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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의 논리는 여전했다. "(한일 위안부합의) 정보를 공개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협상 문서를 공개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똑같았다.

지난 1월 서울행정법원이 "12·28 합의 과정에서 '위안부 강제연행' 문제와 관련해 협의한 문서를 공개하라"고 판결한 1심 이후 외교부는 즉각 항소했지만, 추가된 항소이유는 부실했다.

1일 오전 서울고등법원 행정3부(판사 김복형)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송기호 변호사가 외교부를 상대로 낸 '한일 위안부 합의 협상문서 공개' 정보 비공개 처분 취소소송 항소심 첫 변론이 열렸다.

외교부,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친다'만 반복

송 변호사의 대리인을 맡은 노주희 변호사는 재판에서 '외교부의 늑장 대응'을 꼬집었다. 지난 1월에 항소한 외교부가 항소심 전날인 5월 31일 오후에야 항소이유서를 보내왔다는 것이다.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외교부의 항소 이유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외교부)가 이 사건 정보를 공개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존재하고, 비공개로 얻는 국가의 이익이 국민의 알 권리보다 결코 작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정보는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고 할 것입니다."

외교부가 밝힌 항소 이유는 외교부가 1심에서 주장하던 것과 사실상 똑같다. 협상 문서가 공개되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친다는 것이다. 외교부의 '앵무새 주장'에 재판부는 "1심 재판부가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12차례에 걸친 한일 국장급 협의 전문을 확인했냐"고 물었다. 외교부가 항소한 만큼 재판부에서 다시 문서를 확인해야 위안부합의 정보공개가 국가의 현저한 해를 끼치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는 질문이었다. 외교부 측 변호인은 잠시 머뭇거리다 "확인해보겠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외교부 측 변호인에게 국가 간 협상한 문서를 어떻게 공개하는지 '국제적 관행'을 제출하라고도 했다. 외교부는 "1심에 이미 제출했다"면서도 "추가로 제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노 변호사는 한미FTA 협상 결과가 상세히 담겨있는 협정문 전문이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공개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노 변호사는 외교부의 '왜곡'을 꼬집었다. 한일 위안부합의 정보의 일부를 공개하라는 것인데, 외교부가 모두 공개하라는 요구처럼 해석한다는 것이다.

원고인 송 변호사가 요구한 정보공개는 2015년 12월 28일 한일 외교부 장관이 공동발표문의 문안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일본군과 관헌에 의한 위안부 '강제 연행' 표현 및 사실 인정 문제에 대해 협의한 협상 관련 문서다.

2차 변론은 오는 7월 13일 오전 10시 40분에 열린다.

"어릴 적 팔아먹고 지금 또 팔아먹냐"

1일 정대협과 민변이 '정부는 2015 한일외교장관 합의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 이용수 할머니의 호소 1일 정대협과 민변이 '정부는 2015 한일외교장관 합의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 신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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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을 앞두고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외교부를 향해 "할머니들을 팔아먹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공판 직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민변이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그는 "어릴 때는 일본군에 우리를 팔아먹더니 나이가 드니 한일협정을 들이밀며 또 팔아 먹는다"고 성토했다. 정대협은 "정부가 더 이상 일본군 위안부 협상 문건을 비공개로 은폐할 것이 아니라 당장 항소를 취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송을 제기한 송 변호사는 강제연행을 부정하는 일본의 행태를 지적하며 "합의문을 통해 일본이 강제연행을 인정한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제 인권법이 강조하는 '객관적 사실'에 의거한 양국의 협의가 성립되려면 강제연행 사실을 일본이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일 협의문에 일본이 강제연행을 인정하지 않았다면 공동발표 협의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한편 지난달 18일 문재인 대통령의 일본 특사로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을 면담한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 국민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위안부 합의에 대해 수용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강조한 바 있다.


태그:#한일위안부 합의, #이용수, #송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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