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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가족협의회 주최로 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전시회 '세 번째 봄 세월호 가족 꽃잎편지-너희를 담은 시간展'이 경기도미술관 1층 프로젝트 갤러리에서 3월 17일부터 5월 7일까지 열린다.
 416가족협의회 주최로 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전시회 '세 번째 봄 세월호 가족 꽃잎편지-너희를 담은 시간展'이 경기도미술관 1층 프로젝트 갤러리에서 3월 17일부터 5월 7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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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그러네요. 좀 뺄 건 빼시지요. 아니요, 안돼요. 우리 보기 좋게 솜씨 자랑하는 거 아니라서요. 하나도 빠트리거나 소홀할 수 없는 우리들 시간이라서요. 아이들 이야기라서요. 그리움이라서요. 그러니 좀 불편하더라도 이해해 주세요. 그리고 천천히 하나하나 살펴주세요." -'너희를 담은 시간展' 중 '다닥다닥 인사'(꽃마중 올림) 중에서

금세 노란색 꽃잎을 사방 천지에 내뱉기 위해 속으로 터질듯 부풀어 오를 봄꽃망울을 품고 있는 걸까.

누구는 춘래불사춘이라 했지만, 세월호 정부 합동분향소 옆 경기도미술관 가는 길가 나뭇가지에 날아든 봄의 전령들은 바람결에 저마다 춘향(春香)을 부지런히 실어 나르고 있다.

넓디넓은 잔디밭엔 푸른 새싹이 발돋움을 하고 있지만 2017년 봄을 우리는 만끽하기 어렵다. '박근혜 없는 봄이 참다운 봄'이긴 하나, '세월호 7시간'의 진실은 여전히 묻혀 있기 때문이다.

그 세월호 7시간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해양수산부가 내달 16일 이전으로 예고한 세월호 인양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약속하자고 나직이 속삭이는 추모 전시회가 17일부터 안산에서 열렸다.

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전시회 '너희를 담은 시간展'

경기도미술관 1층 갤러리 중앙에는 ‘사는 동안 우리는 기다림 그리움’, ‘너를 꼬옥 안는 꿈 밤마다 엄마 소원’을 쓴 액자와 단원고 희생학생 250명의 이름과 미수습자 9명의 이름을 창호지등에 담아 관람객을 맞았다.
 경기도미술관 1층 갤러리 중앙에는 ‘사는 동안 우리는 기다림 그리움’, ‘너를 꼬옥 안는 꿈 밤마다 엄마 소원’을 쓴 액자와 단원고 희생학생 250명의 이름과 미수습자 9명의 이름을 창호지등에 담아 관람객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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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가족협의회가 준비한 3주기 추모전시회 '세 번째 봄 세월호 가족 꽃잎편지-너희를 담은 시간展'이 오는 5월 7일까지 경기도미술관 1층 프로젝트 갤러리에서 열린다.

'너희를 담은 시간展'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지난해부터 아이들의 모습과 편지 등을 담아 제작한 꽃누르미(압화) 액자로 구성됐다. 꽃누르미는 들녘이나 길가의 야생화의 꽃, 잎, 줄기 등을 채취해 인공적으로 누르고 건조시킨 후 회화적인 느낌을 강조하여 재구성한 작품을 말한다.

이번 전시 액자들은 유가족들이 지난해 안산온마음센터에서 주관한 꽃누르미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만든 모임인 '꽃마중'에서 만들었다. 엄마들이 일일이 안산에서 꽃잎을 땄고, 세 명의 엄마는 꽃누르미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작품은 모두 108점이다. 대개는 엄마들이 만들었지만 아빠들도 참여해 10여 점을 만들었다. 정슬이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만들었다. 자격증을 딴 엄마들이 아이들 부모에게서 배경색과 아이가 좋아했던 꽃 등 의견을 듣고 공동 작업을 했다.

갤러리 중앙에는 '사는 동안 우리는 기다림 그리움', '너를 꼬옥 안는 꿈 밤마다 엄마 소원'을 적은 액자와 창호지로 만든 등이 관람객을 맞는다. 창호지등에는 단원고 희생학생 250명의 이름과 미수습자 9명의 이름이 꽃잎과 어울려 빛을 밝히고 있다. 

안내 데스크에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서명과 방명록이 놓여 있다. 안내를 도맡아 시민들에게 작품에 대해 설명하느라 분주한 '큰 건우 엄마' 김미나씨에게서 전시회를 열기까지 이야기를 들었다.

"2014년 10월께부터 지난달까지 준비했어요. 그 와중에 박근혜씨가 탄핵돼서 너무 좋았고요. 우리 아이들에게 희망이 생긴 거 같아서요. 올해 세월호 인양과 안산시에 416안전공원을 조성하는 등 많은 일들이 있어요. 이번 전시회가 안전공원을 반대하는 일부 시민들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가는 계기가 됐으면 해요."

"엄마 아빠, 우리 잘 지내요~"

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전시회 '너희를 담은 시간展'에서 전시 중인 ‘우리 잘 지내요’ 큰건우 엄마가 만들었다.
 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전시회 '너희를 담은 시간展'에서 전시 중인 ‘우리 잘 지내요’ 큰건우 엄마가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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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전시회 '너희를 담은 시간展'에서 전시 중인 ‘그립고 그립고 그리운’ 지숙 엄마가 만들었다.
 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전시회 '너희를 담은 시간展'에서 전시 중인 ‘그립고 그립고 그리운’ 지숙 엄마가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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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 데스크 옆에는 '우리 잘 지내요'라는 제목의 꽃누르미 액자가 걸려있다. 희생학생 250명을 노란나비로 형상화하고, 아이들의 이름을 촘촘히 넣었다. 나비는 환생과 돌아옴을 뜻한다. 늘 따듯하고 아득했던 엄마의 품을 그리는 아이들이 꽃잎 하나하나에 간절함을 담아 인사를 하고 있다. 

전시회 포스터를 장식한 '그립고 그립고 그리운'은 엄마와 꽃이 된 아이가 서로를 부둥켜안고 있고, 엄마의 눈에서는 노란 꽃잎 눈물이 방울져 흐른다. 작품 설명 '툭 건드리며 너랑 얘기하고 싶다. 푹신푹신 네 뱃살 맞대 꼭 안아주고 싶다(중략)'는 엄마의 시린 기억이 가슴을 파고든다.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너무나 고맙고 행복해"

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전시회 '너희를 담은 시간展'에서 전시 중인 꽃누르미 액자.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가영 엄마, 재욱 엄마, 희범 엄마, 요한 엄마, 온유 엄마, 성호 엄마가 만들었다.
 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전시회 '너희를 담은 시간展'에서 전시 중인 꽃누르미 액자.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가영 엄마, 재욱 엄마, 희범 엄마, 요한 엄마, 온유 엄마, 성호 엄마가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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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전시회 '너희를 담은 시간展'에는 아빠들의 작품도 전시한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세영 아빠, 민지 아빠, 정인 아빠, 우재 아빠, 소연 아빠, 범수 아빠가 만들었다.
 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전시회 '너희를 담은 시간展'에는 아빠들의 작품도 전시한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세영 아빠, 민지 아빠, 정인 아빠, 우재 아빠, 소연 아빠, 범수 아빠가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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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영이 엄마는 미니장미와 으름덩굴 등으로 딸에게 띄우는 편지를 썼다.

"눈이 유난히 예뻤던 딸. 너무너무 보고 싶고 단 한 번만이라도 너의 얼굴을 볼 수만 있었으면…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너무나 고마웠고 행복했어. 그리고 미안하고 많이많이 사랑했어."

아빠는 노란 꽃으로 만든 차를 딸 곁에 놓아두었다. 그리곤 노란 나비에게 딸에게 쓴 편지를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생전에 노란색 차를 타보고 싶어 했던 세영이.

"지금도 길에서 이 차를 보면 항상 네가 먼저 떠오른다. 그때 기분이라도 좋게 '대학 들어가면 사줄게' 말이라도 해주지 못한 무능한 스스로를 자책하며…"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고 김관홍 잠수사

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전시회 '너희를 담은 시간展'에서 전시 중인 ‘고 김관홍 잠수사 아저씨께!’(맨 왼쪽). 재욱 엄마가 만들었다.
 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전시회 '너희를 담은 시간展'에서 전시 중인 ‘고 김관홍 잠수사 아저씨께!’(맨 왼쪽). 재욱 엄마가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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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전시회 '너희를 담은 시간展'에서 전시 중인 ‘꺼지지 않는 촛불’ “촛불은 바람에 꺼진다”는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의 막말에 엄마들이 공동으로 만들었다.
 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전시회 '너희를 담은 시간展'에서 전시 중인 ‘꺼지지 않는 촛불’ “촛불은 바람에 꺼진다”는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의 막말에 엄마들이 공동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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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마지막에, 저희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 11구가 남아 있을 당시에 왜 나와야 했는지, 왜 저희가 그런 식으로 쫓겨나야 했는지, 우리는 포기 안 했는데 그들은 왜 저희가 나가야 했는지, 저는 그걸 묻고 싶고요."

고 김관홍 잠수사가 세월호 청문회에서 한 말이다.

재욱 엄마가 꽃으로 노란 리본을 만들고, '고 김관홍 잠수가 아저씨께!' 글에서 인사를 드린다.

"우리는 아저씨를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할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언제나 아이들 곁에서 계실 거라 믿고 있습니다. 오늘도 녀석들과 원탁에 둘러앉아 머리를 맞대고 웃고 울고 떠들며 세상의 그림을 그리고 있을 거라 믿고 있습니다."

"촛불은 결국 바람 불면 다 꺼진다"에서 한술 더 떠 "촛불은 태극기 바람에 꺼졌다"며 탄핵 방패막이를 자처했던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 그의 막말에 큰 건우 엄마는 "결코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려고 했다"며 '꺼지지 않는 촛불'이라는 제목의 작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컵 안의 노란 꽃잎 심지에서는 '진실을 인양하라'가 타오르고 있었다.

"아이들 얼굴 고스란히 담긴 우리는 그저 엄. 마."

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전시회 '너희를 담은 시간展'에서 전시 중인 ‘집에 가자’ 세월호 미수습자 9명이 가족의 품에 돌아오기를 기리며 엄마들이 공동으로 만들었다.
 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전시회 '너희를 담은 시간展'에서 전시 중인 ‘집에 가자’ 세월호 미수습자 9명이 가족의 품에 돌아오기를 기리며 엄마들이 공동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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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전시회 '너희를 담은 시간展'에서 전시 중인 ‘자화상’ 전시회를 기획하고 준비한 엄마 6명이 2014년 4월 16일 이전의 시간을 상상하며 자신의 얼굴을 만들었다.
 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전시회 '너희를 담은 시간展'에서 전시 중인 ‘자화상’ 전시회를 기획하고 준비한 엄마 6명이 2014년 4월 16일 이전의 시간을 상상하며 자신의 얼굴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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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관계자는 15일 유가족의 간담회에서 "세월호 3주기인 4월 16일 침몰한 세월호가 목포 신항에 입항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보고했다. 다음달 5일 물살이 약해지면 인양에 들어갈 예정이다. 단원고 희생학생 조은화, 허다윤, 남현철, 박영인, 교사 양승진, 고창석, 일반인 권재근씨와 아들 혁규군, 이영숙씨.

엄마들은 아네모네 꽃잎으로 9명의 미수습자를 상징했다. 아네모네의 꽃말은 '기다림', '당신을 영원히 사랑할거예요' 등의 뜻으로 회자된다. 차웅 엄마는 '집에 가자'라는 글에서 "또다시 봄, 벌써 세 번째. 깊디깊은 그리움 더해지는 날들 매일매일 맴도는 가장 하고픈 말 애들아, 이제 그만 집에 가자"며 손을 내민다.

전시회를 준비한 엄마 6명이 '자화상'도 만들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2014년 4월 16일 이전의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바람을 담아 결혼 전 꽃처럼 아리따운 시절을 되짚었다. 머리카락은 쑥으로 만들었다. 엄마들 중 다영이와 승묵이 엄마는 머리칼이 짧다. 2015년 여름 광화문에서 삭발했기 때문이다.

엄마들은 입을 모아 글을 남겼다.

"결혼을 안 했다면, 안산에 안 왔다면 단원구에만 안 살았다면 아무리 애써도 돌이킬 수 없습니다. 엄마이기 전일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 얼굴 고스란히 담긴 우리는 그저 엄.마.입니다."

추모전시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세월호 참사 2주기를 기리기 위해 4월~12월 안산, 서울, 광주, 제주 등에서 10차례 순회전을 통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시간을 가졌다.

큰 건우 엄마는 "작품이라고 생각지 말고 아이들이라고 여기며 한 명 한 명 충분히 만났으면 한다"며 당부의 말을 남겼다.

"우리 아이들이 착하고 밝았거든요. 조금 밝게 봐 주셨으면 해요. 그래서 아이들을 꽃으로 만들기 시작한 거예요. 작품을 보고 있으면 초심이랄까, 다시 한 번 나를 다잡게 돼요. 사실 많이 힘들거든요… 많이들 오셔서 우리 아이들 예쁘게 기억해 주시고, 한 번 더 다잡아 주셨으면 해요."


태그:#너희를 담은 시간展, # 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전시회, #꽃마중, #세 번째 봄 세월호 가족 꽃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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