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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학부모와 함께하는 육아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자신의 교육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 학부모들에게 교육정책 설명하는 안철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학부모와 함께하는 육아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자신의 교육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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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국·공립 보육시설 확대를 골자로 한 육아정책을 14일 내놓았다. 마침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같은 날 보육공약을 발표했다. 양강 구도인 문 후보와 정책 대결을 벌이면서, 동시에 일파만파로 커진 '유치원 공약' 논란 잠재우기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공약 발표 현장에서 학부모들이 문제점을 지적하며 항의하는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해 안 후보와 캠프 관계자 모두 진땀을 흘렸다. 불길을 잡으려다 외려 불길이 더 번진 형국이다.

안 후보는 14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학부모와 함께하는 육아정책 간담회'를 열고 보육정책 6대 공약을 전격 발표했다. ▲ 출산·산후조리 입원기간 건강보험 확대 ▲ 육아휴직 급여 확대 ▲ 보육교사 처우 개선 ▲ 국·공립 보육·육아교육 시설 확충 ▲ 초등학교 돌봄교실 확충 ▲ 만 3세부터 교육부 국가 책임 등이 주요 내용이다.

특히 안 후보는 2016년 기준으로 24.2%인 공립유치원 이용률을 40%까지 올리겠다고 강조했다. 초등학교 대상으로 병설 유치원 6천 학급을 추가 설치하겠다는 계획이다. 국·공립어린이집 이용 비율도 20% 이상 늘리겠다고 밝혔다.

국·공립 유치원 확대 공약에도 웃지 않은 학부모들

안 후보는 최근 사립유치원 단체가 주관하는 행사에서 "대형 단설유치원 신설을 자제하겠다"라고 발언해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에 휩싸였다. 국·공립인 단설유치원을 선호하는데도 개수가 적어 경쟁률이 치열하다는 현실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그가 학부모들을 앞에서 직접 유아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재차 강조한 이유도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는 상황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만 3세부터 교육의 모든 비용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라며 "아이들이 집 근처에서 안전하게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받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 후보의 공약은 참석자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질문 기회를 얻은 학부모들은 병설유치원 등 국·공립 유치원 확대 공약 위주로 비판을 제기했다. "초등학교에 병설유치원을 지을 공간이 없는데 증설이 가능한가", "국·공립 유치원처럼 사립유치원도 똑같이 지원을 받아 혜택을 누렸으면 한다" 등의 내용이다.

안 후보는 "제 교육개혁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유치원을 공교육화한다는 것으로, 학생이 국·공립을 다니든 사립을 다니든 국가 부담"이라며 "국·공립유치원도 병설로 더 짓겠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한 학부모는 "병설유치원에서는 학교 교과서처럼 똑같이 교육해서 창의력을 기르지 못한다"라며 "병설유치원에만 투자하는 것을 쪼개서 기존 사립유치원에도 무상 제공되는 부분을 좀더 (확대)하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학부모들도 웅성웅성하며 항의했다. 사회자가 "시간관계상..."이라며 행사를 마무리하려 하자 "중간에 끊지 말라"라며 계속 주장을 이어가기도 했다.

안 후보는 멋쩍은 듯 웃으며 "병설유치원을 확대해서 전 아동을 대상으로 공교육을 실시하되, 추가적으로 재원을 투자해서 교육의 질을 높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발언 도중 '유치원'을 "유티원"이라고 잘못 발음하는 등 잠시 당황한 기색을 내보였지만, 끝까지 학부모들을 설득하려 했다. 사회자가 "오늘은 시간관계상…"이라고 자리를 정리하려 하자 "중간에 끊으면 안 된다"라며 설명을 이어가기도 했다.

간담회 참석한 사립 원장 "대형 단설 자제가 맞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학부모와 함께하는 육아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자신의 교육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 학부모들에게 교육정책 설명하는 안철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학부모와 함께하는 육아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자신의 교육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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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참석자들은 안 후보의 공약에 차가운 반응을 보였을까?

이날 간담회에는 서울·경기 지역의 사립유치원 원장과 학부모들이 자리했다. 한 유치원 원장은 "우리 (유치원) 버스로 엄마 네다섯 분을 모시고 왔다"라고 귀띔했다.

사립유치원 원장들은 국·공립 유치원의 확대를 반대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사립유치원의 경우 상대적으로 학비가 비싸기 때문에 단설·병설유치원이 늘어날 경우 원아모집에서 밀려 운영난을 겪을 공산이 크다. 사립유치원 학부모들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육료 지원을 늘려 국·공립 유치원 수준의 학비 혜택을 보장해주길 바란다.

안 후보는 논란을 진화하는 측면에서 간담회 형식으로 공약을 발표했지만, 참석자들이 사립유치원의 이해관계에 얽혀있다 보니 현장에서 공감을 받지 못한 셈이다.

참석한 학부모들은 안 후보가 다음 일정을 위해 자리를 뜬 이후에도 캠프 쪽을 상대로 항의와 요구를 이어갔다. 안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인사인 김옥 덕성여대 명예교수가 "사립유치원 비율이 과도한 건 사실이다, 이대로 둘 순 없다, 양질의 공립유치원을 늘려야 한다"라고 설명하자, 일부 학부모는 손으로 책상을 치며 "우리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니다"라고 언성을 높였다. 한 참석자는 "답답하다, 그러니까 표를 깎아 먹지"라고 말했다.

한 사립유치원 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대형 단설유치원 설립을 자제하라는 안 후보의 말이 맞는데, 논란이 되니까 병설유치원 늘린다고만 말하고 있다"라며 "그렇게 하면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이 원장은 "엄마들에게 돈을 직접 지원해주면 거액을 써가며 국·공립 유치원을 지을 필요가 없다"라며 "지금 공약하는 식으로 가면 우리나라 교육은 획일화 된다, 희망이 없어진다"라고 주장했다.

안 후보 선대위 관계자는 참석자들의 요구와 관련해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높이려면 부모들에게 직접 돈을 지원하는 것보다는 유치원의 국·공립화로 가는 게 맞다"라고 설명했다.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의 간담회 참석 경위에 대해서는 "모른다"라고 답했다.


태그:#안철수, #안철수 유치원, #국민의당, #단설유치원, #병설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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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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