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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시계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사들이 대선주자 검증을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검증의 포문을 연 것은 공영방송 KBS다. 이 방송사는 지난 1월부터 한 달가량 '대선 주자에게 듣는다'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반기문 전 UN사무처장, 이재명 성남시장, 이인재 전 새누리당 의원 등을 스튜디오로 불러들였다. 프로그램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부터 사드 배치, 양극화 해소 등 굵직한 현안에 앵커와 대선주자 간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종편채널도 검증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시사·예능 프로그램 JTBC의 '썰전'은 지난 2일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을 시작으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검증의 날을 세웠다. 세간에 알려진 갖가지 의혹과 취약점을 파고드는 패널들의 집요한 공세는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정보를 주기에 충분했다.

SBS는 지난 12일부터 5부작으로 매일 '대선주자 국민면접'을 방송하고 있다. 대세론을 이어가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해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을 차례로 불러 검증에 열을 올린다는 구상이다. 이 프로그램은 대선주자들이 대통령직에 취업하기 위해 직접 손으로 이력서를 작성한 다음 면접을 치르는 방식이 눈에 띈다.

첫 방송에 출연한 문 전 대표는 대통령직에 나선 이유에 대해 손글씨로 '세상을 바꾸고 싶어서'라고 썼다. 면접과 검증이라는 양 갈래의 성격을 고스란히 담으려는 제작진과 출연진의 수고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똑같은 말 반복하거나 정책 소개에 그쳐

<Jtbc> '썰전' 갈무리.
 <Jtbc> '썰전' 갈무리.
ⓒ 최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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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 하고 대전 주자에 대한 검증 작업이 이루어지다 보니 예기치 못한 문제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며칠 간격으로 검증대에 오른 대선 주자들은 똑같은 말을 반복하기 일쑤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유 의원은 지난달 19일 KBS '대선주자에게 듣는다'에 출연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우리 국민들이 누군가의 아바타 대통령을 원하지 않는다"며 "문 전 대표는 배후에 누군가가 작용하는 거 같고 말이 계속 왔다갔다한다"고 지적했다.

사드 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경제압박에 대해선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단호하게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때리기', '안보는 보수'라는 프레임은 지난 2일 JTBC '썰전'에서도 고스란히 확인됐다. 사드 문제에 대해 유 의원은 "한반도에 하루빨리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며 "정부는 중국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북핵 문제만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표의 발언도 비슷한 양상이다. 그는 지난 9일 '썰전'에서 자신의 1호 공약인 '치매환자 국가책임제', '공공부문 일자리 80만 개 창출' 등을 소개했다. 또 '3철'로 불리는 비선실세 의혹과 친문패권주의, 송민순 회고록 등에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들은 지난 12일 <SBS>의 '대선주자 국민면접' 프로그램에서도 고스란히 방영됐다. 때문에 누리꾼들 사이에선 "마치 재방송을 보는 것 같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검증하려면 제대로 해야"

<SBS> '대선주자 국민면접' 갈무리.
 <SBS> '대선주자 국민면접' 갈무리.
ⓒ 최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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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문제점은 내용이 '너무 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입체적이지 않은 패널 구성도 한몫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각 방송사에서 진행된 대선주자 검증 관련 프로그램은 아나운서와 앵커, 시사평론가 등이 진행했다는 한계가 있다.

특히 지난 12일 방영된 <SBS>의 '대선주자 국민면접'에 나선 패널들의 직업은 대학교수, 소설가, 전 국회의원 등인데 이들은 대부분 각종 시사프로그램에서 평론가로 활약하고 있다. 때문에 대선주자들이 내놓은 정책을 세밀하게 검증하고, 실행가능성은 없는지 파악하기 위해선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방송에서는 '위기관리'와 '소통', '리더십' 등 추상적인 질문만 이어졌을 뿐, 전문적인 검증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대선 주자 역시 원론적이거나 자신의 정책을 소개하는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

검증대에 오른 문 전 대표의 경우, 북핵 문제의 해결책에 대해 "제재와 압박을 하되 물밑 협상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극히 원론적인 답변만 하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반론과 재반론이 이루어지지 않고 뻔한 답변에 '맹탕 검증'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배우 김의성씨는 지난 12일 방영된 <SBS>의 '대선주자~' 프로그램을 두고 자신의 SNS에 "저런 거지같은 프로그램을 아예 볼 생각도 안 하는 내가 챔피언"이라며 "누가 누굴 검증해 진짜"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가장 큰 교훈은 선거 국면에서 후보자에 대한 엄정한 검증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 어느 방송사처럼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 따위의 자막을 선보이기에는 민심은 매우 싸늘하다. 대선주자 검증이라는 칼자루를 쥐고 있는 패널들이 보다 냉철한 시각으로 임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과 같이 전문성 없는 패널 구성과 대선 주자들의 일회성 방송 출연 등은 검증이라는 본질은 벗어나 대선주자의 정책 소개, 홍보에 그칠 우려가 크다. 지난날의 과오를 겪지 않으려면 언론의 각성이 어느 때 보다 절실하다. 대선주자 간 토론은 물론 정치, 경제, 사회, 안보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직접 나서 보다 깊이 있는 검증 작업을 진행할 때다.  


태그:#대선주자검증, #대선주자, #대통령선거, #언론대선검증, #후보자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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