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학교 신청 요건도 갖추지 않고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을 해 논란을 빚은 경북 구미 오상고등학교가 16일 오후 신청을 철회하기로 했다(관련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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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고등학교 박기원 교장은 16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오후 5시 18분쯤 경북교육청에 연구학교 신청 철회 공문을 발송했다"며 "학내 반발이 거세 국정교과서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구미참여연대와 전교조 구미지회, 참교육학부모회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오상고등학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친일 독재 미화교과서로 학생들을 교육할 수 없다"며 "학생과 학부모, 교사 의견을 무시한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을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역사 왜곡과 부실 오류투성이 교과서로 국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연구학교 신청이 저조한 가운데 교육부는 기한을 연장하고 경북교육청은 80% 교사 동의 요건조차 무시하도록 지침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오상고등학교는 교사의견 수렴, 학생의견 수렴, 학부모의견수렴, 학교운영위원회 동의 등 필요한 모든 절차를 무시한 채 학교장이 일방적으로 연구학교를 신청했다고 한다"며 "이는 원천무효이므로 오상고등학교장은 당연히 신청을 취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학생들은 실험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최종본에서 매일 무더기로 오류가 나타나고 있는 오류투성이 교과서로 교육할 수는 없다. 학생들을 창의적인 민주시민으로 교육하는데 매우 부적절한 교과서로 실험해서는 안 된다"고 연구학교 신청 취소를 요구했다.
오상고등학교 학생들도 오후 보충수업을 거부하고 교실 밖으로 나와 '국정교과서 철회' 등의 손 피켓을 만들어 들고 학교의 일방적인 연구학교 신청을 취소할 것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차음 30여 명이던 학생들은 이내 100명 이상으로 늘어나자 교사들이 나와 말리기도 했다.
일부 학생들은 "당신이 생각하는 올바른 역사교과서는 무엇입니까", "오상고등학교 학생, 학부모 및 교직원들은 재단과 학교의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이기도 했다.
교사들도 과학교실에 모여 대책회의를 갖고 "교직원들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갑자기 신청한 것은 부당하다"며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을 철회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이 학교 한 교사는 "학교장이 일방적으로 신청한 것에 대해 학생들과 학부모, 졸업생, 시민단체 등에서 오전부터 항의전화가 빗발쳤다"고 말했다.
결국 박기원 교장은 오후 4시 50분쯤 교사들에게 "연구학교 신청을 철회 하겠다"고 밝히고 교무직무대행 교사는 5시쯤 학생들에게 "연구학교 신청을 철회하기로 했으니 해산하라"고 지시했다. 학생들은 대자보 등을 스스로 제거하고 해산했다.
이로써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학교는 경북 영주에 있는 경북항공고등학교와 경산에 있는 명문고등학교 등 2곳으로 줄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