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월에는 탄핵하라-14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집회를 마치고 총리공관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월에는 탄핵하라-14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집회를 마치고 총리공관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5일, 촛불항쟁이 100일을 맞았다. 지난해 10월 29일 처음 타오른 촛불은 지난 주말까지 모두 14차례의 대규모 집회로 위력을 과시했다. 이 기간 동안 주최 측 추산 약 1200만 명이 촛불집회에 참가했다. 수도 서울은 물론 국토 최서남단 가거도에서도 촛불은 타올랐다.

광주 촛불들에게 물었다. 100일 동안 쉬지 않고 타오른 촛불이 일궈낸 의미와 성과는 무엇이냐고. 또 앞으로 촛불이 밝히고 나가야 할 과제는 무엇이냐고.

박근혜퇴진 광주시민운동본부 정책기획단장을 맡고 있는 은우근(광주대) 교수는 "이번 촛불이 전례 없이 뜨겁게 타오르고 있는 이유는 80년 5월민중항쟁과 87년 6월 항쟁의 성과로 만들어진 형식적 민주주의의 태생적 한계가 노출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은 교수는 "조금 더 구조적으로 보자면 53년 휴전체제 성립 이후 구축된 신냉전체제와 외환위기 이후 강화된 신자유주의, 중산층의 불안의식을 뉴타운 환상으로 자극해 집권한 이명박근혜정권의 무능과 부패를 촛불로 대변되는 한국의 중산층과 민중들이 철저하게 불신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은 교수는 "촛불항쟁 100일의 가장 큰 성과는 민중들이 박근혜 김기춘 등으로 대변되는 박정희 유신독재가 심어놓은 악의 씨앗이 무엇인가를 자각한 것"이라면서 "그 자각은 '우리가 주인이다, 주권자가 바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라는 현실의 변화를 국회 탄핵 가결 등을 통해 확인한 것은 매우 귀중한 경험이자 성과"라고 강조했다.

이민철 시민활동가는 "연인원 천만 명이 넘는 참여자들이 자연스럽게 민주시민교육을 경험했고, 10대부터 30대까지의 청년들은 인생 처음으로 시민의 승리를 경험했다"라면서 "이는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발전하는데 아주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또 "촛불은 지난 100일 동안 대한민국에서 가장 센 권력집단을 탄핵하고, 감옥으로 보내거나 수사를 받게 하고 있다"라면서 "국회가 국민들 뜻을 받들어 일하거나 적어도 시늉이라도 하게 만들었고, 한국사회가 적어도 분위기와 방향을 민주주의 쪽으로 전환하게 만들었다"라고 그 성과를 정리했다.

"이제는 촛불들이 권력의 이동과 분산을 고민해야"

최이성 참여자치21 운영위원장은 "(촛불항쟁 100일이) 여러 가지 의미와 성과를 내고 있지만 현재의 촛불을 있는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라고 경고했다. 최 운영위원장은 "촛불이 영원히 100만씩 모일 수도 없을 뿐더러 모든 촛불이 항상 광장으로 나갈 순 없는 일"이라면서 "이제는 촛불들이 권력의 이동과 분산을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면 정국 주도권은 촛불이 아닌 제도정치권이 가져갈 것"이라면서 "중요한 것은 국가개조에 준하는 개혁인 만큼 정권교체 담론에 휘말려들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최 운영위원장은 "촛불들은 집중된 권력을 지방과 마을로 이전하고 분산시키는 제도개혁에 나서야 한다"라면서 "마을이 결국 정치의 중심이 될 수 있게 마을정치를 시작하고, 마을과 마을을 묶어내는 마을정치 플랫폼을 만들어야 촛불의 항속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우근 교수 역시 "박근혜를 권좌에서 내쫒는 것이 촛불혁명의 목표가 될 수 없다"라면서 "궁극적으론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와 복지체제 건설, 한반도에서 평화체제 구축을 지향하면서 당면해서는 더 많은 민주주의를 구체화하고 제도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은 교수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진출을 가능케하는 선거제도의 개혁, 지방분권의 강화, 지방자치의 쇄신과 함께 직접 민주제를 강화하는 국회의원·자치단체장 국민소환제, 국민발안제, 시민의회(국민의회) 등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4일 발표한 광주촛불들의 새민주공화국을 위한 과제

<개혁입법 과제>
1. 세월호참사, 백남기 농민 사망 조사 관련 법
2. 국가정보기관 선거개입 방지법
3. 언론 개혁법(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 등)
4. 재벌.•경제 개혁법(법인세인상 골목상권활성화 등)
5. 검찰 개혁법(고위공직자비리 수사처설치, 검찰청법개정 등)
6. 선거법 개정(18세투표권보장,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등)

<정책 과제>
1. 청와대 공작정치 국정조사 (대 언론 공작, 재벌 통한 극우단체 관제 데모 자금 지원 등)
2. 한일 위안부 합의 폐기
3. 한국사 국정교과서 폐기
4. 한일 군사정보교류 협정 폐기
5. 전국경제인연합 해체
6. 사드 배치 반대 결의
7. 성과연봉제 추진 저지
8. 5.18 진상 국가기구 조사 결의(헬기 기총소사 포함한 최초 발포 명령자 규명)

이민철 시민활동가는 한 걸음 더 나가서 "촛불들의 조직적이고 적극적인 개입"을 주문했다. 그는 "대선 국면에서 촛불의 무기는 투표권이고, 투표권은 정당의 후보를 결정하는 예선과 대통령을 뽑는 본선에서 사용할 수 있다"라면서 "촛불의 국가개혁요구를 실행할 촛불정부 구성을 목표로 한다면, 현실적으로는 각 정당의 국민경선에 참여하는 촛불대선 플랫폼을 만들어 조직적으로 경선에 개입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민철 시민활동가는 "2월 임시국회에서 적폐청산과 국가대개혁을 위한 여러 법률이 제정되어야 하고, 이 과정에 우리는 각 정당 대선 후보들의 진정성을 시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촛불 플랫폼에서는 촛불정부의 국가개혁안을 정리하고, 이를 실천할 후보를 검증하고, 경선에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국에서 200~300만 명의 시민들이 각 정당의 국민경선에 참여한다면 우리는 탄핵 이후 두 번째 혁명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선 후보들도, 정당들도 촛불의 민심에 걸맞는 변화를 추구할 것이고, 무엇보다 촛불이 대선 이후까지 계속 사회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0일을 맞은 촛불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 것인가. 시작이 그러했듯 촛불은 스스로에게 길을 물어 새로운 길을 낼 것이다. 매화 지고 벚꽃 피는 날의 촛불을 기다리는 까닭이다.


태그:#촛불집회, #탄핵, #대선, #국민경선, #마을
댓글1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