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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충남지사의 '선한 의지'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합니다. 아래 글은 한 시민기자 개인의 견해를 밝힌 것으로 <오마이뉴스> 편집 방향과는 관계 없습니다. 이와 관련한 다양한 찬반 논쟁을 기다립니다. [편집자말]
안희정 충남지사가 19일 오후 부산대 10.16 기념관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19일 오후 부산대 10.16 기념관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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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386세대. 80년대에 대학생활을 하면서 광주의 진실을 알았고, 1987년 6월 항쟁의 주역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지만, 제대로 된 대한민국을 만들지 못했다는 자괴감을 어느 정도 안고 50대 중반을 살아가는 친구들이 모여 대한민국 현실에 대해 가볍게 논했다. 다른 세대와는 달리 스스로 '운동권'이었다고 자부하는 세대다.

우리보다 후배이긴 하지만, 거의 비슷한 시기에 대학을 다녔고, 한때 우리도 그토록 좋아했던 바보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친구, 같은 50대를 살아가는 안희정씨가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로 나서서 20%가 넘는 지지율을 얻으며 고공 상승하는 것은 참으로 축하할 만한 일이었다.

사실, 처음에 그가 대선주자로 나선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만 해도 이번에는 도장 찍고 다음에 기회를 주면 되지 않겠느냐는 정도의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20% 이상의 지지를 얻으면서, 같은 당의 문재인 후보와 한 자릿수 지지율 격차까지 좁히면서 경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기특했다. 어쩌면, 친구중에서는 상당수가 문재인 후보에서 안희정 후보로 넘어갈 수 있었고, 이미 넘어간 친구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선한 의지' 벌언이 있기 전까지였다.

'선한 의지' 발언에 마음이 바꿨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발언 이후 친구들은 모두 안희정 대선후보에게서 등을 돌렸다. 연정 발언과 사드에 대한 발언에 이어 '선한 의지' 발언에 이은 '피바람' 발언까지 종합하면서 그의 본심(?)의 한계를 본 것이다. 나름 그에게 새로운 정치를 열어갈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는 쪽으로 가닥 잡았던 마음을 접은 것이다. 

다음은 나와 친구들이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친구 A (문재인을 지지했지만, 안희정을 지지하기로 마음먹었던 친구)

"참 신선하다고 생각했었지. 그리고 50대 초반이지만, 적은 나이도 아니고, 우리나라에도 오바마 같은 대통령을 하나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었어. 그러나 그의 '선한 의지' 발언까지는 이해하겠는데, 문재인씨가 분노가 없다며 비판을 했을 때 '피바람'이라는 말로 대응하는 것을 보면서 실망을 했어. 그런 발언은 같은 당의 주자로서의 최소한의 예의조차도 던져버린 막말이라고 생각해. 자유한국당에서 그런 식으로 이야기했다면 정치공세라고 생각했을지 몰라도 어떻게 소위 진보진영에서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나는 안희정 충남지사의 지지율이 20% 넘었다는 여론조사를 접하면서 차기가 아니라 이번에 가능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고 힘을 실어주려고 했지. 그러나 이번 일로 본심을 봤어. 연정 이야기를 할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안희정은 자유한국당 김진태 같은 친구보다 교활한 것 같아."

나(박원순 지지자였으나 후보사퇴 후 문재인 지지로 바뀜)

"나는 친구(A)가 안희정을 지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랬구먼. 나도 똑똑한 친구라고 생각했고, 노무현 대통령의 유지를 나름 받든 친구라고 생각했었지. 그래도 이번엔 아니라고 생각했어. 생각 같아서는 이재명 성남시장 같은 사람이 되어서 정치판을 확 갈아엎으면 좋겠는데, 아직 우리나라가 이재명 같은 후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된 것 같지는 않아. 그래서 교두보로 문재인이 이번에 대통령이 되어 박근혜나 이명박 같은 이들이 훼손시킨 이 나라의 법치를 안정시키고, 그 사이에 이재명이나 안희정 같은 이들이 자기의 역할을 하면서 대선주자로서의 자리매김을 하면, 다음 선거에서 국민의 선택이 좀 더 희망적이지 않을까 생각했지.

지지율이 뭔지, 사실 나는 박원순 서울시장 같은 인물이 대통령이 되면 잘할 것이라 생각했어.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박원순 서울시장이 탁월한 선택을 한 것 같아. 대통령이 해야 할 일도 있지만, 박원순 시장처럼 지자체장들이 자기 자리에서 자기 역할을 해준다면 이 나라가 훨씬 더 발전할 수 있지 않겠어?"

친구B(안희정 홍보대사에 가까웠던 친구,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문재인을 지지하던 친구)

"나름 좋은 친구라 생각했는데, 이번 발언으로 본색이 드러난 거지.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것 같아. 연정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에 알아봤어야 했는데. 연정은 좋지만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 같은 '이명박근혜'를 도와 부역했던 이들과도 손잡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잖아. 안희정이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고 했을 때에 나는 순진하게 보수 표를 분산시키고 끌어내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생각했지. 그런데 사드 문제를 대하는 태도나 이번 '선한 의지' 발언은 그가 아직 정치 초년생이라는 티가 확 나는 대목이었지. '이명박근혜'는 '선한 의지'를 가지고 일한 게 아니라, 철저하게 자기들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선한 것이라 생각한 것뿐이지. 꿩을 먹으면서 알도 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뿐이지. 그들에게는 무슨 '선한 의지'라는 것이 없었다고."

친구C(여당을 지지하는 것은 분명히 아닌데, 누구를 지지하는지 알 수 없는 친구)

"우리 친구들 결론은 분명하네. 안희정은 아니라는 거잖아.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박근혜 탄핵이 인용되는 것이 아니겠어. 나는 대선과 관련된 뉴스보다 박근혜 탄핵에 집중해야 한다고 봐. 요즘 대리인단과 박근혜나 박사모를 위시한 보수단체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하는 짓을 봐. 이게 정상적인 것이 아닌데, 이런 비정상의 상황이 만일에라도 지속된다고 생각해봐. 탄핵이 기각된다면, 온 나라가 혼란에 빠지게 된다고. 그러면 조기 대선도 물 건너가는 거고. 그래서 하는 이야긴데, 지금은 대선 후보 어쩌고 할 때가 아니고 탄핵에 집중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어. 대선은 그 다음 문제지.

그리고 안희정의 발언은 사려가 깊지 못했어. 이명박은 4대강 사업을 하면서 '4대강 살리기'라고 우겼지. 그렇다고 그게 '선한 의지'라고 할 수 있어? 당사자는 그렇게 생각했다고 하더라도 그건 '나쁜 일'이었으니, '선한 의지'라는 표현은 부적절하지. 강도 짓을 하고 살인을 했어도 그 깊은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 '선한 의지'로 둔갑할 수 있는 것 아니겠어."

친구D(이재명 대선후보를 지지하지만, 문재인에게 표를 줄 안희정 우호파)

"이제 우리 나이가 50 중반인데, 우리가 대학 다닐 때 꿈꾸던 나라는 너무 멀지 않나? 우리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었을 때 이런 나라일 거라고 상상이나 했어? 그때만 해도 '나이 서른에 우린'이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우리 아이들이 대학생이 될 무렵에는 평화통일도 되어서 우리 아들들이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될 평화로운 나라, 대학도 서열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아카데미의 역할을 할 줄 알았지. 그런데 오히려 그때보다 더 힘들어졌어. 지금 이 나라의 허리에 해당하는 50대 중반, 386 세대가 사실은 이 나라를 이 모양으로 만든 거 아니겠어?

김문수 같은 변절자를 봐. 80년대 성남 언더서클에서 '모세'라는 가명으로 강의하기도 했던 똑똑하고 정의롭던 사람이었는데, 탄핵반대 집회에 나가서 하는 짓거리를 봐. 그래도 안희정 같은 친구라도 있어서 위안을 받았었는데, 그것도 착각이었던 것 같아."

대통령이 되지 못할지라도 정직한 후보에게 표를 주겠다

50대 중반의 친구들의 저녁 식사를 겸한 대화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정리하면 대략 위의 내용이었다. 대체로 안희정 대선후보에 대해 우호적으로 생각했었고, 지지하기도 했으나 '선한 의지' 발언에 이어 '피바람'이라는 발언은 그에게 완전히 등을 돌리게 했다. 대화의 끝은 그나마 지금이라도 안희정의 본색을 검증할 수 있었다는 것이 다행이었다는 위안이었다.

무릇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이들은 정직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도 이 나라의 대통령을 꿈꾸는 이들은 입에 발린 말로도 충분히 표를 얻을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후보자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각자의 속내는 가감 없이 드러날 것이다. 얄팍한 상술로 국민을 현혹하려고 하지 말고, 거짓으로 포장하려 하지 말고 자기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내보이는 후보를 만나고 싶다. 나는 그런 후보에게 표를 줄 생각이다. 그가 대통령이 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정직한 후보에게 표를 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50대 중반을 살아가는 친구들과 저녁을 먹으면서(21일) 나눴던 대화입니다.



태그:#안희정, #대선주자,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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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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