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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왼쪽 눈이 안 보이는 게 낫겠다 싶을 때도 있어요. 망가진 왼쪽 눈 때문에 멀쩡한 오른쪽 눈이 제대로 기능할 수 없도록 만드니까요. 눈이 이렇게 되고 1년 동안은 치마를 입을 수가 없었어요. 거리 감각이 없어서 길에서 자꾸 넘어지거든요."

백내장 수술 이후, 멀쩡하던 눈이 왜 이렇게 됐나

5월 18일, 서울 광화문 '스페이스 라온'에서 제21회 환자샤우팅카페가 열렸다. 이날 환자샤우팅카페는 '백내장 수술의 남용 실태'를 주제로 백내장 수술 부작용 피해자인 김경희 씨가 무대에 나와 발언했다.

제21회 환자샤우팅카페 무대에서 김경희 씨가 백내장 수술 후 피해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제21회 환자샤우팅카페 무대에서 김경희 씨가 백내장 수술 후 피해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 한국환자단체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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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씨는 2015년 9월 4일, 며칠 전부터 오른쪽 눈에 기다란 물체가 아른거리는 증상이 있어 인근의 안과의원을 방문했다가 의사로부터 백내장 노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평생 안경을 벗게 해주겠다"며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술을 권유했다. 수술 시간도 30분밖에 안 걸리고 다음 날부터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말에 김씨는 마음을 놓았다.

"의사가 분명하게 얘기했어요. 앞으로는 안경을 안 써도 될 거고, 영구적인 거라고요. 합병증이나 부작용에 대해 조금이라도 설명을 해주었더라면 그 자리에서 수술을 결정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9월 11일, 왼쪽 눈을 먼저 수술한 김씨의 눈 상태는 수술 전보다 오히려 나빠졌다. 눈이 화끈거리고 모든 감각이 눈에 집중되는 등 눈이 빠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의사에게 불만을 얘기하자 10월 27일, 간호사는 "유착이 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수술실로 데리고 갔고, 의사는 그 자리에서 환자의 동의도 없이 인공수정체 교환술을 받았지만 통증이 심해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였다. 게다가 직업상 장거리 운전을 할 일이 많은 김씨는 운전할 때마다 가슴 졸일 일이 많아졌다. 앞 차에서 반사되는 빛 때문에 선글라스를 써도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다. 흐리거나 비 오는 날에는 차선이 보이지 않아 운전대를 잡을 수가 없다. 난시가 심해 가까운 곳뿐만 아니라 먼 곳도 잘 보이지 않는 것은 그나마 경미한 부작용에 가깝다.

"제 친정이 강원도인데 지금 친정을 못 가요. 평소에 운전에 자신 있어서 나중에 은퇴하면 대리운전 기사를 하려고 할 정도였는 데도요. 지금은 가까운 거리라도 옆에 사람을 태우고 가는 일이 없어요. 운전할 때마다 목숨 걸고 해야 돼요."

김씨의 주장에 따르면 수술을 집도한 의사는 "백내장이 있었고 심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수술하면 시력이 좋아지니까 수술 자체가 무리는 아니었다"면서 "의사마다 소견이 다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김경희씨의 수술 전 좌우 시력은 0.8/0.8 정도였지만 이제는 돋보기를 비롯해 안경이 없으면 생활할 수 없을 지경이다. 다른 안과의원 전문의는 김씨 왼쪽 눈의 동공 모양이 타원형인 점을 지적하며 "동공이 조리개 역할을 제대로 못 하면 물체가 명확하게 안 보이고 흐릿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전문의는 김씨의 오른쪽 눈은 백내장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단초점 vs. 다초점 렌즈, 설명 듣고 수술하셨나요?

국민건강보험공단 2014년 주요 수술통계연보에 따르면 연간 백내장 수술 건수는 36만 6689건으로 국내 수술 중 최다에 해당한다. 백내장 수술은 2012년 이후 포괄수가제가 적용된 이래 환자 부담이 수백 만 원에서 평균 20만 원(한쪽 눈 시술할 경우)으로 크게 줄었다. 다만 백내장 수술 중에서도 비급여로 분류돼 환자 부담이 수백만 원에 달하는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술의 비중이 커져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환자샤우팅카페 자문단으로 참여하고 있는 법무법인 우성의 이인재 변호사는 "백내장이 아닌데도 백내장으로 진단하는 것을 의사들은 '생내장'이라고 한다. 의사들 사이에서도 굉장히 도덕적으로 문제라는 인식이 있다"면서 "백내장 관련 소송하면서 느낀 점 가운데 하나는 안과의사지만 눈에 관련된 모든 것을 다 알지는 못한다는 거다. 하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망막, 각막, 백내장 등 복합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의사를 찾는 것도 하나의 팁"이라고 말했다.

환자단체연합회의 안기종 대표는 "최근 백내장 관련한 민원들이 많이 들어오는데 이들 민원인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부분이 있다. 의사가 환자를 환자로 안 보고, 돈 벌이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라면서 "중요한 것은 환자의 선택권 문제다. 환자 개인에게 단초점이 적합한지, 다초점이 적합한지 장단점을 충분히 설명하고 환자가 결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제도적으로는 백내장 수술이 왜 이렇게 많이 시행되고 있는지 안과 의사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만약 이유가 재정적인 문제라면 풀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객석의 이재춘(65)씨는 김경희씨의 사례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며 "백내장 노안 수술을 했는데 단초점, 다초점 렌즈에 대해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 가격 차이가 그렇게 나는 것도 수술 끝나고 한참 후에 알았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김경희씨는 "수술 이후 삶의 질이 떨어진 것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수술할 때는 성급하게 한 번에 선택하지 말고 다른 병원에 가서 한 번 더 알아보고 자신의 눈을 맡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문단으로 참여한 법무법인 우성의 이인재 변호사는 “백내장 수술 남용 문제는 안과 전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개인의 일탈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자문단으로 참여한 법무법인 우성의 이인재 변호사는 “백내장 수술 남용 문제는 안과 전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개인의 일탈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 한국환자단체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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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환자샤우팅카페, #백내장 수술,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술, #한국환자단체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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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노동자. 주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는 작업을 해왔으나 암 진단을 받은 후 2022년 <아프지만, 살아야겠어>, 2023년 <나의 낯선 친구들>(공저)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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