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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강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 be 정상회담’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강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 be 정상회담’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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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지지하는 순간 카페 떠나겠습니다. 조갑제에 이어 박사모조차 그런다면 상심이 클 거 같네요."

"최근 일각에서는 당선 가능성이 높은 우리 보수 후보가 없다는 이유로 차선책으로 안철수를 찍어 주자는 의견이 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런 생각이 패배주의에 근거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좌경화된 문재인은 물론이지만, 안철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안철수의 뒤에 누가 있습니까? 안철수를 아바타로 내세워, 수렴청정을 할 자는 바로 원조 빨갱이 김대중의 오른팔 박지원입니다."

10일 오후 박사모 카페에 올라온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관련 글들 중 일부다. 지난 7일, 조갑제 TV를 통해 대표적인 극우 보수 인사인 '조갑제닷컴 조갑제 대표'마저 '전략적 투표'를 주장했다. "안철수로 문재인을 막으면 절반의 성공"이란 근거다.

지난 9일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조원진 의원이 '친박' 새누리당 입당과 함께 대선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는 사이, 박사모와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극우를 포함한 전통적인 보수층의 붕괴라 할 만하다.

물론 그 중심엔 안철수 후보가 자리한다. 그렇게 '문재인‧안철수' 양자구도가 'D-28' 조기 대선 판세를 잠식했다. 일부 보수 유권자와 중장년층의 표심이 안철수 후보로 향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진다.

어느새 전통적인 진보와 보수의 표심이 '문재인 vs 안철수'로 귀결되고, 심지어 호남이 아닌 대구경북(TK)이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는 분석도 제법 고개를 들고 있다. 국민의당이나 안철수 후보 측 역시 '국민통합'을 기치로 내걸면서 이러한 보수층의 전략적 지지를 반기는 모양새다. 10일 발표된 <조선일보>·칸타퍼블릭의 대선 여론조사는 그래서 더욱 상징적이다.

보수층의 붕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행보

"2012년 박근혜 투표자의 46.8%, 안철수 지지"

10일 자 <조선일보>의 여론조사 관련 기사 제목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의 절반 가까이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에서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37.9%였다.

이 중 46.8%는 가상 다자 대결 조사에서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고, 이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13.9%), 민주당 문재인 후보(10.6%),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2.9%), 무소속 김종인 후보(1.2%), 정의당 심상정 후보(0.9%) 순으로 나타났다. '문재인-안철수' 후보 간 가상 양자 대결에선 박 전 대통령에게 투표한 응답자의 76.9%가 안 후보를, 13.6%는 문 후보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이러한 결과는 극우와 범보수, '샤이 박근혜'를 포함한 스펙트럼이 넓은 '박근혜 지지층'이 급격히 안철수 후보로 쏠리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겨레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지난 7일부터 이틀간 조사(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해 9일 발표한 결과에서도 안 후보는 보수층에서 가장 큰 지지율 상승을 보였다.

안 후보의 지지율은 지난 일주일 동안 30%에서 47.2%가 올랐고, 중도층은 28.7%에서 40.4%, 진보층은 22.6%에서 30.9% 상승했다. 국민의당은 이러한 결과에 반색하는 모양새다. 10일 오전 방송된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세력이라 하더라도 지금이라도 마음을 바꿔 안철수 후보를 지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함께 출연한 박광온 의원은 "(안철수 후보 지지자 중) 탄핵에 반대했던 분들, 시대를 바꿀 수 없다는 사람들도 섞여 있을 것"이라며 "극우 인사가 '안철수를 찍자'고 한다. 지금처럼 간다면 얼굴만 바꾸는 거다. 정권 연장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보수의 이동으로 인해 국민의당과 안 후보의 갈팡질팡 행보는 더욱 거세지는 형국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와 정동영 후보의 발언이 그러하다. 둘 다 '노무현 소환'에 동참했지만, 그 의미는 전혀 달랐다. '도로 노무현 정권'이란 표현까지 등장했다. 물론 박지원 대표의 '입'을 통해서다.

10일 PBS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에 출연한 박 대표는 "국민은 국민통합, 협치를 원하고 있는데 문 후보는 적폐세력 청산 등 과거에 머물면서 자꾸 분열의 정치를 한다"며 "국민은 노무현 대통령은 존경하지만, 노무현 정권은 싫어한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찍으면 도로 노무현 정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난 7일 YTN라디오 <곽수종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한 정 의원은 '안철수 바람'의 시작으로 "이른바 광주 경선에서의 노무현 효과, 노무현 경선 효과를 가지고 한 자릿수 지지 후보가 20%, 30%, 40%로 치솟았던 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라며 '노무현=안철수' 등식을 환기시켰다. 

국민의당의 기반인 호남‧광주 민심은 끌고 가야 한다. 하지만 '반문재인'만이 살길이다. 안철수 역시 대선후보 확정 이전부터 '양자대결'을 주장해 왔다. 이제 보수층의 표까지 잡아야 한다. '확장성'과 '우클릭' 사이, 표현만 다를 뿐 중도를 표방해 온 안철수 후보의 정책 노선은 보수층의 이동과 함께 우클릭으로 선회를 시작한 지 오래다.

1년 반 전, 애매했던 정치인 안철수의 스탠스는 달라졌나

"안철수 후보가 '나는 누구와 함께하겠다'라는 걸 밝혀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제대로 선택할 수 있다."

박광온 의원의 주장은 그래서 유효하다. 이번 조기대선은 '박근혜 탄핵'으로 이뤄졌고, 촛불 민심이야말로 그 탄핵 국면을 이끌어낸 원천이었다. 하지만 최근 안 후보는 "촛불집회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말을 바꿨다. 다분히 '박근혜 탄핵'엔 찬성했지만 여전히 보수를 자처하는 표심을 잡기 위한 포석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안 후보의 정책 전환 역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사드 배치 찬성과 개성공단 (즉각)재개 반대, 규제프리존법 통과 주장이 대표적이다. 상대 후보의 "적폐청산" 구호에 반대하는 동시에 보수층의 이동을 인식하는 듯한 이러한 '우클릭'이야말로 '대선 후보 안철수'의 진짜 정체성인지 속 시원히 밝혀야 할 때다. 대선 후보를 포함한 정치인은 정책을 통해 지지층의 요구를 수렴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대선후보 검증 국면에서 드러난 각종 의혹에 대한 규명은 그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안철수에게 엄중히 묻는다. 당신이 이루려는 '혁신'은 무엇인가? 유신체제로 되돌아가려는 박근혜 정권을 응징하기 위해 내년 총선에서 야권이 승리한 뒤 2017년 대선에서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당신과 비주류가 당권을 차지하고 공천권을 잡기 위한 것인가?"

지난 2015년 11월, 자유언론실천재단 김종철 이사장은 칼럼을 통해 <안철수는 누구를 위해 정치를 하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김 이사장은 구체적인 이유로 다섯 가지를 들었다. 김 이사장은 '세월호 참사'를 필두로 당시 정치인 안철수가 박근혜 정권의 핵심 정책이나 대응과 관련해 침묵하거나 외면하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 따져 물었다.

김 이사장은 첫째, 세월호 참사에 대한 문제 제기와 유족들의 단식이나 농성 불참, 둘째로 '4대강 사업' 등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벌어진 비리 의혹에 대한 비판, 셋째,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비판, 넷째로 고 백남기 농민 사망 책임자에 대한 비판, 다섯째, '노동 5법'에 대한 비판이 없다고 주장했다.

개별 사안만 다를 뿐, 그 성격은 무려 1년 반이 지난 지금 대선후보 안철수에게 물어도 유효한 질문이다. 단순히 '박근혜와의 선 긋기' 차원이 아니다. 김 이사장은 박근혜 정권의 시대착오적이고 대다수 국민 정서와 괴리된 정책들에 대한 정치인 안철수의 비판적 입장을 물었던 것이다.

연장 선상에서,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에게 표를 준 유권자들을 끌어안기 위해 안 후보는 무엇을 할 것이고,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사드 배치 찬성을 비롯해 안철수 후보의 정책적 노선을 더욱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1년 반 전, 정치인 안철수의 정치적 스탠스가 '보수층 껴안기'를 시도 중인 현재의 대선후보 안철수의 그것과 어떻게 다른가를 말이다. 그것이야말로 작금의 조기 대선을 만들어준, 그리고 박근혜 정권을 파면시킨 촛불 민심에 대한 일말의 예의다.  

그리하여, 조기 대선을 28일 앞둔 오늘 다시 묻는다. 대선후보 안철수는 누구를 위해 정치를 하는가. '국민통합'은 결국 '보수 껴안기'의 다른 버전일 뿐이지 않은가. 유권자들은 물을 자격이 있다. 흔들리는 박사모 회원이든,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다시 광장으로 향할 촛불집회 참여자든 말이다.


태그:#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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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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