하시 토루(高橋 撤) 구마모토 환경보건대학 교수, 박호동 신슈대학 교수는 금강 녹조 물에서 현미경을 통해 독성물질인 남조류 마이크로시스틴을 찾아내기도 했다. 당시 다카하시 교수는 "일본의 이사하라 간척지는 8년간 같은 장소를 조사하면서 농작물에서 독성물질을 검출했다"는 충격적인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4대강 사업 5년 만에 물고기가 죽고 야생동물은 피부병이 걸리고 죽어간다. 독성물질이 가득하고 강물에서 풍기는 악취는 사람의 접근을 차단한다. 지난 2014년부터 공주시 보건소는 강변에 소독약을 살포하고 있다. 붉은깔따구 등의 날벌레가 급증하면서 악취 민원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건강을 우선시해야 할 공주시가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수문 개방을 우려하는 이유는 뭘까? 고인물은 썩는다. 썩은 물은 특단의 조치, 즉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지 않으면 회복되기 어렵다. 다시 말해 강은 그 흐름을 간섭받지 않을 때 가장 건강하다는 것이다. 흐르는 금강이 될 수 있도록 공주시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 않을까.
오늘 아침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은 공주보 수문 개방 이후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다시 현장으로 간다. 전날 수위 변화를 체크하기 위해 강변에 말뚝을 박아 놨다. 4대강 독립군은 우리 강이 제대로 독립할 수 있는 그날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흐르는 우리 강을 위해서 말이다.
4대강 독립군을 성원해 주십시오 |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로 구성된 '4대강 독립군'은 그동안 '이명박근혜 정권'으로부터 4대강을 해방시키려고 죽어가는 강의 모습을 고발했습니다. 정권이 교체된 뒤 문재인 정부가 오는 1일부터 우선 4대강 수문 6개를 열기로 결정했습니다. 4대강 독립군은 수문 개방 전과 후의 현장을 전해드리고, 4대강 청문회가 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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